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철학(지바마사야 지음/박재이 옮김, 책세상)을 읽었다.  퇴근 후 서점에서 들렀다가 발견한 책이다.  부재가 깊은 공부, 진짜 공부를 위한 첫걸음 이다. 공부와 철학이라는 단어가 관심을 끌었다.  옮긴이의  “내 공부의 역사는 이 책을 읽기 전과 후로 나뉠 것이다.”라는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왔다. 옮긴이의 공부의 역사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했다. 마지막 옮긴이의 말에서 확인 할 수 있었다. 

옮긴이는 다양한 공부와 독서를 이것 찔끔, 저것 찔끔, 건드리기만 하고 심도 있게 한 것은 없었다고 한다. 본인을 공부의 실패자라고 생각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한 죄책감과 강박이 있었는데 이책을 읽고 구원 받았다고 표현하였다. 통독 만이  독서가 아니고, 훑어 보기, 목차보기, 제목만 보는 것도 독서가 될 수 있다는 저자의 글에 ' 끝까지', '완벽히'에서 자유로워 졌다고 한다. 다양한 독서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설레이게 만들었다고 한다.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책 제목만 지나가며 읽어도  공부라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나도 공감을 하였다. 

공부에는 한도 끝도 없으니 중단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재개 하라는 말이 옮긴이를 잡아 끌었다고 한다. 중단과 재개의 반복 경험이 바로 공부라는 것이다. 중단하고 재개하고 또 중단하는 삶을 즐기는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어떤 공부도 두렴움없이 시작하고 중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하였다.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공부의 역사가 바뀌는 정도의 영향은 아니었다. 

나에게 있어 이 책은 책읽는 습관을 바꾸는  영향을 주었다. 하나의 주제에 집중하는 책 읽기이다.  이전 부터 생각 해온 것이지만 실행에 옮기는 계기가 되었다.  공부와 책읽기의  ‘유한화’다.  무한한 정보의 바다에서 쉴 새 없이 밀어 닥치는 파도에 동조하고 휩쓸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분야에 한정하고 공부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을 깊은 공부, 래디컬 러닝 이라고 한다. 

이는 어떤 환경이나 타자에 의해 동조 되었던 것을 새로운 영역으로 옮기는 것이다.  탈 영토화 인것이다. 전문분야에 깊이 파고드는 공부이다. 타자와의 동조가 아니라 메타적으로 깊이 파고 들어 ‘바보’가 된다고 표현한다.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본질을 질문하는 방식이다.  근거를 의심하고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를  '아이러니'라고 표현한다.  모든 것에 의문을 품으며 수직으로 깊어지는 사고이다.  이렇게 전문 분야에 깊이 파고드는 아이러니는 다른 방향으로 눈을 파는 ‘유머'로 이어진다고 한다. 하나의 주제에서 폭넓게 가지를 뻗어나가며 ‘한눈파는 사고법’이다.  T자형 인간에서 수평으로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주어진 담론과 환경, 관계에서 엇나가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새로운 가능성을 탐지한다. 불교의 선문답과 같은 것이다.  

분야를 유한화 할때 주의 해야할 점을 이야기 한다. 깊이 계속 파고드는 아이러니의 유한화가 자칫 결단 주의로 빠진다고 한다. 결단주의는 절대적인 근거를 손에 넣으려다 실패하고 무근거인 채로 결정하는 것이다.  결단의 내용과 상관 없이 임의의 타자와 만나 그 타자를 절대화 한다고 한다. 아이러니의 비판성은 살려두고 절대적인 것을 추구 하지 말아야 한다. 작가는 제대로 비교해서 고찰 하라고 한다. 절대적인 결론을 내려 하지 말고 비교를 계속 하라고 한다.  다양한 선택지를 계속 비교하는것이다. 작가는 '유머적 방향'이라고 명명한다. 비교를 계속하는 도중에 중단하고 더 나은 결론으로 임시 고정한다. 이후  다시 비교를 재개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것이 공부하는 과정에서 취해야할 기본 자세라고 한다.  어떤 결론을 임시 고정해도 비교는 계속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매일 정보 수집을 해야 한다. 다른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수많은 정보를 검토하며 계속 축적한다. 이것이 공부를 계속하는 것이다. 작가가 말하는 공부의 원리이다. 

내 책읽기를 이 원리에 적용해 보았다.  내가 집중하고 싶어 하는 분야는 두가지 이다. '일반 문화’와 ‘ 근대성’다. 문화를 이해하여  다양한 사람을 설명하고 싶다. 현재의 문화를  '근대성'과 연관시켜서 보고 싶었다.  유행에  동조해서 읽어야 할 독서 목록을 정하기 보다는 신뢰성 있는 작가(박민영)의 추천을 받아 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작가의 추천을 절대화하는 것은 아니다. 이 리스트로 임시 고정 하기로 하였다. 저자가 제안하는 공부의 원리와 같이 나의 공부는 지속적인 비교를 통해 더 나은 결론으로 나아갈 것이다. 

 첫 번째 과제로 '일반 문화'에  공부하기 위해 구매한 책이다.  <교양의 효용> 리처드 호가트, <상호작용의례> 어빙 고프만<구별짓기1,2> 피에르 부르디외, <여행을 팝니다> 엘리자베스 베커,<호모 루덴스> J. 호이징하 이다.  일반 문화에 대한 다른 책도 비교, 검토로 변경해 나아갈 계획이다   
 
이책은 철학 책임에도 친절하다. 결론으로 요약해주고 학문적 배경도 포함하고 있다. 들뢰즈, 카타리의 철학 용어인 '코드', '리좀', '기관없는 신체' 등도 자세히 설명해준다.  그들의 책  '천의 고원',  '안티오이디프스'를 생각나게 하였다. 아이러니와 유머론은 들뢰즈의 <마조와 사드>에서 의거 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매저키즘>으로 번역 되어 있는 것 같다. 다음에 읽을 책 리스트에 추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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