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6 집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베란다 문을 열어 차가운 공기를 만난다. 새벽을 향해 깨어남을 알린다. 오늘은 창문을 열려고 하다가 잠깐 머뭇거렸다. 미세 먼지가 많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머뭇 거림도 잠시 였다. 밖에서 자동차 소리와 함께 빗방울 소리가 들렸다. 반가웠다. 문을 활짝 열수 있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 주었다. 문을 여니 새벽 어둠속에 붉은 색을 띤 나무 잎이 눈에 들어 들어 왔다. 나무 가지위에 매달려 비를 맞고 있었다. 바닥에도 더 짙은 색으로 물든 나뭇잎이 쌓여 있었다. 빗 방울이 나뭇잎 떨어 뜨리기를 재촉 하는 것 같았다. 낙엽 속에 가을 비 맞으며 걷는 모습을 상상한 적인 있었다. 유튜브에서 서정적인 노래를 들을 때 배경으로 낙엽속에 가을비가 나온다. 그 모습을 잠시 생각하면서 날이 밝으면 나도 비속에 낙엽을 밟아 볼까 생각 했다.
베란다 문을 열고 거실로 돌아 왔다. 거실에 큰 잎을 가진 녹색 화분이 보였다. 토란잎과 비슷하지만 굵은 기둥이 보이는 알로카시아, 복잡한 가지에 잎이 많이 달리 뱅갈 고무 나무, 알로카시아와 비슷하게 큰 잎을 가졌지만 잎맥사이에 타원형의 구멍이 뚫려 있는 몬스테라아가 있었다. 여름내 베란다에 있다 추워지자 거실로 옮겨 놓은 것이다. 몬스테리아에 새로운 둘둘 말려진 잎이 보인다. 몇일 후면 새로운 줄기와 잎으로 될 것이다. 이 가을에도 계속 성장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봄, 여름 왕성하게 가지를 만들었던 뱅갈 고무나무와 알로 카시아는 잠시 멈춰 있는 것 같다.
녹색의 큰 잎과 푸르른 건강함이 좋지만 오늘은 베란다 밖의 나무에게 마음이 더 간다. 봄 여름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색색으로 잎을 물들였다. 가을비와 바람에 잎 세를 떨어 뜨리고 있다. 이제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젊은 시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노년을 준비하는 인생과도 닮았다. 자유롭게 자라고 꽃 피고 열매 맺은 인생은 슬프지 않다. 슬픈 것은 가지치기와 인위적인 가이드로 제 맘데로 자라지도 못하고 키워진 삶이다. 더 슬픈 것은 꽃도 못 피우고 시들어 버린 삶일 것이다. 나의 인생은 어떤 삶인지를 조용히 되돌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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