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이상한나라의 헌책방은 윤성근 작가가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1832~1998)을 좋아해서 만든  헌책방 이름이다.  루이스 캐럴의 작품 제목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비슷하게 지었다.  IT회사를 그만두고 차린 헌책방이다.  ‘동네 헌책방에서 이반 일리치를 읽다’ (윤성근 지음)을 읽고 이상한나라의 헌책방을 만났다. 헌책방에서 ‘이반 일리치’를 조회하다 만난 책이다.  책 첫 페지의 문구가 인상 깊었다.  '사실 내 인생은 대부분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사람을 만나 친구가 된 결과이다’  이반 일리치와의 나눈 대화(2010)의 인용 글이다. 우리의 인생은 사람을 만나고, 사건을 만나고,  책을 만난 결과이다. 그중에서 인생에 영향을 가장 많이 준것은 사람이다. 

윤성근 작가는 헌책방 이야기를 '이반 일리치’ 사상의 실천 관점으로 풀어 내었다. 이반 일리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문화와 교육정책을 분석하고 비판한 사상가이다. 이반 일리치 사상을 노동, 생활, 속도, 에너지, 자립, 자유, 전문가, 평화로 나누어 언급한다. 작가는 헌책방에서 이반 일리치의 사상이 어떻게 실천 될 수 있는 가를 보여 준다. 

노동은 신성한 것이고 삶의 일부분이다. 노동의 만족을 위해서 다른 누구의 기준대로 노동할 것이 아니라 중심을자신에게 맞추어야 한다고 한다. 인간이 기계의 노예, 자본의 노예, 미디어의 노예가 되었다고 한다. 빠름의 중독으로 부터 자유로움을 확보해야 한다. 하루 하루 노동을 하면살아가는 우리에게 노동의 방향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일리치의 사상 실천 중 평화부분이 나에게는 와 닿았다. 작가가 인생의 목표로 삼은 것이 평화였다.  정지된 세계가 아니라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축제 의미로 평화이다.  삶의 목표를 ‘통장’이 아니라 생명의 ‘꽃밭’이나. 꽃밭은 작가에게 평화로움이었다. 먼 곳에서 보는 꽃밭은 아름 답다. 멋진 그림 같고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기에 안정감을 느낀다. 기분 좋은 향기로 충만하다. 하지만 가까이서 다가가면 다른 모습이다. 아무것도 없는 듯 보였던 그곳에 벌, 나비, 수많은 곤충, 다양한 생명들이 있다. 제각기 자기 할일을 하고 있다.  평화로운 풍경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생명들로 가득하다. 시끌벅적한 평화라고 표현한다. 헌책방에 있는 손님들은 작가에게 이름모를 꽃과 풀 들이다. 평화로움을 만들기 위해 작은 힘을 보태 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 이었던 것이다. 함께하는 평화로움이었다. 

자립도 혼자 만의 자립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하는 자립을 이야기 한다.  고금현문 이라 불리는 중국 명나라 후기 명언집의  ‘일화독방불시춘 백화제방춘만원”을 인용한다. ‘꽃 한송이 핀것으로 봄이 온것이 아니다. 온갖 꽃들이 함께 피어야 비로소 봄’ 이라는 의미다. 자립역시 그와 같다고 한다. 시간이 걸리고 더디게 움직이더라도 여럿이 함께 설 수 있는 자립이 필요하다고 강조 한다. 

작가는 일리치 사상과 더불어 이상한나라의 헌챙방 이야기를 하였다. 요즘 같은 시대에 헌책방을 한다면 1년을 못 버틸 것 같다. 가게를 임대한다는 것은 본인이 먹고 살 만큼이 아니라 건물주가 먹고살 만큼 벌어야 가게가 유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10년 이상을 유지한다는 것은 나름의 노하우가 있었던 것이다. 그 노하우를 공개 하였다. 돈벌기가 목적이 아니지만 자립하기 위한, 함께 하는 평화를 위한 아이디어 인것이다. 그중 하나가 ‘심야책방’이다.  심야시간에 ‘문화행사’를 하였다. 책방이라는 공간에서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다.  재미있으면 오게 되고,  오게 되면 책도 구매할 가능성도 높아진 것이다.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우선은 작가가 재미 있어야 하고,  참여 하는 사람도 재미 있어야 한다. 요즈음 재미 있는 것들이 점점 줄어 들고 있다고 한다. 재미 있는 것은 많은데 재미 있게 즐길 수 있는 삶의 여유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아무리 재미있는 것이 있더라도 개인의 삶이 재미 있어야 다른 것도 재미 있게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나의 삶이 재미 있는가?  물어본다. 

재미 있게 즐길 수 있는 삶의 여유 뿐만 아니라 책 읽는 사람도 점점 줄어 들고 있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 성인 독서량은 심각한 수준으로 낮아 졌다고 한다.  삶의 속도가 빨라지고 디지털 매체에 너무 의존하다 보니 책읽는 사람을 찾아 보기 힘들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만들어낸 사회는 모래위에 지은 성처럼 위태롭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책과 가까워 질 수 있을까 ?  작가의 고민이 일본 책고수들을 만나고 그들의 가르침을 받게 한다. 이책의 세번째 부분이다. 일본에서 헌책방과 오프라인 서점들이 계속해서 인터넷서점과 멀티미디어 매체에 밀리고 있을때 생각해낸 해법이 문학의 역사를 발굴해서 그것을 직접 체험해보도록 한다. 일본 진보초 고서축제가 그중의 하나이다. 앞으로의 여행 목록에 고서 축제 참여를  추가 하였다. 일본에서 내가 생각 하던 동네 풍경을 읽었다.  혼자서 혹은 친구와 함께 찬책을 하다 헌책방에 들러서 책을 사고 그 책을 들고 또 천천히 걷다가 오래된 카페에 들러 책을 보며 차를 마신다. 동네 주민은 물론, 동네를 일부러 찾아온 사람들에게도 이런 일상은 그리 어색 하지 않다. 

'헌책방이 사라질수록 그나라 문화와 역사의 두께가 얇아진다는 뜻이다.”  말한다.  일본은 오래전 부터 책을 중요시하고 꼭 보관해야 한다는 인식이 깊다고 한다. 책은 곧 한시대의 역사 그자체 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헌책방은 책을 사고 파는 일을 하지만 한편으론 과거의 책을 꾸준히 수집하고 보관해야 한다는 의무도 있다고 한다. 일본도 한국처럼 헌책방이 조금씩 없어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어떻게든 그 전통은 이어진다고 한다.  신간을 파는 서점만 있고 헌책방이 없다는 것은  곧 그 나라 문화와 역사의 두께가 얇아진다는 뜻이라고 한다. 

"다실패한 중고서점, 알라딘만 잘나가는 이유” (쿠키뉴스, 14. 6.16) 우리의 작은 헌책방들이 경쟁을 잃고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이상한나라의 헌책방’과 같은 동네 헌책 방이 많이 생기기를  기대한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 삶의 방향을 고민하게 하였다. 작가의 삶의 사상으로 이야기한 이반 일리치의 사상에 대해 더 읽기로 하였다. 적절한 순간에 이반 일리치를 만난 것이다. 시간을 내서 ‘이상한나라의 헌책방’에 꼭 가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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