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날씨를 명명하는 말이 있다.  "꽃샘 추위" 이다.  김형수 작가의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 에서 문학을 정의하는 말에서 꽃샘 추위를 설명한다.  작가는 문학은 존재의 저 뒤쪽 어디에 있는 것들을 명명하는 것이라고 한다. 글을 쓰는 사람은 무슨 가치를 전달하는 자가 아니라 세계의 무엇을 명명하는 자라고 이야기 한다.  명명이란 이름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름은 다른 것과 차이를 나타내고 의미를 부여한다.  

바람은 차고 햇볕은 포근합니다. 자연과 거리두기를 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는 지겨운 날씨, 모든 계절의 미덕을 하나도 갖지 못한 이 앙칼진 추위야 말로 계정중에서 가장 짜증이 나는 것인데, 누군가 이를  ‘꽃샘추위’로 몀명 했습니다. 그 순간 우리는 마술을 경험하게 됩니다. 한국인이 알고 있는 날씨 용어중 가장 예쁜 이름을 갖게 된, 이 네글자로 인하여 얄미운 날씨가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단번에 역전됩니다. .. 겨울이 아무리 싫어도 꽃샘추위를 맞아야 벗어 날 수 있고, 봄이 아무리 그리워도 꽃샘추위를 건너야 만날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몀명의 힘이 아닌가 합니다. (22p)

독서모임에서 접했던 책이었다.  책의 두께는 얇지만 밑줄이 많은 책중의 하나 였다. 문학에 대해 차분한 어조로 설명하였다. 강의를 옮겨 놓은 책이다. 강의가  지루하지 않게 작가의 경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다른 설명은 쉽게 잊어 버리는 데 이야기는 계속 기억 되었다. “꽃샘 추위 외에  “가로등 불빛 이야기”  ”안내양의 수기”이야기 있다.  

'가로등 불빛 이야기'는 가족과 시골집을 다녀오면서 경험한 이야기 였다. 자녀가 작가에게 아버지는 왜 유명하지 않은지를 묻는다. 작가는 저멀리 보이는 가로등으로 자신을 설명한다. 묵묵히 한적한 시골길을 빛추는 가로등이다. 기억하는 사람도 적고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지만 절실히 필요로 하는 곳에서 역할을 다한다고 설명한다.   

한적한 시골길에 혼자 켜 있는 고독한 거로등처럼 존재하는 것, 이렇게 존재하는 자가 어법이 서툴거나 표현이 약하거나 인기가 없다고 해서 이 자의 입을 통해 명명되는 어둠 속의 것들의 가치가 작아질까요 ? 사실은 이것들이 인간의 세상을 만들어 갑니다.  이것이 세상이 필요로 하는 문학입니다… 삶의 고독을 극복한다고 해서 오직 혼자서만 내공을 쌓으려 하는 건 무모 합니다…여러 동료들과 창조적인 관계를 형성해야 찾을 수 있어요 (44p)

'안내양의 수기'는 글쓰기의 효과를 이야기 한다. 글을 쓰는 과정이 단지 생각을 글자로 베껴내는 과정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자기를 새로운 자기로 깨어나게 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글쓰기는 다른 사람을 공감하게 하여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진다고 설명한다. 

제목이 '어느 안내양의 수기' 입니다. 내용이 이래요. 전라도 바닷가 마을의 소녀가 서울 친척집에 식모살이를 하러 떠나 옵니다.  친척집에 비슷한 또래의 사내가 있었는데, 마침 사춘기를 맞게 돼요. 저도 사내이지만 이상하게도 사내들에게만 흔한 습성중하나인데,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하거나 좋은 감정이 생기면 그만큼 잘해주면 좋으련만 이상하게 자꾸귀찮게 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 친척집 아이가 그런 축이어서 자꾸 건드려서 힘들게 해요. 사실은 주인공도, 자기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기 때문에 무섭습니다. 그래서 집을 빠져나와요. 다급하게 도망쳐서 시내버스를 탔는데 갈곳이 없어요. 버스에서 못 내립니다. 결국 종점에서 안내양언니가 데려다가 취직을 시키는 거예요. 그래서 주인공도 버스 안내양이 되어 세파를 헤쳐가게 되지요. 이제 손님들과 싸우는 과정이 수없이 나옵니다. 차비를 안 내려고 숨는 것이 얄미워서 기어이 찾아내니까 침을 뱉고 가는 사람, 머리카락을 잡는 사람, 자꾸 발을 발을 걸어서 괴롭히는 사람, 제일 힘든 것은 속어로 삥땅이라고 하는데 혹시 아는 가요 ? 안내양이 돈을 감출까봐 단속하기 위해서 뒤지는 겁니다. 신체에 가장 예민한 나이에 접어든 여성을 벗겨서 항문까지 뒤지는 거예요. 수치심, 모욕감, 인간 혐오, 이런 것들을 고향에 있는 동생만은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열심히 돈을 모으는 겁니다.

저는 이 책을 얼마나 여러 차례 반복해서 읽고 울었는지 몰라요. 그러면서 거듭 문학이 인간에게 행하는 두가지의 영향을 깨닫게 합니다. 하나는 자기 인식의 기능으로서 글을 쓴 사람이 그로 인해  뭘 얻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그게 후기에 이렇게 나와 있어요. 나는 이 글을 쓰는 동안 계속 잠을 설쳤다. 어떤 때는 쓰다가 엉엉 우는 바람에 옆 사람까지 못 자게 하기도 했다. 어떤 대목은 복받쳐서 여러날이 지나도록 한 글자도 옮길 수 없었는데 그러고 나면 내가 부쩍 어른이 된 것 같았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퍽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되어 슬픈 감정을 많이 가졌는데 , 이제 그렇지 않다. 그간 고생한 것이 아깝지도 억울하지도 않다.(중략)

글을 쓰는 과정이 단지 생각을 글자로 베껴내는 과정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자기를 새로운 자기로 깨어나게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보통 말을 하면서 세계를 깨닫고 그것을 정리한곤 합니다. 어려운 고민이 발생했을때 상담이 필요해지는 것도 반드시 상대자가 해결책을 내려주어서가 아니라 자기가 이야기 하면서 스스로 정리할 수 있어서이기도 합니다. 글쓰기는 말하기의 열 배 위력은 될 거예요. 머릿속에서 애매한 것은 써보면 압니다. (중략)

고등학생이 되어 도회지로 유학을 나가니 안내양을 보게 됩니다. 이때 버스 안에서 제가 그책의 지배를 받고 있음을 깨달아요. 좀 우스운 고백인데요. 저는 시내버스를 타면 안내양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대단히 세심한 배려를 기울였어요. 차비도 알아서 잘 내고, 통로가 막히지 않도록 앞장서서 밀고 들어가고, 안내양이 손님이 싸우면 대부분 안내양 편을 들게 됩니다. '어느 안내양의 수기'를 읽으면서 눈물을 한 방울 똑 떨어뜨린 사람은 누구나 안내양게게 동화된 사람입니다.  독자가 감동을 받는 다는 것은 작가의 입장을 깊이 이해하고 그 뜻에 온몸으로 공감하다는 의미를 갖는 것이예요. ... 내가 닿을 수 없는 어느 곳까지 나의 글이 떠돌아다니며 내가 할 수 없었던 역할을 합니다... 어떻습니까 ?  글쓰기가 고단해도 한 번 해볼 만한 일인 것 같지 않습니까 ? (73p)

글을 쓰는 횟수가 늘어 나면서 내 생각들이 정리 되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공감하며 나의 작은 변화가 시작 되었다. 글쓰기가 고단해도 도전해 볼 만한 일임을 깨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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