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이면 회사에서 승진 인사가 있다. 승진의 경우 사내 방송과 문서를 통해 전체 직원들에게 알려진다. 승진한 직원들은 축하 메시지나 전화로 한동안 바쁘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사람이라도 승진하게 되면 축하 메시지를 보내다. 진정으로 축하의 메시지도 있지만 향후 상사로 만나게 되면 잘 부탁드립니다 의 보험 메시지도 있다. 학교에 다닐때는 최고의 성적을 향해, 회사에서는 최고의 지위를 향해 달린다. 타인에 의해 존중 받고, 우월하게 인식 되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승진 인사 이후에는 자리를 내려 놓는 인사발령도 있다. 오름이 있으면 내림이 있다. 아쉬움과 미련을 남기고 회사를 떠나 간다. 그래서 연말이면 술을 두번 마신다. 소망을 이룬 사람과의 기쁨의 술잔을.. 과거에는 남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지만 이제는 자리를 내려 놓은 사람과 씁쓸한 술잔을 든다.
어제 저녁에도 술잔을 들었다. 부서원 들이 참여 하였다. 삼겹살에 소맥으로 시작 하였다. 건배로 한, 두잔을 들다 보면 취기가 올라온다. 차츰 맥주는 테이블에서 사라진다. 소주 빈병만 늘어 난다. 인생은 한번 뿐이고, 승진은 해야만 한다를 이야기 하다. “한번 뿐인 것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 (einmal ist keinmal: 독일어)” 와 “그래야만 한다 ! (Es muss sein)”를 옆에서 짧게 읊조렸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나온 문장이라고 한다. 책은 예전에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어떤 상황에서의 이야기 였는지 떠오르지 않았다. 기억력이 갈수록 떨어진다. 집에와서 몇 안되는 소설책중에 하나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꺼낸다. 해당 문장은 바로 찾을 수 있었다. 맥락이 바로 이해가 되지 않아 자료를 찾아 보았다. "한번 뿐인 것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는 끝이 정해져 있고 그렇기에 딱 한번 뿐인 인간의 삶이 가볍게 흐르는 것인가 ? 혹은 한번 뿐이기에 굉장한 무게감을 지니고 있는 것인가 ? 이 대립이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의 가치로 환원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래야만 한다.”는 벌어지는 일에 필연성을 부여하는 말이다. 우연히 일어난 일에 대해 필연성을 부여하는 것이 모순적이지 않는가 ? 한번뿐인 것들의 연속인 인생에서 벌어진 것들에 대해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라고 하는 행위는 확실이 깨닫지 못하기에 그저 그렇게 되었다고 외치는 것이다. 나에게 나가오는 것은 인생의 가벼움과 무거움, 필연과 우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