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저작을 읽다 보면 내용만큼이나 문체가 눈에 들어온다. 어떤 책에서는 비교적 논리적으로 논의를 전개하다가, 어떤 책에서는 짧은 문장들이 파편처럼 이어진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이르면 철학책이라기보다 시나 문학 작품을 읽는 듯한 느낌까지 든다.
처음에는 이것을 단순히 니체 특유의 글쓰기 취향이라고 생각했다. 니체를 읽다 보니 조금 다르게 보였다. 니체에게 문체는 생각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철학적 과제를 수행하는 방법 그 자체였다. 무엇을 생각하는지가 달라지면, 그것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도 달라져야 했다.그래서 니체의 철학적 변화는 내용의 변화이면서 동시에 문체의 변화였다.
문체에도 의지가 있다
보통 우리는 철학의 내용을 먼저 생각한다. 어떤 철학자가 무엇을 주장했는가, 어떤 개념을 만들었는가, 어떤 논리로 그것을 설명했는가를 본다. 문체는 그다음 문제처럼 여긴다. 같은 생각을 딱딱하게 쓸 수도 있고 쉽게 쓸 수도 있으며, 그것은 표현의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니체에게는 내용과 표현이 그렇게 쉽게 분리되지 않는다. 이를 “문체에도 의지가 있다”고 표현한다.
어떤 문체를 선택한다는 것은 단순히 글을 예쁘게 쓰는 문제가 아니다. 그 문체를 통해 무엇을 유지하고, 무엇을 흔들며, 무엇을 새롭게 만들어낼 것인가가 이미 결정되기 때문이다. 니체의 철학적 연대와 문체를 연결하면 흥미로운 구조가 나타난다. 청년 니체 — 논리적 문체, 이행기 니체 — 아포리즘, 성숙기 니체 — 시와 산문시 이것은 앞서 살펴본 낙타, 사자, 어린아이의 변신과도 겹친다.
낙타의 문체 — 논리적으로 말하다
청년 니체의 대표적인 저작은 『비극의 탄생』과 『반시대적 고찰』이다. 이 시기의 니체를 기존 철학과 가치에 아직 깊이 의존하고 있는 낙타의 시대로 본다. 청년 니체는 쇼펜하우어와 바그너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었고, 그들의 철학과 예술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표현했다. 그래서 표현 방식 역시 비교적 기존 철학의 형식을 따른다.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논의를 집중시키고, 일정한 결론을 향해 나아가는 방식이다.
말하자면 기존 철학의 언어 안에서 기존 철학의 문제를 다루는 시기 였던 셈이다. 물론 『비극의 탄생』이 단순히 전통적인 논문 형식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니체의 문체는 이때부터 이미 독특하다. 중요한 것은 상대적인 차이다. 이후의 니체와 비교하면 아직 하나의 논지를 중심으로 독자를 이끌어가는 방식이 강하게 남아 있다. 낙타가 짐을 짊어지듯, 청년 니체는 기존 철학의 내용뿐 아니라 그 표현 형식도 상당 부분 짊어진다.
사자의 문체 — 아포리즘으로 흔들다
바그너와 결별하고 기존 가치에 의문을 던지기 시작하면서 니체의 문체도 달라진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아침놀』, 『즐거운 학문』에서 두드러지는 것이 아포리즘이다. 아포리즘은 짧고 압축된 문장이다. 하나의 장대한 논증을 따라가기보다, 짧은 생각들이 파편처럼 놓인다. 이를 프래그먼트식 서술이라고 한다. 이 방식의 중요한 특징은 각 문장이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하기보다 여러 방향으로 의미를 발산한다는 것이다. 왜 하필 이 시기에 아포리즘이 필요했을까.
니체의 철학적 과제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행기의 니체에게 중요한 것은 아직 자기만의 완성된 가치를 선언하는 일이 아니었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지금까지 절대적이라고 여겨졌던 가치에 의문을 던지는 것이었다.
“왜 이것이 진리인가.”
“왜 이것이 선인가.”
“왜 우리는 이것을 당연하다고 믿는가.”
기존 가치의 고정성을 흔드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렇다면 하나의 전제에서 하나의 결론으로 나아가는 안정된 논리적 형식보다, 짧은 문장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독자를 밀어내는 아포리즘이 더 적합했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아포리즘은 단순히 짧게 쓰는 기술이 아니다. 아포리즘은 가치의 고정성을 해체하는 철학적 기술이다.
산봉우리 사이를 건너는 독자
니체는 아포리즘을 산봉우리에 비유한다. 산맥에서 가장 짧은 길은 봉우리와 봉우리를 잇는 길이다. 하지만 그 길을 건너려면 긴 다리가 필요하다. 이 비유를 생각하면 니체의 글이 왜 어렵게 느껴지는지도 조금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친절하게 모든 중간 과정을 설명하지 않는다. 하나의 봉우리를 보여주고, 조금 떨어진 곳에 다른 봉우리를 놓는다. 그 사이를 잇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보통 논리적인 글은 전제 → 설명 → 논증 → 결론 의 길을 만들어준다. 하지만 아포리즘은 문장 → 간격 → 또 다른 문장을 보여준다. 그 간격 안에서 독자가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니체의 아포리즘은 단순히 이해해야 할 문장이 아니라 사유를 시작하게 만드는 문장에 가깝다.
해독이 아니라 해석
니체는 『도덕의 계보』 서문에서 아포리즘은 단순히 해독되는 것이 아니며, 그때부터 비로소 해석이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역시 니체 독서에서 중요한 차이를 만든다. 해독에는 보통 하나의 정답이 있다. 암호를 제대로 풀면 원래의 의미가 나온다. 그러나 해석은 다르다. 같은 문장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는가에 따라 다른 의미가 열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차라투스트라』의 유명한 문장, "춤추는 별 하나를 탄생시키기 위해 사람은 자신 속에 혼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를 읽는다고 해보자. “혼돈이 창조의 조건이다.” 고 정리하면 문장의 기본적인 의미는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면 니체의 문장을 너무 빨리 닫아버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왜 별인가 ? 왜 별은 춤추는가 ? 왜 창조 이전에 혼돈이 필요한가 ? 내가 삶에서 없애려고 했던 불안정성 가운데 일부는 오히려 새로운 것을 만드는 조건일 수 있는가 ? 이 질문들이 시작되는 순간 아포리즘은 설명의 대상에서 사유의 출발점으로 바뀐다.
그렇다면 아무렇게나 해석해도 되는가
여기에서 최상욱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메타포로 읽기』가 도움이 된다. 이 책은 니체의 글쓰기에서 아포리즘뿐 아니라 메타포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준다. 『차라투스트라』에는 태양, 동굴, 독수리와 뱀, 바다, 사막, 다리, 밧줄, 춤 같은 이미지가 끊임없이 등장한다. 이것들은 단순히 어려운 개념을 쉽게 설명하기 위한 장식이 아니다. 메타포 자체가 니체가 생각하는 방식과 관계되어 있다.
한 가지 개념으로 세계를 고정하지 않고, 하나의 대상을 여러 이미지와 관계 속에서 바라보게 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과 아무 해석이나 가능하다는 것은 다르다는 점이다. 내가 어떤 메타포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했다면, 그것이 작품 전체의 다른 장면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태양이라는 이미지가 한 번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곳곳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사막과 산과 동굴이 어떤 관계를 맺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러므로 창조적 해석에는 자유와 함께 텍스트로 되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린아이의 문체 — 시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다
성숙기의 니체에게 이르면 문체는 다시 달라진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디오니소스 송가』에서 니체는 본격적으로 시적 언어를 사용한다. 왜 아포리즘에서 시로 이동했을까. 철학적 과제의 변화와 연결한다. 이행기의 니체에게 중요한 것이 기존 가치의 해체였다면, 성숙기의 니체에게 중요한 것은 새로운 가치의 생성이었다. 사자는 “아니오”라고 말한다. 어린아이는 그다음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 새로운 가치의 창조를 말하면서 표현 방식은 그대로 기존 철학의 언어만을 따를 수 있었을까. 니체에게는 새로운 철학을 위해 새로운 언어와 새로운 리듬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래서 『차라투스트라』는 논문이 되지 않았다. 산문시가 되었다.
왜 하필 시였을까
시는 논리적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는다. 하나의 단어가 여러 이미지를 불러오고, 문장의 리듬이 뜻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떤 문장은 이해하기 전에 먼저 몸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차라투스트라』에서 니체는 끊임없이 춤과 노래, 태양과 심연, 높음과 낮음, 가벼움과 무거움을 이야기한다.
만약 이것을 모두 철학적 정의와 논증으로 바꾼다면 같은 책이 될까. 아마 상당히 다른 책이 될 것이다.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존재다.” 라는 명제와 “인간은 짐승과 위버멘쉬 사이에 매어진 하나의 밧줄이다.” 라는 문장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후자의 문장을 읽으면 단순히 개념을 이해하는 것 이상으로 불안정함과 위험, 이동과 가능성의 이미지가 한꺼번에 들어온다. 철학적 생각이 이미지와 결합하면서 독자에게 다른 종류의 경험을 만들어낸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시는 새로운 가치창조의 철학과 만난다.
니체에게 메타포는 장식이 아니라 사유다
『메타포로 읽기』를 함께 보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메타포를 단순히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비유로 볼 필요가 없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보통 먼저 개념이 있고, 그것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비유가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차라투스트라』에서는 순서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낙타와 사자와 어린아이를 먼저 만나고 나서 우리는 정신의 변신을 생각한다. 다리와 밧줄을 만나면서 인간이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건너가는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춤을 보면서 가벼움과 긍정을 생각하게 된다. 즉 메타포가 이미 생각을 만들어낸다. 메타포는 이미 만들어진 생각을 꾸미는 장식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이 발생하는 장소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니체의 문체와 철학은 더욱 분리하기 어려워진다.
문체 자체가 사유한다
“문체는 단지 사유의 표현이 아니라, 문체 자체가 사유한다.” 니체의 철학적 변신을 따라가 보면 이 말의 의미가 조금 보인다. 기존 철학에 기대고 있을 때는 비교적 논리적으로 말한다. 기존 가치의 절대성을 흔들 때는 파편적인 아포리즘을 사용한다. 그리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려 할 때는 시와 메타포를 통해 새로운 감각과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세 시기의 관계를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낙타 — 수용 — 논리, 사자 — 해체 — 아포리즘, 어린아이 — 생성 — 시. 물론 실제 니체의 저작들이 이 세 가지 문체로 완벽하게 나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 시기에도 여러 표현 방식이 함께 나타난다. 중요한 것은 이런 구분을 정확한 문학사적 분류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니체의 철학적 과제와 글쓰기 방식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었는지를 이해하는 틀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차라투스트라』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이제 『차라투스트라』를 읽으면서 질문을 하나 더 붙여보려고 한다. 예전에는 주로 이렇게 물었다. “이 문장은 무슨 뜻인가.” 앞으로는 그 뒤에 하나를 더 묻고 싶다. “왜 니체는 이 생각을 하필 이런 식으로 말했을까.” 왜 낙타이고 사자인가 ? 왜 어린아이인가 ? 왜 다리인가 ? 왜 춤이고, 왜 태양이며, 왜 심연인가 ?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묻는다. “이 표현을 다른 말로 바꾸었을 때 사라지는 것은 무엇인가.” 아마 그 사라지는 것 안에 니체의 문체가 가진 철학적 힘이 있을 것이다.
내용이 바뀌면 표현도 바뀌어야 하는가
니체의 문체 변화를 살펴보다 보니 철학을 넘어 글쓰기 자체에 대한 질문도 생긴다. 새로운 생각을 한다면서 늘 익숙한 표현만 사용한다면 정말 새로운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반대로 표현 방식이 달라지면 생각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을까. 니체에게는 아마 둘을 분리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그는 기존 가치를 흔들기 위해 글의 구조를 흔들었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위해 철학과 시의 경계까지 흔들었다. 그래서 나는 니체의 문체를 이렇게 이해하게 되었다.
니체에게 문체는 철학의 포장이 아니라 철학의 실행이다. 논리는 생각을 집중시키고, 아포리즘은 고정된 가치를 흔들며, 시와 메타포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차라투스트라』가 유난히 어렵게 느껴지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그 책은 우리에게 이미 정리된 생각을 전달하려는 책이 아니라, 독자 안에서 새로운 생각이 일어나기를 요구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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