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세 번째 책읽기 – 관계와 거리 두기 입니다.  스트레스와 행동을 이해하는 책들을 읽다 보니, 다음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 왔습니다. 
결국 문제는 관계 였습니다. 관계를 이해하고 나와 타인 사이의 적당한 거리를 고민하여 집에 있는 책 중에서 3권의 책을 골랐습니다. 
문요한의 『관계를 읽는 시간』, 클리포드 나스·코리나 옌의 『관계의 본심』, 롤프 젤린의 『나는 단호해지기로 결심했다』 입니다. 앞서 읽고 있는 새폴스키의 『스트레스』와 『행동』이 사람의 몸과 뇌, 행동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려는 시도였다면, 이번 세 권은 그 이해를 관계 속 거리 두기로 옮겨놓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결국  “어떻게 하면  상처받으면서도, 너무 냉소적이지 않게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있을까"를 함께 묻는 시간입니다. 벽돌책에 비해 쉽게 읽힙니다. 

 

1. 『관계를 읽는 시간』 – 나의 바운더리를 다시 그리는 일

저자는 건강한 관계란 서로 완전히 붙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있으면서도 각자의 경계를 존중하는 상태라고 말합니다.  가까워질수록 상대를 나의 일부처럼 느끼고, 결국 타자성을 지워 버리려는 우리의 습관을 짚어 주는 부분이 특히 마음에 남습니다. '적당한 거리’라는 말이  어렵습니다.  적당한 나의 울타리의 어느정도 인지 지속적으로 고민해야할 문제 입니다. 

 

2. 『관계의 본심』 – 실험으로 드러난 관계의 얼굴들

스탠퍼드 교수들이 27가지 실험으로 인간관계의 숨은 얼굴을 보여주는 사회심리학 책입니다. 우리가 왜 비슷한 성격의 사람에게 더 호감을 느끼는지, 집단 안에서 왜 쉽게 눈치를 보게 되는지, 집단사고가 어떻게 엉뚱한 결정을 만들어 내는지를 실험과 사례로 설명합니다.  책을 읽다 보면 “나만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 싶은 장면들이 많습니다. 호감·소속감·결속력 같은 단어 뒤에, 누군가는 늘 소외될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도 함께 드러납니다. 

 

3. 『나는 단호해지기로 결심했다』 – 나를 지키는 거리 두기 연습

마지막 책 『나는 단호해지기로 결심했다』는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를 지키는 한계 설정의 기술”에 관한 책입니다.  지나치게 간섭하는 가족, 친하다고 선을 넘는 친구, 직급을 내세워 함부로 대하는 직장 상사 때문에 지쳐 있는 사람들에게, 단호하게 거절하고 최소한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이기적인 행동이 아님을 강조합니다.  저자는 “싫어도 좋은 척”하는 습관이 결국 관계를 병들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현실속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아니오”라고 말할 수 없으면 그 관계는 오래 가기 어렵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서야 비로소 서로의 감정과 욕구를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최근 들어 사람과의 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부쩍 늘었습니다.  어떤 말과 행동은 유난히 상처가 되고, 어떤 상황에서는 별일 아닌 일에도 과하게 반응하는지 스스로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오래전에 사 두었던 로버트 새폴스키의 『스트레스』를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마침 그의 또 다른 책 『행동(BEHAVE)』을 읽는 독서 모임이 생겨 두 권을 동시에 읽게 되었습니다. 벽돌책이라 혼자서 끝까지 읽어내기가 쉽지 않은데, 함께 읽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됩니다.

 

『스트레스』가 몸과 마음이 어떻게 지쳐 가는지를 보여 준다면, 『행동』은 그 상태에서 우리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그 배후의 맥락을 끝까지 추적합니다. 사람 때문에 힘들었던 때 내 몸 상태와 감정을 떠올리며  그 사람의 입장과 맥락 이해가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현재는 두 권 모두 절반 정도까지 진도가 나간 상태입니다.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와 그 스트레스가 불러오는 행동을 이해함으로써, 언젠가는 “사람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에서 조금은 더 자유로워지기를 바라며 페이지를 넘기고 있습니다. 최근 로버트 새폴스키의 다른 책이 출간 되어 있다고 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1.  『스트레스』 – 몸과 마음을 잠식하는 반응의 메커니즘

『스트레스』는 왜 우리의 몸과 마음이 스트레스에 그렇게 취약한지를 신경과학·내분비학·심리학을 가로질러 설명하는 책입니다.  급박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진화한 스트레스 반응이, 현대 사회에서는 끝없이 이어지는 업무·관계·경제적 불안과 만나면서 만성적인 긴장과 병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다양한 연구와 사례로 보여 준다.  읽다 보면 “지금 느끼는 이 불편함이 나만의 문제는 아니구나”라는 안도와 함께  무엇이 나를 특히 더 예민하게 만드는지,  어떤 상황에서 내 몸이 자동으로 ‘비상 모드’로 바뀌는지,  스트레스의 고리를 어디에서 끊을 수 있을지
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2 .  『행동』 – 한 행동 뒤에 겹겹이 쌓인 맥락들

『행동』은  인간의 어떤 행동 하나를 두고, 그 직전의 뇌 활동부터 몇 분 전 호르몬 상태, 유년기의 경험, 유전자와 진화, 그리고 문화와 역사까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설명합니다.  폭력과 공격성, 편견 같은 어두운 행동뿐 아니라, 공감·이타성·협력 같은 장면까지, 한 인간의 행동이 “단일 원인”으로는 설명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하나의 주장을 위해 여러 실험과 근거로 설득 합니다. 생소한 뇌 관련 용어에 익숙하다면 보면 진도가 더 빨라 집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어떤 사람의 행동을 그 사람의 성격 한 줄로 단순화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사람의 뇌와 호르몬, 자라온 환경과 지금의 스트레스 수준, 속해 있는 조직 문화까지 겹겹이 쌓인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되면, 화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거리를 두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조금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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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초 읽은 책은 두 권입니다.  박소령의 『실패를 통과하는 일』과 최혜진의 『에디토리얼 씽킹』 입니다.  독서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그날의 대화와 내 일을 겹쳐 보며 천천히 정리하는 중입니다.  정리가 어느 정도 모이면 각각 독서록으로 따로 남길 생각입니다. 

 

1. 실패를 ‘통과하는’ 경험에 대하여

『실패를 통과하는 일』은 콘텐츠 스타트업 퍼블리를 창업해 10년간 이끌고, 회사를 매각하면서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기까지의 시간을 기록한 책입니다.  성공담이나 극적인 엑시트 스토리가 아니라, 그 사이에 있었던 잘못된 의사 결정과 후회, 버티기와 정리의 과정을 “사업 일지”처럼 솔직하게 풀어낸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실패가 더 이상 “극복해야 할 사건”이라기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나라는 이해하는 메타인지 과정입니다.  대표로서 직원을 바라보는 시선, 투자와 자금, 회사를 끝까지 함께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조직 안에서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고 결정해 왔는지를 보여 줍니다. 

 

2. 흩어진 것을 편집해 의미를 만드는 일

『에디토리얼 씽킹』은 “모든 것이 다 있는 시대에, 나만의 콘텐츠와 창작물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한 생각법을 다룬 책입니다.  무수한 정보와 잡음 속에서 특정한 것에 주목하고, 그것들 사이의 관계와 맥락을 엮어 하나의 메시지와 구조를 만드는 과정을 “에디토리얼 씽킹”이라 부릅니다. 책의 목차가 바로 그 과정, 자료를 수집하고, 연상하고, 범주화하고, 관계를 묶고,  컨셉과 프레임을 세우는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독일의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의 젠텔카스텐 메모 기법처럼, 작은 메모들을 서로 연결하며 점점 더 큰 생각의 덩어리로 키워 가는 방식과도 닮아 있습니다. 옵시디언 같은 메모 앱을 사용해 생각을 모으고, 그것을 글이나 콘텐츠로 만들어 가는 사람에게 특히 도움이 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3. 블로그를 편집 연습의 장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결국 내가 하는 일도 이 책에서 말하는 “에디토리얼 씽킹”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흩어져 있는 하루의 장면, 읽은 문장, 찍어 둔 사진들을 다시 꺼내어 한 편의 글, 혹은 한 장의 사진으로 편집하는 일. 『실패를 통과하는 일』이 일과 삶의 실패를 통과하는 태도를 묻는다면, 『에디토리얼 씽킹』은 그 실패와 일상의 조각들을 어떤 구조와 목소리로 편집해 낼 것인가를 묻습니다. 

 

 

 

 

아침 일찍  청량리역에서 기차를 타고 춘천으로 향했다.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은 점점 도시를 벗어나고 있었다.  젊었을때 익숙했던 대성리, 청평, 가평, 강촌 등을 지나쳐  남춘천역에 다다랐다. 남춘천역에서 내려 우리 가족이 향한 곳은 추천 풍물시장 이었다.  운좋게도 오일장이 열리는 날이라 시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수수부꾸미, 메밀 전병, 족발 같은  다양한 다양한 먹거리와 함께 뻥튀기 가계처럼 향수를 자극하는  상점들도 눈에 띄었다. 시장의 활기와 정겨운 풍경운 잠시 나마 어렸을때 장날로 돌아간 느낌 이었다. 장터의 소란스러움, 고소한 냄새가 어우러져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다. 시장 구경을 마친 뒤 인근  닭갈비 집으로 향했다. 전통적인 철판 닭갈비가 아닌 숯불에  직접 구워먹는 닭갈비를 준문 했다. 불향과 쫄깃한 식감으로 우리를 만족 시켰다. 식사 후에는 춘천 박물관으로 이동 했다. 강원도 영월의 창령사 터에서 출토된 오백나한이 상시 전시 중이었다. 웃는 얼굴, 명상하는 얼굴 등 각기 다른 표정을 가진 나한상들이 인상 깊었다. 

춘천 박물관 오백 나한

 

박물관을 나와 우리가 향한 곳은 산토리니 카페였다.  그리스 풍의 외관과 넓은 공간이 인상 적이었다. 주문을 마치고 2층으로 올라가니 한여름의 뜨거운 햇살이 들이 쳤다. 그 너머로 펼쳐진 풍경은 어디에서 본듯한 풍경이 이었다. 

산토리니 카페에서 바라본 모습 

 

산토리니 카페에서 바라본 모습 2

 

춘천 중앙시장으로 향했지만 풍물 시장과 달리 대부분의 상점이 닫혀 있어  조용한 분위기 였다. 수수 부꾸미를  사려고 했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인근 명동 닭갈비 골목에서 이번에는 고전적인 철판 닭갈비와 막국수로 배를 채웠다. 날이 저무는 도시를 걸어 춘천역으로 향했다. 

 

춘천 시장 근처 거리

 

 

춘천역으로 향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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