퇴직과 이직 사이
“가능하면 회사에서 오래 버텨, 회사를 나와 보니 시베리아야” 점심 시간에 몇년전 희망퇴직 하신 옛 선배를 만났다. 점심을 같이 하면서 그동안 살아 온 이야기를 하였다. “내가 희망 퇴직 했을때는 희망을 가지고 퇴직 했는데, 지금은 생활비를 벌 수 있을 정도의 회사에 다니고 있어” 지금의 상황을 한마디로 이야기로 하였다. 희망 퇴직 결정전에 나에게 이야기를 먼저 했었다. 그 당시 나는 왜 퇴직하려고 하는 지 부터 물었었다. 내부에서 권고 했는지 부터 물었다. 권고는 없었다고 했다. 퇴직 후 구체적 계획이 있는지 ? 준비는 했는지 물어 보았었다. 이전부터 준비 했던 사업이 있었다고 했다. 온라인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채권이 있다고 했다. 그렇게 퇴직을 경정 하였다. 그 이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계획 했던 사업은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고 했다. 투자비만 몇 억을 날려 버렸다고 하였다. 이전에 고기집도 하였다고 하였다. 하지만 독감이 유행하여, 유동인구가 줄었다고 하였다. 인건비와 경비가 늘어나 문을 닫았다고 하였다. 퇴직 하였을때 제일 먼저 전화를 한 곳이 은행 이었다고 한다. 제직 여부를 확인했다고 한다. 퇴직 하였으며 바로 대출을 갚아야 한다는 공지였다고 한다. 회사에 다닐때는 몰랐던 현실을 하나 둘씩 알게 되었다고 했다.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 보았다. 중소 기업에 임원으로 취직 했다고 한다. 그럼 이직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1년 계약이라고 했다. 이력서나 능력 보다는 회사 생활하면서 알고 지낸 분의 안면으로 취직했다고 하였다. 요즘 1년단위로 강제 이직한다고 하였다. 순수하게 이력서와 경력으로만 취직은 힘들다고 했다. 철저하게 결과 위주로 연장여부가 결정된다고 하였다. 성격이 억세고 추진력이 있다면, 꼭 다녀야만 한다면 악착같이 일할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이 없다고 하였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성격이 안정성과 신뢰성 바탕으로 경영관리 위주의 일에 맞다고 하였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변화 시키는 것이 어렵다고 하였다. 다행히 아이들도 학교를 마쳐서 생활비 정도면 벌면 된다고 하였다. 하지만 불안한 생활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나에게 남긴 권고가 현실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었다. 퇴직은 마지막 선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구체적인 준비를 많이 하고 계획을 세워도 기존 급여의 유지가 힘들다고 하였다. 새로운 사업을 하기 보다는 자격증을 취득 하라고 하였다. 희망 퇴직 하신 분들 중에서 가장 잘된 경우가 자격증 취득 후 전문성을 살려 재취업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한다. 즉 희망 퇴직금을 받고 이직 하는 것이다. 회사 다닐때 자격을 많이 취득 하라고 하였다. 자격증은 정년 이후에도 사용가능하니 공부할 수 있을때 취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하였다. 자격증도 시간이 갈 수록 더 어렵다고 한다. 진입 장벽을 더 높아 지기 때문에 빨리 취득 하라는 말도 덧 붙였다. 불안한 노후를 위한 자기 계발인 것이다. 이직을 위한 스펙을 쌓아야 한다는 내용 이었다. 주식이나 선물/옵션을 한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많은 돈을 벌었지만 대부분이 결국에는 원점으로 돌아 왔다고 하였다. 여러 사람의 구체적 예를 들어 설명하였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를 설명하니 더 현실적으로 다가 왔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 자신을 돌아 보았다. 이전에는 회사에서 열정적으로 열심히 일했었다. 요즘은 그렇지 않다.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수동적으로 변했을까 ?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중 일까 ? 단정적으로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했다. 내 자신의 삶을 돌아 보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시대적 상황이 영향을 주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지금 여기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노후 준비를 위해 별도 시간을 투자 해야 한다는 말에도 귀가 쫑긋한다. 노후를 위한 시간과 현재의 삶에 충실하는 시간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노후를 위한 삶이 자격증을 취득해서 이직을 준비 해야 하는 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이전에는 나이를 먹으면 현명해져서, 선택의 문제가 명확해 질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나이를 먹어도 삶에 대한 고민은 비슷하다고 생가 했다. 나를 지배하고 있는 구조를 알고 되었고, 몇천년 살아온 인류의 몸에 새겨진 유전자의 영향도 알게 되었다.
집에 돌아와 선배가 이야기한 자격증을 찾아 보았다. 지금은 읽기와 쓰기로 내공을 쌓기로 결정하였다. 내가 회사를 그만 두면 후배한테 할말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다. “인간은 자기 삶에서 단순함의 너른 빈터를 충분히 남겨두어야만 인간 일 수 있다” 조지오웰의 이야기를 생각했다. 쌓고 축적하고 평가받기 바쁜 세상에서 빈터 남겨두기 필요하다. 다른 삶을 꿈꿀 수 있는 빈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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