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09 집
오후에 집근처 산에 다녀왔다. 요즘에는 날씨가 허락하면 아내와 자주 산에 간다. 산에 가면 도시와는 다른 신선한 공기와 향기를 느낄 수 있고 자연의 변화도 볼 수 있어서 좋다. 숲속 길을 걷다 보면 운동도 된다. 또한 같이 걸으며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다. 일상을 벗어난 기분, 여행온 기분이 든다. 예전에는 할일이 없으면 산에 갔는데 요즘에는 시간이 되면 산에 간다. 오늘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도 준비 했다. 산 자락이나 산속에서 책읽는 것도 좋을 거라 생각했다.
집에서 출발하여 20여분만에 산 밑 주차장에 도착 했다. 산 초입부터 낙엽이 많이 쌓여 있었다. 어제 내린 비와 바람이 얼마 남지 않은 나뭇잎을 떨어 뜨렸나 보다. 낙엽을 밟을때면 ‘슥슥' 소리가 난다. 낙엽 종류에 따라 소리가 나르다. 많은 종류의 나무가 있어서 낙엽도 가지 각색이다. 상수리 나무, 밤나무, 떡갈나무, 홍단풍, 신나무 등이 눈에 뛴다. 이름 모르는 나무도 많다. 소나무 밑에 쌓인 소나무 잎을 보면서 갈퀴로 소나무 잎을 모아 태우고 싶어진다. 이효석님의 '낙엽을 태우며'가 떠올랐다.
벗나무 아래에 긁어모은 낙엽의 산더미를 모으고 불을 붙이면, 속에 것 부터 푸숙푸숙 타기 시작해서, 가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바람이나 없는 날이면, 그 연기가 낮게 드리워서, 어느덧 뜰안에 자욱해진다.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 갓 볶아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잘 익은 개암 냄새가 난다. 갈퀴를 손에 들고는 어느 때까지든지 연기 속에 우뚝서서, 타서 흩어지는 낙엽의 산더미를 바라보며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별안간 맹렬한 생활의 의욕을 느끼게 된다. 연기는 몸에 배서 어느결엔지 옷자락과 손등에서도 냄새가 나게 된다. (낙엽을 태우며, 이효석)
산은 높지 않지만 길이 여러 갈래 길이 있다. 크게 보면 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과 산을 옆으로 지나 가는 둘레 숲길이 있다. 몇년 전 만에도 산에 오면 항상 정상으로 향하는 길을 선택 했다. 가파르고 힘들지만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고, 정상에 가는 것이 산에 오는 목적으로 생각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생각때문에 산에서 길을 읽고 헤맨적도 있었다. 20여년전 여름 오후에 강원도 두타산을 간적이 있다. 친구들은 늦은 오후가 되어서 하산 하였는데, 나는 정상까지 가야 된다고 고집하다 길을 잃었다. 여름산에 어둠은 순식간에 찾아 오며 어둠과 수풀때문에 길이 보이지가 않았다. 마음까지 급해져 발을 헛딛어 산에서 굴렀다. 우여 곡절 속에 하루가 지나서 하산하였다. 물론 실종신고가 되어 있었고 친구들은 나를 찾기 위해 고생한 후 였다. 산을 몰랐고 정상을 고집했기 때문 이었다.
요즘은 둘레 숲길을 선호 한다. 아내와 같이 갈때면 항상 둘레 숲길로 향한다, 오늘의 여정도 둘레 숲길이다. 걷기가 힘들지 않으면서 자연의 변화를 충분히 보고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아내와 편안하게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좋다. 무엇보다도 이정표를 계속 보면서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체크 안 해도 된다. 둘레 숲길은 험하지 않아, 맨발 걷기를 하시는 분들도 많이 만날 수 있다. 가다가 힘들면 쉬고, 편하게 발길을 돌려 되돌아 갈 수 있다. 정상에서는 느끼는 호연지기는 없지만 여유를 가질 수 있고 주변과 함께 할 수 있다.
산 길은 나의 삶과도 닮았다. 정상을 향해 가는 길이 내 삶의 길이었다. 내가 결정 했다기 보다 당연히 가야 길로 여겨졌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고등학교 생활은 좋은 대학교 입학을 위하여, 대학 생활은 좋은 직장 취직을 위하여 저당 잡혀 있었다. 직장에서도 돈과 승진이라는 목적을 향해 달려 왔다. 끊임 없이 미래 목적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 둘레 길을 선호하는 것 처럼 또 다른 길, 지금/여기 중심의 길을 향하려 하고 있다. 정상의 포기가 아닌 다른 길이 있음을 알았고, 주어진 길이 아닌 의지로 선택한 길이다. 가족, 친구, 동료에게 관심을 쏟고 함께 할 수 있는 길이기에 더욱 소중하다. (원고지 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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