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식 새로운 만남을 계획한다. 일상에 갖혀 있다는 느낌이 들때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받아들인다. 새로운 독서모임에 초대를 받았다. 월요 독서 모임에 참여 하고 있는 회원의 추천이 있었다. 현재 참여 하고 있는 월요 독서 모임과 참석자의 성행, 진행 방식, 책의 종류가 다르다고 하였다. 모임은 격주 금요일 오후 7시에서 시작해서 9시에 끝난다. 장소는 회사에서 1시간여 거리에 있는 작은 도서관 이었다.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서 6시 정시에 퇴근 해야 한다. 3주전에 첫 모임에 참석 하였다. 열렬한 환대를 받았다.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은 설레이기도 하지만 두려움도 있다. 두려움은 대화를 나누는 과정중에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이전 부터 참여 한 모임처럼 자연스럽게 다가 왔다. 책이라는 공통관심사의 효과로 생각 했다.
책으로 둘러 쌓여 있는 도서관에 갖는 독서 모임은 처음 이었다. 도서관은 조용히 책을 읽는 곳으로만 생각했는데, 다과와 차를 마시며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었다. 색다른 경험 이었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세 1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10시가 가까이 되서야 마무리 되었다. 새로운 독서모임은 새로운 사람과 만나고, 새로운 공간과도 만나게 해주었으며, 요즘 전혀 읽지 않는 소설을 만나게 하였다.
이번 모임 책은 스탕달의 "적과 흑"이었다. 독서 모임에 참여하기전에 책을 다 읽고 가야되는데 못 읽고 가는 경우가 많다. '적과 흑' 전체를 읽지 못했다. 다행히 몇주전에 읽은 데이비드하비의 "모더니트 수도 파리"와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1830년대 파리라는 공통 부분이 있었다. 모더니트 수도 파리에서 언급이 되었던 발자크와 플로베르가 스탕달과 동시대의 소설가 였다는 점에서도 친근하게 다가왔다. 우연치고는 절묘 하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분야로이 확대는 밀도를 떨어 뜨린다. 모임 참석이전까지 1권도 다 못 읽었다. 회사 일과 저녁 모임, 다른 책에 대한 관심으로 이유를 돌렸다.
'읽지 않는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활용하여 책의 시대적 배경과 연계하여 대화를 이어 갈 수 있었다. 회원들과의 대화와 발췌 내용으로 '적과 흑' 을 정리 할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발췌 내용은 스탕달의 소설에 대한 생각을 피력한 내용이다. "적과 흑"을 통해서 1830년대의 정치, 사회, 파리의 공간을 유추할 수 있다. 사실주의적 면이 드러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설이란 큰길가를 돌아다니는 거울과 같은 것이 때로 그것은 푸른 창공을 비춰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도로에 파인 수렁의 진흙을 비춰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여러분은 채롱에 거울 짊어지고 다니는 사람을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하다니 ! 그의 거울이 진흙을 비추면 여러분은 그 거울을 비난한다 ! 차라리 수렁이 파인 큰길을, 아니 그보다도 물이 괴어 수렁이 파이도록 방치한 도로 감시인인을 비난함이 마딸할 것이다. (2권 163면)
적과 흑이 상징하는 것은 붉은 제복의 군인과 사제복의 흑이라 설이 있다고 한다. 그 당시 프랑스 평민이 신분 상승할 수 있는 루트로 기사와 사제가 되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쥘리엥이 추구 했던 "군인과 사제" 길에서 책 제목을 유추한 것이다. 스탕달이 직접 밝히지 않아 정확하지 않다고 한다.
쥘리엥은 제재소 막내 아들로 태어났지만 책을 좋아하고, 라틴어를 배우게 된다. 라틴어 실력을 인정받아 시장의 가정교사로 머물게 된다. 그러면서 시장이 부인이 "드 레날 부인"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연애사건이 소문이 나게 되어 신학생이 된다. 이후 사제의 추천을 통해 드라몰 후작의 비서가 된다. 이는 후작의 딸 "마틸드"와 사랑으로 이어지게 된다. 두 여인과의 사랑 이야기가 큰 줄기를 형성한다. 이책의 작가 해설에서 스탕탈이 "수많은 세월과 사건 후에도 나에게 기억되는 것은 사랑했던 여인의 미소뿐이다"라고 말년에 술회 했다고 한다. 이책의 내용과 만나는 지점이다.
독서모임에 따라 진행 방식이 다르다. 금요 독서 모임은 책의 발체 내용으로 논제를 발췌한다. 질문 형식으로 참여자에게 묻는다. 물음에 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진다.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발췌문을 정리하고 모임을 이끄는 리더 역할을 수행한다. 이번 모임의 리더는 사랑과 결혼에 대한 논제를 많이 발췌 했다. 책 내용과 회원들의 관심을 이끌 수 있는 분야 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결혼과 연애에 대한 질문의 발췌 내용이다.
신앙심 깊은 아주머니의 부유한 상속녀로 열여섯 살에 문벌 좋은 귀족과 결혼한 드 레날 부인은 연애 비슷한 것이라고는 여태껏 경험한 적은 물론 본 적도 없었다. ...
그녀는 우연히 읽어본 몇 권 안 되는 소설 속에 그려진 것과 같은 연애는 예외거나 아니면 완전히 본래의 속성에서 벗어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러한 순진함 덕분에 드 레날 부인은 끊임없이 쥘리엥에게 정신이 사로잡혀 완전히 행복에 젖어 있으면서도 조금도 자책의 감정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1권 75면)
그 당시 사제들의 출세 지향적이고, 물신주의에 빠진 있는 상황을 묘사한 부분도 이야기 했다.
카스타네드 씨는 ... 자기를 빙 둘러싼 학생들에게 말했다. ... 자네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나는 사제의 부수입이 여러 도시보다도 좋은 산골의 교구를 여럿 알고 있다네. 신자들이 바치는 수탉이며 달걀이며 신선한 버터며 수많은 자질구레한 선물을 계산에 넣지 않더라도, 마찬가지의 현금 수입이 있다는 거야. ... 사제가 초대받지 않는 연회란 있을 수 없지.(1권 311면)
쥘리엥이 재판에 넘겨져 법정 변론을 구한다.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려 했지만 소설속에서 좌절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프랑스 혁명은 귀족에서 부르주아로 권력이 넘어갔을 뿐이다. 노동자와 농민의 혁명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층 계급에서 태어나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다행이 좋은 교육을 받았고 부유한 사람들의 오만이 사교계라고 부르는 것에 대담하게 끼어들려 한 젊은이들 말입니다. 그 점이 바로 본인의 범죄입니다. 그리고 사실상 나는 나와 같은 계급의 동료들에게 판결받지 못하는 만큼 내 범죄는 더욱더 준엄한 징벌을 당할 것입니다. 본인의 눈에는 배심원석에 부유한 농민 하나 보이지 않고 오직 분개한 부르주아들만 있을 뿐입니다. (2권 37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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