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사무실 책상위에 놓여 있는 핸드폰에 벨이 울렸다. 익숙한 번호 였다. 그러나 깜짝 놀랐다.  이시간에 전화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번호이다.  큰 딸 전화 였다. 짧은 순간 무슨 일까 ? 생각했다.  다행히 들려오는 목소리는 즐거운 목소리 였다. 다행이구나 안심했다.  그냥 학교 끝나고 전화 했다고 한다. 오랜 만에 아빠가 휴가 복귀해서 전화 했다고 짧게 이야기 하고 끊는다. 진행하고 있는 업무가 있어서 바로 생각속에 사라 졌다. 집에 도착 후 큰딸 방문을 두드렸다. 들어 오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요즘은 노크를 하고 바로 들어가면 혼난다. 들어 오라는 말이 떨어진 다음에 문을 열어야 한다.  오후 아빠에게 전화 한 이유를 물어 보았더니 아빠가 걱정되서 전화 했다고 한다. 오랜 만에 일하는데 힘들지 않은지 궁금 했다고 한다.  본인도 방학 후 학교에 가면 처음에 힘들다고 한다.  고마워하고 방문을 나왔다. 

오늘 아침 출근 했을 때는 작은 딸로 부터 문자 메시지가 왔다. 밥 잘먹었다는 문자와 함께 하트 이모콘티 였다.  아침에 스팸을 준비 해줘서 그런가 보다 생각 했다. 엄마는 몸에 좋지 않다고 스팸을 못먹게 하는데 아빠는 자기가 좋아 하는 것을 해줘서 고맙다는 내용 일 것 이다. 작은 딸은 운동 가서 아직 집에 안 와서 확인 못한다. 집에 오면 꼭 물어 봐야 겠다. 

휴가 기간 동안 가능한 일은 잊고 가족하고 시간을 같이 보냈다. 처음에 여행을 갈까 생각 했는데 대한민국 학생들은 바쁘기 때문에 갈수가 없다고 한다. 혼자 여행 간다고 이야기 꺼냈다고 가족에게 혼만 났다. 그 동안 가족을 떠나 생활한 걸로 충분하다고 한다. 그래서 여행도 포기 하고 가능한 그동안 못한 아빠의 역할을 하려고 했다.  아침 챙겨주기, 늦잠 잤을때 차 태워주기, 학원 끝날 때 마중 나가기, 운동 같이 하기, 식사 같이 하기.  같이 한 시간이 많아져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큰 딸과 작은 딸의 표현은 다르다. 작은 딸은 직접적으로 이야기 한다. 파견을 떠날때 큰 딸은 본인 사진을 내 지갑에 넣어 주었고,  작은 딸은 사랑한다는 쪽지와 클로바를 코팅해서 지갑에 넣어 주었다. 4년여가 지났지만 아직도 사진과 작은 코팅 용지는 내 지갑 한 부분에 꽂혀 있다. 파견 연장을 생각할때 큰 딸은 아빠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해 였다. 돌아 오면 좋고.. 작은 딸은 당장 돌아 오라고 하였다. 다 커버리면 같이 보내고 싶어도 못 보내니,  돌아와야 한다고 하였다. 아빠로 해준것도 없는데 고마웠다. 나에게 큰 선물 이었다. 

존재 자체만으로 누군가에게 선물이 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면 … 주는 행위 없이도, 준다는 생각 없이도 항상 무언가를 줄 수 있는 그런 삶을 살 수 있다면… (삶을 위한 철학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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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일상 글쓰기가 진행되면서 글 읽기에  변화가 있다. 책을 읽을 때  글쓰기를 생각하면서 읽는다. 이 내용이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의 주재와 소재가 될 수 있을까 ? 나의 경험과는  어떻게 연결 시키지 ?.  다른 사람의 글을 읽을 때도 분석적으로 읽고 있다.  본인이 하고 싶은 메시지를  3단계로 하여 구성 하고, 첫문장이 마음에 든다.  생생한 그림처럼 눈에 보이게 표현 했네.

책을 정리하다 발견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도 그중의 한 책이 이었다. 신영복은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20년 20일 동안 감옥에서 복역하였다.  감옥에서.  어머님, 아버님, 형수님, 조카에게로 보낸 짧은 편지들을 모은 책이다.  처음에 평화 신문에 실렸고 이후 책으로 펴낸 것이다. 군생활 하면서 읽었는데 많은 감동을 받은 글 이었다.  감옥이라는 제한된 환경에서 어떻게 지속적으로 글을 쓸수 있을 까 ? 무엇이 감동하게 했는지를 알고 싶어 다시 읽었다. 책이 오래되어 색이 많이 바랬지만 더욱 정감이 갔다.  

남자의 물건 (김정운 저) '신영복의 벼루' 편을 읽으면서, 감동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공감과 이해로 부터 출발한 글쓰기 였음을 확인 하였다. 

 “제가 근대적인 교육을 받았잖아요. 타자화하고, 대상화하고, 분석하고 이런거죠. 그래서 감옥에 가서도 처음에는 저 사람의 죄명이 항상 궁금하고, 형기가 얼마인지, 가정은 결손 가정 이었던가, 또 학력은 어느정도인가 부단히 분석 했어요. 그게 아주 근대적인 사고로 굳어져 있었지요. 그런데 이 사람들하고 긴긴 겨울밤, 파란 만장한 인생사를 들으면서 아, 나도 저사람 같은 부모를 만나서 저런 인색 역정을 겪었으면 똑같은 죄명으로 그자리에 앉아 있겠구나 하는 공감을 갖게 되요, 아마 한 5, 6년 걸리지 않았나."

나의 글 읽기에 공감과 이해를 추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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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동호회에서  테니스 복식 경기가 있다. 라켓을 메고 테니스 장으로 향한다. 도착 하니 오전 9시다. 좀 늦은 편이다. 복식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오는 순서대로  4명이 되면  경기를 시작한다. 경기가 끝나면 다음 4명이 경기에 참여 한다. 실력이 비슷해야 경기가 재미 있다. 실력 차이가 나면  경기 흐름을 깬다. 자신의 실력과 참여자의 실력을 평가 해서 팀을 구성해야 한다. 아직 실력이 낮은 단계인 나는 아침에 일찍온다. 일찍 오는 사람들과 실력 차이가 덜 하기 때문이다.    

테니스 시작 한지는 몇년 안되었다.  해외 파견 생활중에 시작하였다. 동료가 테니스 경기를 재미 있게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시작 했다.  아침,  저녁 시간만 나면  강습을 받았다.  저녁 9시 이후에는 동료들 경기가 있기 때문에 이전에 강습을 받아야 했다. 저녁 식사도 거르고 강습을 받은 적도 있다.  더운 곳이기 때문에 1시간 강습 받고 나면 온 몸이 땀에 젖었다. 강습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동료들과 게임에 참여 하였다.  경기에  참여 하는 동안 모든 일상의 생각들은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테니스에  몰입하는 것이다. 주말이면  밤12시까지 게임을 했다.  땀을 흘리고 난후 같이 마시는 맥주 맛은 잊을 수 없다. 몸이 둔한 편인지 생각보다 실력이 빨리 향상 되지 않았다. 복귀 할때까지 테니스는 생활에 활력을 주었다. 

복귀 후 참여 한 동호회가 이곳이다.  모두 테니스 실력이 월등하다. 경기 중 실수하면 나의 파트너에게  미안할 때가 많았다.  실력을 향상을 시키고  다시 동오회로 돌아 오겠다고 결심하고 동호회를 잠시 떠났다. 중원에서 사부를 만나 내공을 쌓고 와야 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주력 무기인 라켓도 바꿨다. 라켓을 바꾸는 것 만으로라도 실력이 향상된 것 같았다.  휴가 기간에 집중 강습을 받았다.  지난 주  동호회 복귀 후  경기를 했는데  떠나기 전보다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다. 내공은 커녕 기본적인 초식도 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 났단 말인가?  경기 감각을 잃었을까 ? 자신감을 잃었을까 ?  아니면 라켓이 나에게 맞지 않은가 ? 많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 갔다.  오늘 다시 경기를 하였다.  지난 주 보다는 조금 나아진 졌지만, 아직도 스트로크는 이전 단계까지는 도달 하지 못했다. 경기가 빨리 지나 기를 바랬다.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실력 향상 실패 원인을 생각하다 격언 하나를 떠올렸다. "역사의 진보와 마찬가지로 학문의 진보도 항상 그때그때의 1보만이 진보이며 2보도 3보도 n+1보도 결코 진보가 아니다.”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를 떠올렸다.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에 나온 구절이다. 참고로 벤야민은 독일 출신의 유태계 비평가로 철학자, 번역가 등 다양한 면모를 지닌 사상가 였다. 사망 이후 인정을 받았다. 대표작은 '기술복제시대의 예술’ 로서 산업사회  매체의 변화에 따라 변하는 예술의 성격을 분석 하였다. 벤야민은 1보를 내딛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것이다. 학문의 진보 뿐이 아니라 테니스 내공도 1보 내딛는 것이 중요 했다. 2보, 3보 아니 n+1보를 꿈꾸며 1보를 소흘히 하였다. 천천히 한걸음을 내 디디며, 실력을 향상 시켜야 했다. 짧은 시간에 경기에 이기기 위해 무리를 했다. 한번에 뛰어 넘을려고 했다. 내공을 위한 1보를 계획 했다.  지속적으로 경기에 참여하기로 했다. 경기시 파트너에게 신경을 너무 쓰지 않고 나의 1보를 내딛는 것이다. 시간이 될때 마다 초식부터 단련하여 내몸이 기억하도록 단계적으로 내공을 쌓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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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책장 정리하였다.  급하게 이사를 해서 책장 정리를 못했었다. 매번 책과 물건을 찾는데 시간을 많이 허비 했다. 책의 수량은 얼마 안되지만 정리 정돈이 안되어, 책 한권을  찾기 위해 전체 다 살펴 봐야 했다.  언제가 정리 해야 겠다고 미루다가 오늘 드디어 시작하였다.  내가 이책을 언제 샀지 ? 하는 책도 있고,  어렴풋이 읽은 기억은 있는데 내용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책도 있었다. 책장에서 빼내어야 할 책도 있다. 시기가 오래되었고 생각이 바뀌어, 다음에 읽을 가능성이 없는 책이다. 책장에서 가장 오래된 책은  ‘이대로 어른이 된다면 (십대들의 쪽지)’, '노동의 새벽’,  '감옥으로 부터 사색’ 이다.  이 책을 보면  학생 시절이 기억이 난다. 아마도 계속 책장과 함께 할 것이다. 두시간을 예상 했는데, 오후에 시작하여 저녁에 마무리 하였다.  정리 하다 보니 욕심히 생겨서  정리 범위가 커졌다. 책을 다시 분류하고  위치를 변경하였다. 찾기 쉽게 하였다. 

책과 함께 정리하는 것은 노트,  일기장, 각종 자료 들이다.  노트를  정리하다 묵직한 노트 하나를 발견 하였다. 펼쳐 보니 가족 기록장 이었다. 날자와 그날 이벤트와 느낌 들이 적혀 있었다.  잊고 지냈던 일들이 파노라마 처럼 펼쳐져 있었다.  여행 이야기,  햄스터 이야기, 생일 축하 메시지, 가족의 이벤트, 서운함 들이 적혀 있었다.  예쁜 손글씨도 보였고 악필로 보였고,  만화 그림도 있었다.  가족의 역사와도 같은 기록물 이었다.  반가 웠다. 수년 전 가족의 소통을 위해 만들 었던 것이 었다. 학생 시절 동아리 소통 노트가 생각나 만든 것이 이었다.  동아리 방에 가면 탁자위에  항상 노트가 있었다. 누군가 왔다 간 이야기 부터,  단상, 개인 적인 소신, 취중 진담, 에세이 등 동아리의  소통 채널 이었다. 그 당시에는 카페나, 밴드, 카톡 등이 없던 시절 이었다.  노트가 동아리의 역사 였고, 흔적 이었다.  아직도 아날로그적인 그 노트가 더 마음에 든다.   

가족을 모아 놓고 가족 노트를 다시 시작하자고 하였다. 모두 동의를 이끌어 냈다. 지금 하고 있는 글쓰기를 가족에게 확대 한 것이다. 물론 날마다 쓰라고는 하지 않았다.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나 느낌, 말로는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서로 쓰기로 하였다. 아쉬운 점은 아직 가족 노트 이름이 없다. 의견을 받아서 가족 투표에 붙여서 정할 예정이다.  지난 번 가족 노트에 남긴 나의 글들에 불만이 많았다.  단문 중심 이었다. 표현이 자연 스럽지 못했다. 다시 시작하는 가족 노트에 나의 글은 보다 자연스럽게 표현되고, 원고지 10장분량의 글이 많이 보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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