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쟁기계란 무엇인가?
1) 전쟁기계와 전쟁
전쟁기계에 대한 개념정의는 하지 않으며 문장 정의 형식으로 제시된다. “유목민의 전쟁기계는 표현의 형식이고, 순회적 야금술은 그것과 상관적인 내용의 형식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정의는 아니다. 전쟁기계가 한미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복잡하고 다양한 면모를 갖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전쟁기계란 ‘무엇인가 ?’ 라는 대신에 ‘어떤 것인가’에 대답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전쟁으로 포착하려고 하는 것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새로운 삶,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려는 시도가,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고 보존하며 통합하는 것을 기능으로 하는 국가와 충돌하는 사태 이다. 이러한 전쟁 개념은 니체의 '아곤'이라는 개념과 결부되어 있다. 니체는 그리스의 정치를 아곤이라는 개념으로 파악하는 데 이는 적대를 뜻하는 '안타곤;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상이한 가치의 정치, 삶의 방식들이 적대없이 경쟁하면서 새로운 것을 창안하고 창조하는 그런 전쟁이다. 이 개념은 하나의 국가나 체제로 통합되는 것을 막는 매커니즘이었고, 국가의 형성을 저지하는 매커니즘 이었다. ‘아곤’의 전쟁적인 요소가 초월적인 권력의 출현을 막아온 것으로 생각한다.
아곤은 적대를 만들지 않기에 경쟁자를 방해하거나 비난하는 부정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우위를 확보하는게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긍정적 방식으로 자신의 우위를 확보하고자 한다. ‘선의의 경쟁’과 다른 점은 전쟁을 불사하면서 까지 창조적 선을 계속해서 밀고 나가려 한다는 점이다. 전쟁기계는 이런 전쟁을 수행하는 배치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활동이나 사유, 글, 움직임, 창작 등의 모든 자유로운 흐름에 상관적인 배치로 형성되고 작동되는 기계라고 할 수 있다. 니체, 카프카, 클라이스트의 작품처럼 글로 씌어진 작품도 기존의 삶과 가치에 대해 전쟁을 수행하는 전쟁기계라고 할 수 있다.
2) 전쟁과 국가장치
전쟁 능력을 국가가 포섭하여 통합하든, 아니면 해체하여 독점하는 경우에만 구가가 수립될 수 있다. 원시사회 전쟁이란 국가 장치의 구성을 저지하는 매커니즘이 있었다. 권력이나 지도력, 가치나 힘을 어느 하나의중심으로 집중하는 것을 저지한다. 이는 어느 하나로 환원되지 않는 삶과 가치의 창조이자 그런능력의 생산이다. 인디언 사이에 행해지는 포틀래치 매커니즘도 이런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선물을 줄 수 있는 능력이 가장 큰 사람이 지도자가 된다. 경제적 재화의 집중을 분산시키는 한에서만 정치적 지도력이 인정된다. 부와 정치적 권력이 동시에 집중되는 것을 막고, 지도력의 필요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권력의 집중을 최대한 약화시킨다.
이런 맥락에서 권력이 통합되고 집중되는 것을 통해서만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는 국가장치는 전쟁기계에대해 두려움과 불편함을 갖는다. 양산박이나 활빈당에 대해 불안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그들의 힘보다는 국가자체의 존립을 위협한다는 것으로 이해한다. 존재 자체가(국가에 대해서는) 폭력이고 전쟁인 존재이다. 폭력없는 폭력이라는 개념에 가깝다. 전쟁기계의 능력은 촉발/변용 능력을 뜻할 뿐이어서, 긍정적이고 창조적인 무언가를 산출하지 못한다면 그 힘과 능력은 유지되지 못한다. 이경우 존재 자체만으로 국가인들을불안하게 하는 그런 위치를 상실하게 된다. 창조적인 능력이 고갈되어 무언가를 창조할 수 없지만 기존의 가치나 국가 권력에 대한 부정의 정신은 더욱 명료해 질때, 국가권력이나 소시민적 안정에 대한 욕망을 혐오하게 될때, 전쟁기계는 전쟁만을 목적으로 하는 기계로 돌변한다.
2. 전쟁기계는 국가장치에 외부적이다.
1) 신화에서 전쟁기계의 외부성
전쟁기계 그 자체에 대해 말하자면, 그것은 국가 장치로 환원 될 수 없고, 국가의 주권 외부에 존재하며, 법률에 선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전쟁기계는 다른 곳으로 부터 온다. 전사의 신인 인드라는 미트라뿐만 아니라바루나와도 대립한다. 전사의 신은 국가의 두 극을 이루는 신들과 다르고, 그것 모두와 대립한다는 것이다. 국가는 고유의 전쟁기계를 갖고 있지 않다. 국가는 오직 군사제도라는 형식을 통해서만 전쟁기계를 전유할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킨다. 이는 국가가 군사제도에 대해 갖고 있는 불신을 해명해준다.
2) 장기와 바둑
국가장치에 대한 전쟁기계의 외부성을 체스와 바둑이라는 게임을 통해 입증한다. 장기는 국가 내지 법정의게임이다. 왕이 있고 병졸들의 배치가 있다. 각각의 말은 이동의 코드로 표시되는 힘/권력을 갖는다. 그 각각은 상대적인 권력이 부여된 언표 주체이고 하나의 언표 행위의 주체인 경기자에 의해서, 게임의 규정성 아래서 내부성의 형식으로 결합된다.
바둑은 영토를 뺏고 빼앗기는 전쟁의 게임이다. 자신의 집을 만드는 영토화, 상대방의 집을 깨는 탈영토화, 그것을 자신의 영토로 만드는 재영토화만이 있다. 바둑알은 내적인 질이나 속성 혹은 이동의 규칙이 없다. 이웃하는 다른 바둑알과의 이웃 관계에 의해 달라지는 집합적인 기능, 기계적인 기능이 있을 뿐이다. 이런 점에서 각각의 바둑알은 외부성을 특징으로 한다. 장기의 말이 각각의 말에 내적인 본성이 있는 것과 다르다. 바둑의 매끄러운 공간은 장기의 홈 패인 공간과 대립한다. 바둑의 노모스와 장기의 국가아 대립한다. 즉 노모스는 폴리스에 대립한다. 그차이는 장기가 공간을 코드화 및 탈코드화하는 반면 바둑은 공간을 영토화 하거나 탈영토화 한다.
전쟁기계는 코드화, 탈코드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게 아니라 영토화, 탈영토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홈패인 공간 안에서 어떤 위치를 확보하려는 투쟁이 아니라, 개방된 공간에서 공간 자체를 장악하면서 삶의 지반 자체를 변환시키려는 투쟁이다. 법이라는 홈 패인 공간안에서 어떤 위치를 확보하려는 투쟁과 개방된 공간에서 공간 자체를 장악하면서 삶의 지반 자체를 변환시키려는 투쟁은 분명히 다르다.
3) 국가장치와 전쟁기계
전사는 법과 법정이라는 제도화된 전쟁을 배반하는 자고 그럼으로써 입법하는 자를 무시하는 자며, 구가 권력에서 벗어나는 자다. 이런 자들은 제국과 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 도시와 문명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라는것이다. 유목민들은 도시라는 현상을 문명이라는 현상을 이해하지 못했다. 문명이나 예절을 이해하지 못하고 모든 안정된 권리를 버리고 새로운 세계를 꿈꾸며 목숨을 걸고 혁명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을 국가적 관점에서 이해하려면, 아편과도 같은 막강한 힘을 갖는 어떤 이념을 가정해야 한다.
국가장치와 전쟁기계는 서로 외부적이다. 전쟁기계란 국가장치가 이해할 수 있는 어떤 내부에서 오는 것이아니다. 그런데 이런 외부성을 국가장치의 일부로 착각하게 하고 그래서 전쟁기계과 국가장치를 뒤섞게 만드는 것은 많은 경우 국가장치가 전쟁기계를 포획하여 사용한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군대가 대표적 사례이다. 군대를 동원해 국가 장치를 장악하는 쿠테타가 그것이다. 국가에 포획되어 있는 군대가 국가인들의 권력다툼에 동원되고 이용되는 거다. 전쟁기계가 국가 장치를 장악하는 것은 군대를 이용해 국가 장치를 장악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쿠테타 이후 새로운 권력자 중심으로 작동된다는 점에 이전과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없다 .반면 전쟁기계가 국가 장치를 장애하는 경우 대개 국가장치를 잉요해 전쟁 자체를 재생한하고 유지하려는 사태가 발생한다.
3. 국가장치의 구성을 저지할 방법이 있는가?
1) 국가장치를 저지하는 요인
클라스트르는 “원시인들이 국가 장치와 같이 복잡한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통념을 반박하려 한다. 그는원시인들이 복잡한 국가장치를 몰라서 단순한 형태의 조직만을 갖고 있었던 게 아니라, 반대로 일부러 그런국가장치의 출현을 저지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관계를 만들었다. 예로 추장은 위신 외에는 제도화된 무기가없고, 설득 외에는 다른 수단이 없으며, 집단의 욕망에 대한 감지 외에는 다른 규칙이 없는 상황이다. 추장은권력자라기 보다는 스타에 가깝다. 항상 백성들에게 거부당하고 버림받을 위기에 처해 있다. 높은 위치를 과시하기 보다는 무거운 부담들과 여러가지 책임을 진다. 전권을 장악하는 군주가 아니라 불확실한 다수의 동의를 유지하는 정치가이다. 미개민족들 사이에서 관대함이 권력의 본질적인 속성이다. 힘들고 굳은 일을 도맡아 하고, 필요한 것을 구해주며, 가진 것을 동료들에게 나눠주는 사람이다. 그의 추종자들이 이 모든 것을최대한 이용한다.
전쟁기계 하면 군대를 떠올리기 쉽고 군대는 절대 복종을 강요하는 규율과 훈육을 떠올린다. 훈육은 국가가전쟁기계를 전유한 뒤에 나타나는 특성이다. 전쟁기계는 전사의 근본적인 무규율, 위계제에 대한 문제제기, 떠나겠다거나 배반하겠다는 영구적인 공갈, 명예에 대한 변덕스러운 감각에 생기를 불어 넣으며, 이 모든 것들은 다시 한번 국가의 형성을 방해한다.
2) 국가장치와 교환
전쟁이 국가에 반하는 것인 만큼 전쟁을 통해 국가 장치의 성립을 설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국가를 설명해주는 것은 교환이다. 전쟁은 교환을 한계짓고 ‘동맹’의 틀안에서 유지하는 것이다. 전쟁은 국가적 성분이되는 것을 집단들이 하나로 융합하는 것을 저지한다. 클라스트는 원신사회에서 전쟁을 교환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에 발생하는 다른 수단에의한 교환의 연속이라고 보았던 레비-스트로스를 비판한다. 전쟁의기능은 자급자족[체제의 유지]을 위해 교환과 싸우는 것에 있다. 전쟁은 각각의 공동체에게 다른 공동체와의차이를 통해 하나의 통일성을 주면서 집단의 분산과 세분화를 유지시킨다. 전쟁이야 말로 이 들 사회의 동력이었다. 왜냐하면 전쟁에 의해서만 독립하려는 의지, 원심적 경제를 추구했던, 그리고 통합적 권력이나 국가, 불평등, 위계재 등의 부재를 추구했던 이들 사회의 기능의 논리가 이해 될 수 있다.
국민적 규모의 시장 형성이 근대 국민 국가의 형성에서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도시국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국가와 교환사이의 긴밀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 사회계약론은 계약에 의해 국가의 발생을 설명하려는 이론이다. 홉스는 만인에 의한 만인의 전쟁이라는 끔찍한 전쟁 상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사람들은 계약에 의해 대표자를 선정하여 그에게 모든 권리를 위임한다는 것이다. 전쟁 상태에 대한 홉스의관념 역시 등가적인 인간들이 거래하는 시장에서 출현했을 것이다. 내것은 비싸고 팔고 남의 것은 싸게 사야하는 내정한 전쟁 같은 상황이 그게 바로 시장의 상항이다. 교역과 계약이라는 시장의 모델을 통해서 국가와그것의 탄생을 설명하고 있다.
3) '원국가' 와 국가 저지 메커니즘
노동시간의 문제는 단순히 생산성이나 생산력의 문제만은 아니다. 먹고사는 데 필요한 것만 생산하면 되는사회인가 아니면 그것을 넘어서 비축하거나 축적할 것을 생산해야 하는가 하는 차이가 결정적이다. 원시인들에게 저장하는 것이란 도덕적으로 경제적으로도(자연의 저장량을 고갈시킬 수 있음) 사회적으로도 (사람들 사이에 불평등이 나타날 수 있음)비난할 만한 일이었다. 이런점에서 사회와 역사, 단순한 것과 복잡한 것간의 진화론적 선형성에 대한 클라스트르의 비판에 동의 하지만 국가가 대규모 생산력 발전의 전제라고 보는 점에서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국가 없는 원시 사회와 국가 있는 문명사회의 이항성에 동의 하지 않고 니체식의 ‘원국가’ 가설을 지지하는방식으로 국가 없는 사회의 가능성을 부정한다. 국가는 항상 존재해왔다고 말할 수 있다. 이 경우 국가 저지매커니즘은 어떻게 되는가 ? 원국가란 권력의 집중이 극한을 향해 진행되지만 문턱을 넘기 전에 격퇴되고방지되는 그런 국가로 정의하고 있다. 국가 장치로서 확고하게 지배력을 획득하진 못했지만 권력의 집중이문턱을 넘기 전 극한에 이른 상태이다.
원국가의 외부에서 원국가를 겨냥하여 작용하는 것이 국가 저지 매커니즘이다. 전쟁기계는 항상 국가 장치와의 상호관계 속에서 보아야 한다. 독립성의 관점이 아니라 영구적인 상호작용의 장 속에서 공존과 경쟁의관점에서 외부성과 내부성, 변형의 전쟁기계와 동일성의 국가장치, 밴드와 왕국, 거대기계와 제국에 대해 사고해야 한다. 동일한 장이 국가 안에서 자신의 내부성을 한정할 뿐 아니라 국가에 대항하는 것 안에서 자신의외부성을 서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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