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인간을 약한것으로,
변호사는 인간을 악한 것으로,
목사는 인간을 어리석은 것으로 본다. (소펜하우어, 195p)
한 문장수집가의 아포리즘 에세이 “그말들이 나를 찾아 왔다”에 포함된 아포리즘 하나이다. 박민영 작가의 ‘글 창고’에 있는 5만매의 문장들 중에서 가려 뽑은 문장이다. 이 글에서 '자리에 묶이는 시선’을 이야기 한다. 우리는 우리의 의지만으로 사물을 보고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이 서 있는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개인적인 얘기와 엮어서 이야기 한다.
작가는 학생운동을 하였고, 군복무로서 의경을 경험하였다. 그러면서 정반대의 시선으로 사람들을 바라 보았다고 한다. 학생운동을 하는 입장은 혁명적 민중관 이었다. 민중은 사회혁명의 동력이자 주체 였다. 하지만 의경으로서 시선은 달랐다. 도심의 밤거리를 순찰 하면서 본풍경에서 술주정뱅이, 노숙자, 건달 등이 눈에 들어 왔다고 한다. 도심 전체가 잠재적 범죄자, 사고 뭉치들로 가득차 있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위치에 따라 시야가 틀려 지는 것을 경험한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용의주도하게 인식하고, 선택하고, 관리해야 함을 강조 한다. "자신이 서있는 자리는 신경쓰지 않은 채, 의지만으로 자신의 시선을 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의지는 시선이 아니라 자신의 위치(직위, 직종, 직업)에 적용되어야 한다. 그것이 더 근본적인 처방이다.” (197p)
문학을 위해서는 '일수 장사'하는 것보다는 '노가다'를 뛰는 것이 더 낫다는 김형수 작가의 글과 닿아 있습니다. "찜통을 지고 공사장을 오르는 몸속에는 시와 서사가 흐르나 온통 세속적 욕망으로 머릿속이 혼잡하면 문학은 들어설 자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삶은 언제예술이 되는가, 39p)
40여개의 아포리즘을 개인의 경험과 함께 풀어 놓았다. 작가는 자신의 사생활을 파는 연예인 같은 작가는 되지 않겠다는 생각때문에 개인적인 얘기는 잘 쓰지 않았다. 이책에서는 독자의 설득을 위해 개인적인 이야기를 포함하였다.
작가의 말처럼 이 아포리즘은 작가의 향기가 묻어 나온다. 오래 간직한 것이 있다면 만든 사람의 것이 아니고, 간직한 사람의 것이 된다고 작가는 말한다. 오래 입은 옷에 그사람의 체취가 배듯, 오래 간직한 문장에도 그 사람의 향기가 묻어 나온다. 작가가 선별한 문장은 작가의 향기가 묻어 나온다.
나의 조각배가
침몰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또 다른 바다를 향해 떠난 것 뿐이리. (윌리엄 채닝)
나에게는 일정한 뜻이 있고, 그 뜻을 품고 일정한 방향을 향해 나아가지만, 언제 어떤 재앙이 닥쳐 좌절될지 모른다. 특별한 재앙이 없더라도 능력 부족으로 혹은 운이 없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다. 그럴때 ‘저 사람은 왜 행운이 따르고, 나에게는 왜 불행이 닥칠까 ?’ 해봤자 부질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사람 한사람의 말, 행동, 의식, 도덕, 문화는 일정한 사회적 흐름을 만들어 낸다. 작가로서의 삶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그것이 허무한 것만은 아닐것이다. 독자들 몇명이라도 내글에 영향을 받는다면, 그 역시 작은 흐름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흐름들이 모여 큰 흐름을 만들어 낸다. (13p)
배가 항구에 정박중일때는 아무런 위험도 없다.
그러나 배는 그러자고 있는 것이 아니다. (김달진)
사람들은 구획된 집단속에서 분절된 타이밍에 따라 자신에게 허용된 루트를 따라 살아간다. 일정한 나이가 되면 학교에 다녀야 하고, 학교를 졸업하면 취직을 해야되고, 일단 취직을 하면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그길을 쭉 가다, 결혼해서 애키우다 죽는다. 이래서야 어떻게 내가 내 생애를 살았다고 말 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산것’이 아니라 ‘살아진 것’이다. 주체적인 삶이 아니라 수동적인 삶이다. 지금도 여전히 나는 가난한 작가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적어도 나는 내 삶의 결정권을 누구에게 위탁하지 않고, 내 스스로 결정하며 살아왔으므로.. (103p)
작가의 아포리즘은 주어진 현실을 보여지는 데로 보는 것이 아니라, 숨겨져 있는 진실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한다. 개인적인 삶을 돌아 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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