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이 나를 찾아왔다.

 

 

그렇게 시작됐다. 나의 유랑길은.

 

한 시대의 끝간 데까지 온몸을 던져 살아온 나는, 

슬프게도 길을 잃어버렸다. 나는 이 체제의 경계 밖으로 

나를 추방시켜, 거슬러 오르며 길을 찾아 나서야 했다.

‘앞선 과거’로 돌아 나오고자 하는 기나긴 유랑길이었다. 

 

오래된 만년필과 낡은 흑백 필름 카메라 하나를 들고 

내가 가 닿을 수 있는 지상의 가장 멀고 높은 깊은 마을과 

사람들 속을 걸었다. 내가 찾아간 마을들은 

공식 지도에 없는 곳이 대부분 이었다. 

현장에서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길을 잃어버리곤 했다. 

 

이세계의 지도가 선명하고 첨단일수록 길은 하나뿐인 길.

그렇게 오래되고 다양한 삶의 길들은 

무서운 속도로 잊혀지고 삭제돼가고 있었다. 

어느 아침 나는 지도를 던져 버렸다. 

차라리 간절한 내 마음속의 ‘별의 지도’를 더듬어 가기로 했다.

 

막막함과 불안과 떨림의 날들. 난 모른다.  언제였는지.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왔는지 나는 모른다. 

길을 잃어버리자, 그 길이 나를 찾아 왔다.

아주 오래 전부터 누군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길에서 만난 그 땅의 사람들이

나의 살아있는 지도였고 나의 길라잡이였다. 

 

눈부시게 진보하는 세계와 멀어져 사람들 눈에 띄지도 않는

헌난한 곳에서 자급자족의 삶을 이어온 전통마을 토박이들.

자신이 무슨 위대한 일을 하는지 의식하지도 않고 

인정받으려고 하지도 않고, 인류를 먹여 살릴 한 뼘의 대지를 

늘려가고자 오늘도 가파른 땅을 일구어 가는 개척자들 

 

인간이기에 ‘어찌할 수 없음’의 주어진 한계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인간으로서 ‘어찌할 수 있음’의 가능성에 

최선을 다해 분투하면서, 우리의 삶은 ‘이만하면 넉넉하다’며

감사와 우애로 서로 기대어 사는 사람들.

 

역사에도 기록되지 않고 마치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들처럼 잊혀지고 무시되고 있지만, 이들이야말로 

구누구보다 이 세상 깊숙이 자리르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야말로 이세게를 떠받치고 있는 

지구인류 시대의 진정한 ‘삶의 전위’이다

어느날 이들이 사라지고 나면 우리 삶의 지경과 

인간 정신은 단번에 그만큼 줄어들고 숨 막혀 오리라 

 

역사상 가장 풍요롭고 똑똑하고 편리해진 시대에

스스로 할 수 있는 인간 능력을 잃어버리고 모든 걸 돈으로 

살 수밖에 없는 무력해진 세계에서, 그들은 내안에

처음부터 있었지만 어느 순간 잃어버린 나 자신의 모습이다 .

 

조용한 시간, 내 마음 깊은 곳의 소리를 듣는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 ‘나 어떻게 살아야 하나’

 

나는 실패투성이 인간이고 앞으로도 패배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겠지만, 내가 정의하는 실패는 단 하나다.

인생에서 진정한 나를 찾아 살지 못하는 것!

진정으로 나를 살지 못했다는 두려움에 비하면

죽음의 두려움조차 아무것도 아니다. 

 

나에게 분명 나만의 다른 길이 있다. 

그것을 잠시 잊어버렸을지언정 아주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

지금 이대로 괜찮지 않을 때, 지금 이 길이 아니라는 게 

분명해질 때, 바로 그때, 다른 길이 나를 찾아 온다

길을 찾아 나선 자에게만 그길은 나를 향해 마주 걸어 온다

 

나는 알고 있다. 간절하게 길을 찾는 사람은 이미

그마음속에 자신만의 별의 지도가 빛나고 있음을.

나는 믿는다. 진정한 나를 찾아 좋은 삶 쪽으로 

나아가려는 사람에게는 분명, 다른 길이 있다. 

 

‘무력한 사랑’의 발바닥 하나로 써온 이 유랑노트가, 

그대 삶이 흔들릴 때마다 작은 위로와 용기가 되어주기를.

이미 오래 전부터 그대를 초대해온 그이들과 함께 

내마음의 순례길을 걸어가 보자. 

 

한 걸음 다른 길로. 한 걸음 나에게로 

 

                                                           박노해 (다른길,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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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하는 독서의 힘>(북바이북, 2020.6월)을 읽었다. 독서와 글쓰기 강의를 하며 책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김민영, 권선영, 윤석윤, 장정윤 작가가 함께 썼다. 부제가 토론을 위한 논제 만들기 이다. 질문 독서의 노하우를 전수 받고, 논제 만드는데 도움을 받고자 책을 펼쳤다. 

 

책은 4장으로 구성 되어 있다. 한장씩 나누어서 작성하였다. 1장은 질문하는 독서를 위한 마음 가짐(김민영) 이다. 2장은 홀로 책 읽는 이를 위한 질문 독서(권선영)을 실었다. 3장은 책모임의 논제 만드는 법과 논제 토론 진행 노하우를 구체적으로 담았다.(윤석윤) 4장은 독서 교육을 위한 논제 독서(장정윤)는 초등학생과 청소년을 포함한 독서 토론 수업 법을 다루었다. 

 

1장과 2장은 잘 읽고 쓰기 위한 방법으로 질문하는 독서를 다루고 있다. 잘 읽기 위해서는 기록하고 메모하며 다양한 관점에서 질문한것을 권장하지만 세부적인 방법에서 차이가 있었다. 책 읽는 이유를 다시한 돌아 보고, 문제 제기로 부터 질문으로 이어지는 구체적 과정이 제시되어 있는 2장 내용이 도움이 되었다. 3장은 논제 만들기로 모임을 진행할때 논제를 만들어 놓고 놓치는 부분이 없는지 참조용으로 읽었다. 마지막장은 초등학생과 청소년을 위한 독서 교육을 진행한다면 도움이 될 내용이다. 내게는 직접적인 필요로 다가오지 않아 목차 중심으로 읽었다. 

 

제 1장에서는 질문을 위한 독서 습관으로 기록하는 습관을 강조한다. 책을 읽고 독후감, 서평 쓰기를 권장한다. 작가의 경험을 배경으로 블로그 글쓰기를 추천한다. 책을 읽으면서 어떤 내용이 질문이 될 수 있는지 소소한 예를 든다. 책 모임에서 이 질문은 고정관념을 드러나게 하며, 읽기를 깊게 만들고 사고의 폭을 넓힌다. 이는 책에 대한 자기 입장을 갖는 단계로 이어진다. 명확한 근거에 따른 자기 입장을 갖는 사람들 중심으로 책모임을 하다 보면 고정관념에 작은 창은 낼 수 있다고 한다. 

 

“적게 읽더라도 자기 입장을 정리하며 느리게 꾸준히 가는 독서야 책의 유효기간을 늘리는 습관이다. 저자의 주장을 무조건 신뢰하지 않기, 권위를 추종하지 않기, 자기 생각을 포기하지 않기 세가지 약속에 충실한 읽기라면 쓰기와 토론으로 나아갈 수 있다 ”(p.49) 

 

2장에서 책을 잘 읽기 위한 방법으로 채게 표시하며 읽기를 권장한다. 책에 푹 빠지기 전에 브레이크를 걸어 주기 위한 방법이다. 밑줄긋기, 단상 메모하기, 발췌 하기 이다. 책을 나만의 노트로 만들라는 책읽기 방법의 다른 표현이다. 책에 메모하고 줄 긋고 단상을 적는 것이다. 이 책은 나만의 책이자 내 생각의 변화를 기록한 노트가 되는 것이다. 작가는 질문의 힘을 기르기 위해 기본적인 독서양이 요구 된다고 한다. 배경 지식이 확보를 위해서 이다. 실천 전략으로 독서 목록을 만들어 방향성을 갖는 책 읽기를 권장한다. 

한계로 상승하기 위한 양의 축적이며, 폭 넓은 시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어 책을 읽으면서 질문으로 이어지기 방법을 안내한다. 질문하는 습관 기르기 이다. 불편함을 문제의식으로 연결하고, 개인의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확장하는 것이다. 칼럼이나 기사에서 찾은 사회 이슈에서 키워드를 찾아 내고 질문을 확장 하라고 한다. 이러한 질문이 자기의 확고한 입장으로 이어진다. 

 

질문을 만들고 생각을 정리하면 자기 입장이 생기고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진다. 질문하는 습관이 가장 빛을 발할때는 같은 주제의 ‘다른글’을 읽을 때다. 그간 쌓은 배경지식과 자기 주관을 가지고 읽기에 글을 보는 안목이 달라졌음을 스스로 깨닫게 되지 않을까. (p.69)

 

고통받는 이의 곁에 있는 사람들, 너무 고통스러워서 누구의 말도 귀에 들어 오지 않는 사람들, 누군가에게 공감할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들, ‘진정한’공감의 필요성을 이야기기 하는 사람들....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봄으로써 삶의 다양성을 경험하고 자의적인 생각에서 벗어 날 수 있다.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질문을 만들지만 습관이 되면 절로 궁금해진다.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생각은 깊어진다. (p.71)

 

작가는 이어 성찰과 사유를 위한 구체적 질문 만들기 방법을 설명한다. 책을 읽는 이유가 뭔가요 ? “삶의 변화를 경험하기 위해서 책을 읽습니다.” 책을 읽는 이유가 편향된 의식을 바로 잡고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책 읽기 목적에 부합하는 질문이다.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고 교양을 보이기 위한 책 읽기가 아닌 머리에서 가슴으로 공감하며 해동하기 위한 책 읽기이다. 책을 읽고 실천을 위한 질문을하는것이다. 나이 책읽기 목적을 한번 돌아 보게한 부분 이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유지해온 관습, 환경, 습관 등의 영향이 여전히 남아 있는데다 변화의 과정이 그다지 드라마틱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화는 눈에 보이지않게 차곡차곡 쌓이다가 어느 한순간 발현된다. 책한권을 읽더라도 삶에 작은변화를 경험하는 것.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 (p.74)

 

작가는 이어 “나와 타인을 깊이 이해하는 질문”, “사회를 보는 다양한 관점의 질문”을 설명한다. 공감을 위한 질문이다. 감정적인 공감에서 벗어나 그럴 수 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까지 볼 수 있는 안목을 요구 한다. 질문을 통해서 사회를 드러낸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인간의 삶은 각각의 논리가 있기 마련이다. 그 논리를 역추적하다 보면 완벽하지는 않아도 인물의 삶을 이해하거나 공감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나 역시 똑 같은 선택을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양한 인물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에 중점을 두면 된다. 이런 경험이 누적되면 비슷한 사람을 현실에서 만나게 되었을때 한 번더 그의 입장을 생각해 볼것이다. ..평생 경험해보지 못할 누군가의 상처, 고통, 절망, 슬픔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소설을 읽을 가치가 있다. (p.81)

 

책을 읽으며 질문을 던지고 생각을 정리하며 다다른 최종 단계는 글쓰기 이다. 작가는 소설가 김영하를 이용하여 글을 쓰는 행위는 내가 살아 있음을 나타낼 수 있는 마지막 권리라고 한다. 뇌졸증으로 전신 마비가된 프랑스 엘르의 편집장 장 도미니크 보비가 눈 깜박 임만으로 글을 썼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글을 씀으로써 재 질문을 명확하게 한다. 다른 책에서 질문의 해결 책을 찾을 수 없을때 이데 대한 답으로 글을 쓴다면 새로운 영역에 대한 글쓰기가 되는 것이다. 변화의 방향을 다른 사람에게까지 향하는 것이다. '독서내공' 을 전수 받은 느낌 이었다. 변화를 위한 실천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소설가 김영하는 에세이 <말하다>(문학동네, 2015)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인간에게 허용된 최후의 자유이며, 아무도 침해할 수 없는 마지막 권리”라고 했다. 글쓰기는 틀에 박힌 삶속에서 숨 쉴수 있는 아가미이자 ‘나’로 온전히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인간의 특권이다. 김영하는 이어 “글을 씀으로써 우리는 세상의 폭력에 맞설 내적인 힘을 기르게 되고 자신의 내면도 직시하게” 된다고 말한다. 결국 글을 쓰는 행위는 지금 이순간을 살아가는 ‘나’의 존재 확인이다. (p.92)

 

독서가의 종착지는 자기 질문에 대한 답을 글로 써보는 것이다. 흩어진 생각들을 문장으로 표현하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글을 쓰면서 생각이 구체화되기도 하니 처음부터 입장을 정하지 않아도 된다. 글을 쓴 후 생각이 명징해지면 주체적으로 사고한 것에 기쁨을 느낄 수 있고, 정리가 덜 되었어도 같은 주제로 나중에 글을 쓸때 좋은 토대가 될 것이다.(p.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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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다 사람을 중심을 둔 북클럽 운영장의 성장기 <나는 오늘도 책모임에 간다>(김민영 저, 2020년, 북바이북)를 읽었다. 블로그 ‘글쓰는 도넛’, ‘유튜브 김민영 글쓰기 수업’을 운영하는 김민영 작가의 에세이다. 책모임 운영자의 생각과 참여자의 의견을 읽을 수 있었다.

요즘 책모임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가 앗아간 내 일상중의 하나이다. 책은 내가 직접 겪을 수 있는세상보다 훨씬 더 넓은 세상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게 해준다. 책 모임은 나만의 간접적인 체험이 공감을통해 보편성을 획득한다. 평등하게 말 할 수 있고 들어 준다는 경험은 책 모임의 장점이다. 모임을 통해 활자를 읽는데 그치지 않고 삶의 자세와 행동의 변화를 가져온다.

이 책을 읽으며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상상을 했다. 논제를 준비하고 모임을 진행하는 운영자의 모습이 보였다. 각자 새로운 시각으로 책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하는 참여자들도 보였다. 요즘 논제 중심의 독서모임을 많이 한다. 책 내용을 요약해서 세미나 위주의 책모임 보다는 논제 중심의 모임을 더 선호한다. 가끔은 어려운철학책은 진행자가 책 내용을 요약해오는 세미나 형 모임도 참석한다. 논제 중심 독서 모임에서는 논제와 진행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책에서 진행자의 논제에 대한 고민이 묻어 나온다. 작가는 작가의 인생책, <달과6펜스>에 독서모임 진행해 왔지만, 질문을 위한 모임을 추가한다. 주인공 스트릭랜드에 대한 질문보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작가이자 화자인 ‘나’ 시선도 꿰뚫으며 참여자는 질문을 추가한다. 이 물음이 진행자에게는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사람들을 초대하고 식탁에 앉아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며 생각을 나눈다. 작가는 논제를 음식을 장만하고 함께 나누는 과정이었다.

책 모임을 안해본 사람은 많지만 한 번만 한사람은 없다고 한다. 낮술을 한것도 아닌데 가까운 사람들에게도하지 못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소통하고 나누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나도 책모임에 발을 들여 놓고 지속적으로 참여 했다. 새로운 책을 만날 수 있고 다른 방향으로 볼수 있는 안목도 생긴다. 논제를 발췌하고 책 모임을 진행해 보았다. 작가는 추천한 책이 사랑을 받으면 춤이라도 추고 싶어 진다고 한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내가 준비한 논제로 준비한 모임이 잘 진행 되었으면 했다. 모임을 진행하면서 내 이야기는 줄이고 참여자들이 골고루 의견을 발표할 기회를 주려고 노력 하였다.

이 책에서는 독서의 방법도 등장한다. 한작가의 전작 읽기와 주제 읽기이다. 작가는 전작 읽기 책 모임을 진행 했다. 성석재, 김훈, 서경식, 도스토옙스키, 로맹가리, 스티븐 킹, 카프카, 오르한 파쿡, 올리버 색스, 귀스타브 플로베르 포함한 작가 들의 전작으을 읽는 것이다. 마음은 있지만 해당 작가의 전작 읽기는 시도해보지 못했다. 부러움의 시선으로 전작 읽기 책모임 후기를 읽었다. 주제 읽기 모임도 등장한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사법부> <6월 항쟁> <세월호, 그날의 기록> 이다. 모임을 운영하는 작가는 책의 순서도 중요하다고 덧 붙인다. 모임을 통해 독서를 이어가는 것이다. 모임은 책읽기와 토론에만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글 쓰기까지 이어진다. 함께 모여서 읽고 쓴다면자기 검열로 부터 벗어 날 수 있다고 한다. 작가는 나타리아 긴츠부르그의 <가족어 사전> 모임의 예를 들어설명한다. 글쓰기의 강력한 동기 부여를 위한 책 읽기 모임도 만날 수 있다. 글쓰기로 부터 구원 받은 올리버색스의 자서전 <온더무브> 모임 이다. <온더무브>를 포함하여 모임 진행한 책들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책모임의 기록이 나의 책읽기로 독려하고 있다. 코로나 상황이 개선되어 이 책의 제목처럼 '나는 오늘도 책모임에 간다'가 일상이 되었으면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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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어렸을때 읽었다. 중학교 때인지 고등학교 때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시골 d외갓집에 갔는데 외삼촌 방에 책이 꽂혀 있었다.  외삼촌은 도시에서 생활해서 방은 항상 비어 있었다.  책상에 꽂혀 있는 책중 기억에 남는 것은 "대망"과 셰익스피어 전집 이었다.  그 당시만해도 글들이 세로로 쓰여져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도 하드커버에 세로로 쓰여진 책을 읽었다. 밤에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읽었다. 문학 소년이 아니었는데 다른 책은 거의 읽지 않았는데  셰익스피어만 읽었다. 세부 줄거리는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읽고 나서의 느낌들은 어렴픗이 기억이 났다. 그뒤로 한번도 읽지 않았다. 

 

독서 모임 책으로 선정되었을 때 참석을 바로 결정하지 않았다.  유명한 책이어서 인지, 어렸을 때 읽어서 인지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았다. 망설임 끝에 참석하기로 하였다.  참석의 이유는 책보다는 3의 공간과 시간 측면이었다. 집과 회사의 반복적인 바뀜이 아니라 깨끗한 도서관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았다. 책의 내용보다 공간의 느낌이 나를 불렀다. 모임을 리딩하는 사람과 참석자도 좋았다.  이번에도 책 전체를 읽지 못하고 모임에 참석했다.  전체 적인 줄거리를 먼저 파악했다.  어렸을때 읽었던 내용이 조금씩 기억났다. 논제를 받아보고 관련된 부분 중심으로 읽었다. 논제 중심 독서 모임은 책을 다 읽지 않아도 얼마 든지 모임에 참석해서 이야기 할 수 있다. 물론 여러번 읽고 가면 이해의 폭과 이야기의 깊이가 다르겠지만 일반 모임에서는 충분히 대응이 가능했다. 

 

독서 모임이 시작되었다. 1층 북카페이다.  통유리로 되 있는 창문 밖에는 녹색 잔디가 보였다. 비온 뒤라 녹색이 더 짙게 느껴 졌다. 여름이지만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준비 했다.  뒤에는 책장과 책들이 있다. 오늘은 6명정도 모였다. 책소개가 있었다. 4대 비극인 햄릿, 맥베스, 리어왕, 오델로의 공통점은 성격의 비극인 반면 로미와 줄리엣은 운명적인 비극이라고 한다.  고귀한 신분의 주인공들이 저마다 비극적 결함을 지니고 결국에 거의 모든이들이 함께 파멸한다.  권선 징악이 실현되지 않고 무고한 희생자들의 죽음으로 끝이 난다. 셰익스피어를 이야기 하면  동시대의 세르반테스가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같은 날 사망했으며, 돈키호테와 햄릿의 성격이 비교 된다. 

 

논제를 책상위에 두고 차례로 대화를 이어갔다. 햄릿은 선왕의 혼령이 당부한 복수를 시작으로 형제간의 음모, 질투와 살인, 삼촌과 결혼한 어머니에게 보이는 햄릿의 미움과 사랑, 햄릿의 연인 오필리아의 비극적 사랑을 다룬다. 별점과 나누었다.  모두들 4점대였는데 한회원만 1.5라고 하였다. 희극 대본이서 그런지 불친절하고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아서 낮은 별점을 주었다고 하였다.  1500년대의 책이지만 현재에도 통용되는 인간의 감정을 잘 다루고 있어서 대부분 4점대를 부여 했다. 

 

햄릿의 유명한 "사는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독백관련 논제에 줄을 치고 회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햄릿은 복수할 명분은 있으나 계속 망설이며 실해에 옮기지 못한다. 복수할 적기임에도 기도중에 결행하면 천당에 보낸다고 생각하여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정작 실수로 재상 폴로니어스를 죽이게 된다. 이 또한 비극이지만 이는 또다른 비극으로 이어지다. 폴로니어스의 아들 레어티스와 햄릿의 결투가 비극의 마지막 향해 달려 간다.  결투 중에 햄릿이 마시도록 준비된 독이 든 포도주를 왕비가 마시고 죽는다. 레어티스는 독이 묻는 칼로 햄릿에게 상처를 내지만 그자신도 그 칼에 찔려 죽게 된다.  왕비도 죽으면서 포도주에 독이 들었다고 외치고, 레어티스도 죽으면서 왕의 계략을 폭로 한다. 결국 왕도 햄릿의 칼에 죽게 된다. 결말에서 주요 등장임물들이 모두 죽게 된다. 

 

모두가 죽게되는 비극이  햄릿의 우유 부담함과 치밀하진 못한 계획인가 ?  결정의 유예 탓인가 ?  햄릿의  대사처럼  '결과를 너무 꼼꼼하게 생각하는 비겁한 망설임인지" 생각했다. 현실은 계획처럼 처럼 되지 않고 권선징악의 세계가 아니다. 우연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1500년대의 이야기가 현재에도 유효한 이유이다. 우리의 본성은 많이 변하지 않았음이다. 

 

있음이냐 없음이냐(To be or not to be), 그것이 문제로다. 

어느 게 더 고귀한가, 난폭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맞는 건가, 아니면 

무기 들고 고해와 대항하여 싸우다가 

끝장을 내는 건가, 죽는 건 - 자는 것뿐일지니, 

잠 한번에 육신이 물려받은 가슴앓이와 

수천 가지 타고난 갈등이 끝난다 말하면,

그건 간절히 바라야 할 결말이다. 

죽는 건, 자는 것. 자는 건

꿈꾸는 것일지도 - 아, 그게 걸림돌이다. (95쪽)

 

*민음사 책은 To be or not to be를 사느냐 죽느냐가 아니라 있음이냐 없음으로 번역하였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 시간을 판 주소득이 먹고 

자는 것 뿐이라면, 짐승 이상은 아니다

우리에게 그렇게 넓은, 앞뒤를 내다보는

사고력을 넣어주신 분께서, 그 능력과

신과 같은 이성을 쓰지 않고 썩이라고 주신 건 

분명코 아니다. 헌데 이 무슨

짐승 같은 망각인지, 혹은 결과를 너무 

꼼꼼하게 생각하는 비겁한 망설임인지 -

그 생각을 쪼개봤자, 반에 반만 지혜이고 

나머지는 비겁함이겠지만- 난 내가 왜

이건 하리라고 살아 말하는지 모르겠다,

해치울 명분과 의지, 힘과 수단이 있음에도 

흙처럼 흔한 예가 날 훈계한다 (1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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