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릴께요"
출근 시간이었다. 사무실까지 대중교통으로 한번에 가지 못한다. 전철에서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전철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 왔다. 두더지가 지상으로 나오는 기분이 들었다. 출근 시간 버스는 항상 만원이다. 기다리던 버스가 왔다. 사람들이 버스를 따라 총총걸음으로 발길을 옮겼다. 중앙차선을 이용하는 버스가 아니기 때문에 인도에서 그 버스를 보고 모여 들었다. 모이를 줄때 닭이 모여드는 모습 이였다. 가장 붐비는 곳은 승객이 버스에 오르는 앞 문는 내리는 문 주변이었다. 승객이 내리는 원래의 목적으로 사용 되지 못하였다. 버스에 승차하기 위해 내리는 문으로 대부분의 승객이 모여 들었다. 내리는 문이 더 넓기 때문에, 빨리 승차 할 수 있었다. 또한 자리가 많은 뒷 좌석에 빨리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버스에 오르면 버스를 놓치지 않았다는 안도 감도 잠시였다. 자리 경쟁이 시작 되었다. 어느새 빈자리가 없었다. 출근 시간 승객이 많을때는 경로 우대석도 잘 보이지 않았다.나도 겨우 뒷문으로 버스에 올랐다. 뒷문이 닫힐 수 있도록 승객을 밀었다.
몇 정거장을 갔을까. 버스 정거장에 도착 했을 때 일부 승객들이 내렸다. 내리는 문 앞에서 휴대폰으로 카톡 메시지를 확인 하고 있었다. 옆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 왔다. “내려요” 그때 버스는 문을 닫고 있었다. 문은 닫혔고, 버스는 출발하고 있었다. 다시 “내려요” 소리가 들렸는데 소리는 작았다. 버스는 아무일도 없는듯 무심히 가고 있었다. 기사가 듣지 못한 것 같았다. 누구도 옆에서 크게 “내려요”를 외쳐 주지 않았다. 나도 외칠 시기를 놓쳐 버렸다. 버스는 아무일 없는 듯 더 빨리 달리고 있었다. ‘내려요’를 작게 이야기한 어르신은 운전석으로 조용히 걸어 가고 있었다. 다음 정거장에 도착하자 어르신은 기사에게 작은 소리를 불만을 이야기 했다. 멀리 있어서 잘 들리지 않았지만 대략적으로 내린다고 했는데 왜 내려 주지 않고 출발 했느냐고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다음정거 장에 버스는 멈추었는데 어르신은 내리지 않았다. 계속 기사와 실랑이를 하였다. 시선이 집중 되었고 동시에 시계에 눈이 갔다. 늦었는데 빨리 출발 했으면 했다. 실랑이는 계속 되었고 언성도 조금씩 높아 졌다. 기사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버스 정거장을 지나친것도 아니고 문을 열어 드렸는데 왜 못내리고 이제와서 그러세요” “여기서 내려서 한정거장 다시 가면 됩니다. 비용은 추가 되지 않습니다” 앞 문에 실랑이를 벌이던 어르신도 이에 답하였다. “내가 내린다고 외쳤는데 왜 계속 갔느냐고 했다”. 앞문을 닫고 버스가 출발 하려고 하자 어르신은 다시한번 이야기 했다. “내린다니까” 버스 문이 다시 열렸다. 그러나 내리지 않았다. 계속 문앞에 서 계셨다.
그 순간 좌석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빨리 내리세요 당신 한사람때문에 여러사람이 못가고 피해를 보잖아요” 어르신은 댓구하지 않았다. 기사에게 다시 이야기 했다. "당신이 잘못 했다고 사과 했으면 바로 내렸다”. 좌석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핸드폰을 보다가 못 내리셨으면서 왜 기사에게 잘못을 돌리세요” 어르신은 경찰서로 가자는 이야기까지 하였다. 기사의 목소리도 더 높아져 갔다. 그러자 몇몇 승객을 더이상 못 기다리겠는지 뒷 문으로 내렸다. 다른 버스를 타야겠다고 이야기 하였다. 나도 잠깐 동안 생각했다. 내려서 다른 버스를 탈까 늦은 거 더 기다리기로 마음 먹었다. 어르신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사과만 했으면 빨리 내렸을 터인데” 그리고 내렸다.
버스 문을 닫았다. 버스가 츨발 하려고 하자 내렸던 승객들이 뒷 문을 두드렸다. 뒷문은 다시 열리고 승객들이 다시 탔다. 누군가 어르신에 대해서 이야기 하였다. “ 저 어르신 아내는 정말 답답 하겠네요” 그러자 다른 승객이 이야기 했다. “결혼도 못 했을 거예요” 그 어르신은 짧은 순간 공공의 적이 되었다가 이제는 뒷담화 대상이 되어 버렸다. 씁쓸 하였다. 버스가 빨리 가야 된다는, 조금이라도 늦으면 안된다는 공통 목적 때문에 어르신은 지탄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어르신은 원하는 정거장에 못 내렸으면, 다음 정거장에 쿨하게 내려서 가면 됐었다. 기사도 뒷문은 열었지만 '내려요'를 못 들었다고 이야기 하고 사과 했으면 빨리 끝날 일이었다. 나도 카톡 메시지를 보면서 ‘내려요’를 못 들은척 했다. 진행 사항만 지켜 보았다. 우리는 모두 남남이었다. 단지 이해 관계에 따라 같은 목소리를 낼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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