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를 마치고 직장 동료와 저녁 식사를 같이 하였다.  문어 잠뽕이었다. 추자도에서 공수한 잠뽕이라고 한다. 짬뽕위에 문어가 올려져 있었다. 푸짐하고 먹음직 스러워 보였다. 가위와 집게로 문어를 자른 다음 면을 먼저 먹었다.  고량주 한병을 주문 했다. 서로 한잔 씩 주고 받았다. 대화의 주제는 우리의 일이었다. 새로운 프로젝트 시작으로 모두 바쁘고 정신 없다고 하였다. 주말에 카페에서 일한다고 하였다. 주중에는 전화나 메일 때문에 집중해서 일할 수가 없는데 주말에 조용히 정리하며 일을 할 수 있다고 하였다.  5시에 출근해서 집에 도착하면 10시라고 하였다. 수원에서 출퇴근 하니 서둘러야 한다고 한하였다.  주말에 일하면 집에서 동의 하는냐고 물었다. 집에서 이해한다고 하였다. 업무 압박으로 부터 자유로워지라고 하였다고 한다.

 

대화의 주제는 일상으로 옮겨 갔다. 추자도 이야기가 나왔다.  추자도에 갈치 낚시를 갔었다고 한다.  낚시 광이었다. 시간이 허락 하면 낚시배를  탄다고 하였다.  지갑에도 수 작업으로 새긴 황새치를 가지고 다녔다.  주말까지 일하면 삶의 에너지는 어디서 얻는지 물었다.  지금하고 있는 일이 좋아하는 일이라고 자신에게 이야기 한다고 한다. 정말  좋아 하는 일일까 ?  아니면 스스로 체면을 거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근무할때 보면 힘들다는 이야기를 무의식적으로 내 뱉었다.  한숨이 흘러 나올때가 많았다.  업무의 완성도를 위해 소진하는 삶이라고 생각 했다.  

 

비교 되는 동료가 있었다. 팀은 바빠도 정시 출퇴근을 하며, 개인 휴가도  잘 챙긴다. 자리도 자주 비우며, 주위에서는 업무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소위 명문대를 나와 미국에서 학위를 받았으며 평탄한 길을 걸어 왔다고 한다. 특정 분야의 업무만 수행 하였다.  연령대도 많이 차이 나지 않고,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데 일하는 방식과 태도가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  직장내의 구조적인 시스템의 영향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일부는 개인이 살아온 삶과 가치관에 따른 것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 했다.  

 

나는 어느쪽에 속할까 생각해 보았다. 중간 정도라고 생각했다. 요즘은 업무 시간에 집중에서 일하였다. 시간을 체크해가면서 일했다. 저녁을 먹고 1시간정도 일하다 퇴근하였다. 주말까지는 일하지  않는다. 최근들어  일의 강도가 높아졌다고 생각했다. 어제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이전에는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들었는데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았다. 무의식적으로 몸이  움직 였다. 좀비 처럼 멍한눈을 뜨고 핸드폰에 인터넷을 볼 뿐이었다. 식사를 했음에도 저녁 간식을 사서 먹었다. 배는 부르지만 무너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끔씩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들면 먹는 버릇이 있다. 당이 부족하다고 표현하지만 쉬라는 신호 인것 같았다. 피로 사회의 일원이다.   

 

엄청난 삶의 속도와 자기 성찰의 결여, 과잉 활동, 피로 및 불안의 증대는 현대사회의 주요 특징이기도 하다. 현대의 특성을 보여 주는 삶의 가속화와 부산함, 자기 존재에 대한 성찰의 결핍 등은 성과 사회와 피로사회, 불안사회가 이중으로 결속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노동 능력과 스펙, 몸값과 욕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극대화하며, 부산하게 노동하고 자신을 성과 주체로 경영해야만 하는 현대인은 한편으로 물질적 풍요를  분배받는 성과사회의 구성원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착취하는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되고 있다. (피로사회, 현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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