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에서는 매끄러운 공간과 홈 패인 공간을 중심으로 논의를 하였다. 데카르트적 좌표계와 국소좌표계를 가각 홈 패인 공간과 매끄러운 공간에 상응하여 설명하였다. 여기서 국소좌표계와 리만 계량 또한 홈 패인 공간에 해당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있었다 국소좌표계도 공간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므로 매끄러운 공간에 홈을 파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기때문이다. 하지만 국소좌표계는 데카르트적 좌표계와는 달리 공간을 동질화하지 않는다. 데카르트적 좌표계가 공간을 동질화하는 방식으로 표현한다면, 국소좌표계는 동질화하지 않으면서 이질성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표현한다.이런 맥락에서 국소좌표계가 데카르트 좌표계보다 매끄러운 공간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홈 패인 공간과 매끄러운 공간이라는 기준으로 자본주의를 분석하는 내용도 있었다. 오늘날 자본주의에서는 가변 자본과 불변 자본의 구별이 점차 불분명 해진다. 과학자나 기술자가 발명한 신기술의 가치를 그 기술을 창안하는데 투입하는 시간으로 환원한다는 이치에 맞지않다. 음악이나 영화와 같은 문화산업의 생산물들에 대해서도 ‘노동시간’을 가지고 그 가치를 매겨 가격을 붙인다는 생각은 이해하기 어렵다.
자본주의가 홈 패인 공간을 부정하고 매끄러운 공간을 창출하는 식으로 그 작동 방식을 바꾸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오히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본주의가 홈 패임의 극한에서 매끄러운 공간을 낳는다는 사실이다. 자본주의가 초국가적으로 변화해가면서 매끄러운 공간을 만든다. 한편으로는 현재에도 ‘초국가적’ 자본이 얼마나 국민국가를 필요로 하는가를 생각 해본다. 초국가적 자본이 발전해온 과정은 발전도상국의 무역 장벽과 금융 장벽을 철폐하기 위해 미국이라는 강력한 국가를 필요로 했다. 뿐만 아니라 2008년의 금융위기의 사례에서 잘 나타나듯이, 초국적 금융자본은 자신들의 목숨이 걸린 위기에 봉착했을 때 국가의 힘을 빌려 살아남을 수 있었다.
군사기구들이 위도와 경도를 가지고 바다에 홈을 패놓은 이후 그들은 전략잠수함이나 항공모함, 나아가 인공위성이나 미사일을 통해 어디든 공격할 수 있게 됨으로써 ‘매끄러운 공간’을 구성해냈다. 이처럼 홈 패인 공간과 매끄러운 공간은 현실에서 이분법적으로 구분되어 작동하지 않고 서로를 넘나든다.
노마디즘 저자와의 질의응답에는 우선 야금술과 관련된 내용이 있었다. 야금술사란 질료적 흐름을 따르는자다. 목공을 할때 나무의 결을 읽고 그것을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무를 다룰 수 없다. 악기를 연주할 때도 비슷하다. 같은 피아노라도 피아노에 따라 ‘결’이 다른데, 이를 적절히 읽어내고 다룰 줄 알아야 좋은 연주를 할 수 있다. 연주회 때마다 자신의 피아노를 비행기로 실어 날라야 했던 피아니스트는 피아노의 결과 관련이 있다. 야금술사처럼 결을 읽는다는 것은 비단 사물과의 관계에 그치지 않고 어떤 사람 혹은 사람들 사이의 분위기를 읽는 것 또한 결을 읽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감정과 감응을 구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노마디즘 10장에서 되기 개념을 이야기할 때 되기란 감응을 생산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감응이 무엇이며 감정과는 어떻게 다른지를 물었다. 감정은 재현의 대상으로서 슬픔, 분노, 기쁨, 즐거움 등 단순한 형태를 가진다. 이때 내 머릿속에 있는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해 상대방에게 동일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관건이다. 반면에 감응은 감정과는 달리 미묘한 성격을 갖는다. 감정처럼 정확하게 표현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사람에 따라 다른 감응을 느끼게 된다. 슬픔의 감응을 담은 음악을 듣고 누군가는 분노가 담긴 슬픔을, 누군가는 후회가 담긴 슬픔을, 누군가는 슬픔 속에 담긴 고통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감응을 표현하는 것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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