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벗어난 퇴근길
퇴근을 하기 위해 사무실 나섰다. 출입문을 나서자 테니스 장이 눈에 들어 왔다. 올해 옮긴 사무실 사옥에는 테니스장이 있다. 환한 불 빛아래 테니스를 경기를 하고 있었다. 바쁘고 피곤할 때는 테니스장도 스쳐지나 갔는데 오늘은 나의 발길을 유혹했다. 출구로 직직하는 대신 테니스 장 펜스문을 열었다. 가벼운 인사를 하고 테니스 경기를 한참 동안 지켜 보았다. 테니스 공이 코트 양 사이드를 오갈때 나의 시선도 공을 따라 음직였다. 테니스 코트에서 나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전에 전화 주셨던 분이세요 ?” 질문을 받자 머릿속에서 과거 기억을 짧은 시간동안 떠올렸다. 순간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몇 주전 테니스장 이용 방법을 전화로 물었던 적이 있었는데 … 바로 그 전화 통화자였다. “예” 하고 답하자. "화요일과 목요일에 테니스 라켓 들고 오세요”라고 반갑게 이야기 하였다. 같은 운동, 관심 분야를 가지는 사람들은 그것을 매개로 가까워지기 쉽다. 목요일 부터 퇴근 후 테니스 경기를 참여해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내일 부터라도 라켓과 테니스화를 사무실로 옮겨 나야겠다. 평일에도 운동을 할 생각을 하니 퇴근길이 더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버스 정류장에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를 선택 해야 했다. 집으로 향하는 버스와 서점을 향하는 버스가 있다. 집으로 가는 버스가 더 자주 온다. 집으로 가는 버스를 두번 정보 보냈다. 일이 일찍 끝났고 여유가 있어서 서점을 향하는 버스를 탔다. 버스로 30여분을 가면 서점이 있다. 대형 서점과 중고 서점 두곳이 모여 있다. 특별히 사고 싶은 책이 있어서, 서점으로 향한 것은 아니었다. 버스에서 혹시 내가 좋아하는 작가 책이 있는지 조회를 해 보았다. 작가로 책제목으로 대여섯번을 조회 했는데 검색한 책이 없었다. 마지막 조회 해본 조지 오웰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 가 있었다. 이 책한권과 우연히 마주치는 책을 사기로 하고 서점으로 들어 갔다. 조지 오웰 책을 찾았다. 안내한 책 꽂이에 책을 찾았는데 없었다. 중고 서점은 대부분 책이 한권이다. 잠시 머뭇거렸다. 조지 오웰 책은 꼭 사야 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새 책으로 사기 위해 서점을 옮기지는 않았다. 나는 지름신이 있어서 계속 사는 습관이 있었다. 다행히 책이 한정된 중고 서점을 이용하여 나의 지름신이 제어 되고 있었다. 중고서점을 이용하면 다른 장점도 많다. 베스트셀러에 묻혀서 발견하지 못한 책을 뒤늦게 나마 만날 수 있다. 절판된 책도 만날 수 있고 저렴한 비용으로 내 책을 소유할 수 있다. 내 책은 밑줄 치고 메모 하며 읽을 수 있다.
좋아하는 분야 책꽂이로 자리를 옮겼다. 박노자의 ‘전환의 시대”와 김이경의 ‘마녀의 독서처방’을 꺼내 들었다. "책 읽는 마녀" 는 블로그에서 서평 글을 읽어 본 경험이 있다. 책으로 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골랐다. 박노자는 이전 부터 알고 있는 작가라 선택 하였다. 책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 간다. 집에 가기 위해 마지막으로 조지 오웰 책이 있는지 확인 하였다. 이번 에는 바로 발견 하였다. 3권을 구매하고 밖으로 나갔다. 새로운 책까지 만나니 한결 기분 전환이 되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집에 전화 했다. 지금 가는 것 보다 막내 학원 끝날 시간에 맞추어 마중 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시간이 더 여유가 생겼다. 막내 학원 10시에 끝나니 1시간정도 여유가 되었다. 버스를 타는 대신 또 다른 서점에 들렀다. 잠깐 둘러 본 후 황광우의 ‘촛불 철학’을 구매 하였다. 작가만 보고 선택하였다. 이제 학원으로 향하였다. 학원 인근에 도착 했는데도 시간이 남았다. 인근 커피숍 으로 들어 갔다. 커피 한잔을 시켜 놓고 구매한 책을 읽기 시작 했다. 일사에서 벗어난 책 읽기 였다. 책 내용이 바로 들어 왔다. "나는 왜 쓰는가” 부분을 읽었다. 이전에 발췌부분을 읽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부분을 확인하고 싶었다. 작가는 글쓰기 동기를 4가지로 나누었다.. "순전한 이기심, 미학적 열정, 역사적 충동, 정치적 목적”이었다. "‘정치적’ 이라는 말은 가장 광범위한 의미로 사용 되었다. 이동기는 세상을 특정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어떤 사회를 지향하며 분투해야 하는지에 대한 남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욕구를 말한다.”(294p) 이 부분을 읽고 나니 박노자와 황광우 책이 바로 눈에 들어 왔다. ‘전환시대’와 ‘촛불 철학’ 모두 정치적인 동기가 강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막내 학원 끝날시간이 되어 서둘러서 나왔다. 일상을 벗어나 계획에 없던 책 읽기 였다. 키보드를 가지고 다니며, 일상에서 벗어난 글쓰기도 시도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막내는 마중을 나오면 좋아한다. 많은 학생들중에 내가 막내를 찾아야 한다. 시선을 집중하고 학원 앞을 바로 보았다. 막내가 눈에 들어 왔다. 웃으며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같이 집으로 향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상에서 벗어난 퇴근길 발걸음은 가볍고 마음은 뿌듯하였다. 자주 일상에서 벗어난 퇴근을 시도해볼 가치가 있음을 확인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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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동기를 잘 드러내는 책 표지 글이다. 이 표지의 글과 같은 세상이 왔으면 한다.
전환의 시대 (박노자)
내가 꿈꾸는 미래의 대한민국은 시민 홍길동이 학창 시절 교사한테 존댓말을 듣고, 지시가 아닌 '제안'을 받는 사회다. 입시가 사라지고 '명문대학'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져, 어느 대학에 진학해도 똑 같이 무상으로 양질의 교육을 받는 사회다... "군대 갔다 와야 남자가 된다"는 말 대신에 "아이를 길러봐야 남자가 된다"는 말이 속담 처럼 도처에 들리는 "여자 같은 남자"라는 말이 남성에게 최고의 칭찬이 되는 사회다. 그리고 주말에 바람 쐬러 평양이나 원산에 다녀오는 것이 당연지사로 여겨지는 사회다. 그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꿈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이들이 많은데, 꿈은 맞다. 한데 다수가 공유할 수 있는 꿈이야 말로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다. ...
촛불철학 (황광우)
과욕을 버리고 검소를 실천해야 한다. 무한 경쟁의 광기에서 벗어나 어려운 이웃을 돌보며 사는 '연대의 삶'을 실천하자. 우리는 어떻게 사는 것이 훌륭한 삶인지 저마다 행복한 삶에 대한 철학을 가져야 한다. 행복은 인간의 본성을 충실하게 실현하는 곳에 있다. 인간은 노동하는 존재이다. 창조적 활동을 하는 곳에 기쁨의 원천이 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다. 나누고 도우며 사는 곳에 즐거움의 원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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