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회, 비가 오면 술을 마시는 모임이다. 술을 마시기 위한 구실중에 하나 였다. 퇴근 시간이 되어도 비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자전거 퇴근도 어렵게 되었다. 바쁜 일도 끝나서 마음의 여유도 있었다. 후배가 이혼 때문에 고민이 많다는 것을 들었다. 언제가 술한잔 하면서 고민을 들어주어야 겠다고 생각 했다. 후배에게 오늘 저녁에 시간이 되는지를 물었다. 된다고 하였다. 술을 마셔야 하는 이유가 충족되었다. 다른 동료에게 시간 되면 같이 가자고 했다. 명이 추가 되었다. 오늘 우주회는 3명으로 구성되었다. 모임장소는 정하지 않고 갔다. 우주회는 막걸리에 전과 빈대떡이 제격인데 회사 주변에 없었다. 사당역 주변으로 가기에는 멀었다.
우산을 쓰고 10여분을 걸어 나갔다. 우리 눈에 들어 오는 것은 치맥 이었다. 가볍게 먹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선호하는 종류 였다. 하지만 오늘 모임의 줌심은 후배 이므로 후배에게 물었다. 후배는 옆집의 족발 집을 더 선호하는 것 같았다. 모임은 족발집으로 정해 졌다. 족발과 보쌈을 안주 삼아 우리의 이야기는 시작 되었다. 소맥을 연달아 마시고 소주 잔을 몇번 부딪히다 보니 취기가 올라 왔다.
후배 이야기를 들어 주고 싶었는데 어떻게 이야기를 꺼낼까 고민이 되었다. 결혼 후 마음이 맞지 않아 싸웠던 우리 부부 이야기를 먼저 이야기 하였다.. 결혼하면 일정부분은 공유하고 이외 영역은 보장해주어야 하는데 그게 안되었다. 대부분의 부부가 배우자의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하고 제어 하려고 한다. 이것이 우리 부부의 부딪힘의 이유중에 하나 였다. 시댁을 비롯한 주변사람들과의 관계도 중요한 갈등의 하나 였다. 몇번 헤어질뻔한 순간이 있었지만 자식들을 생각하는 모성애로 헤어질 위기를 넘겼다고 했다. 지금은 관계가 많이 나아 졌다. 몇년간 해외 파견으로 떨어져 생활도 해보았고 최근 약 한달간의 휴가를 같이 보내다 보니 이해의 폭이 넓어 졌다.
후배는 본인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아내가 모든 것을 간섭하려고 하고 화를 자주 낸다고 한다. 싸움의 횟수가 늘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는 소설책의 첫 구절이 생각 났다. 반복되는 싸움후에 아내가 먼저 이혼을 이야기 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이혼을 하려고 하니 아내가 반대 한다고 한다. 이혼 조정기간이라고 하였다. 스트레스 검사를 했는데 상당히 높게 나와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고 하였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이야기는 현재의 스트레스를 풀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 했다. 출력하라고 했다.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 하고 표현하라고 했다. 그리고 글을 쓰라고 하였다. 말하고 쓰다보면 어느 순간 얽힌 실타래를 풀수 있을 것이다. 고민하고 있는 후배에게는 현실적이지 않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나에게 하는 이야기로도 들렸다. 다음으로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함을 이야기 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지킬 것은 지켜야 된다고..
이야기가 오가고 빈소주병이 늘어만 갔다. 그러다 보니 주량을 넘어선것 같았다. 이야기를 들으려고 왔는데 꼰데 선배로 내말만 많이 하지 않았는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는 계속 내렸다. 힘들때는 언제 든지 선배를 부르라고 다음 모임을 기약하고 모임을 마무리 하였다. 오랜만에 취해서 전철을 타고 집에 돌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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