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사회"(엄기호, 창비)를 읽었다. 엄기호 작가의 책은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이가" 이후 두번째 책이다. 엄기호 작가는 구체적인 경험과 사례 제시를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이 책도 많은 사례가 제시 되었다. 지그문트 바우만, 울리히 벡, 한나 아렌트, 앤소니 기든슨, 김홍중, 한상중 등 많은 작가 책 인용을 통해 우리 사회를 분석하였다. 사회 생활하면서 느꼈던 내용들이다. 파편처럼 흩어져 있던 생각들이 하나의 틀로 이해되는 느낌이 었다.
이 사회는 동질성과 유사성에 근거한 유대만을 추구하는 사회이다. 이 곳에서 이방이나 타자로 분류되면 퇴출 되는 것이다. 노동의 세계에서 제외되는 바우만이 "의자 뺏기" 게임인것이다. 이곳에서 타자로 분류 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끊임 없이 자신을 단속한다. 나의 말을 조심한다. 이메일과 SNS도 자기 검열을 거친다. 이것도 불안하여 닉네임으로 표현한다.
절대로 튀면 안되고 있는 듯 없는 듯 해야 한다. 침묵과 순응이 몸에 베어 있다. 표면에서 다양성을 이야기 하지만 철저하게 내면은 "우리는 남이가" 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우정이 있을 수 없다. 단속사회인 것이다.
이사회를 지배하는 두가지 원리로 가시성과 사회적 고립을 꼽는다. 사무실에서 벽을 없애버리는 것처럼 누구든 서로를 볼 수 있는 가시성이 강화될수록 친밀성이 놓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에 의한 서로의 감시만 증가한다. 이상태에서 개인은 침묵만이 자신을 보호하는 유일한 수단임을 알게 되고 침묵하는 것을 통해 스스로를 세계와 단절하여 고립된다. 이러한 사회에서 공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공통된 감정은 바로 공포감이다. (58)
작가는 사회의 연속성을 위해 경험의 소통을 이야기 한다. 사적인 경험의 공론화이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한다. 푸념과 징징거림이 아니라 상대를 고려한 말을 하라고 한다. 내 말을 돌아 보게한 글 이었다.
자신의 근심과 걱정이 타자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번역되어야 한다. 설사 그것이 사적인 투덜거림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를 자신만이 아닌 모두의 이야기 이며, 적어도 도 사회적 관심을 가질만한 소재로 만들어내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내 이야기에 누군가 다른 이가 맞장구를 치며, 자신도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게 하는 것을 통해 사적인 근심과 걱정은 나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공적인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이야기는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며 듣는 사람이 참여 할때에만 계속이어지고 풍부해질 수 있다, 듣는 사람이 더이상 보탤것이 없는 이야기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 이야기의 힘은 경험의 전승에서 나온다. 경험의 전승을 통해 개개인의 경험은 갱신되고 확장되며 연속성을 부여 받으며 이로써 공동체는 지속 가능한 공간이 된다. 존 듀이가 말한 의사소통은 경험이 바로 공동소유가 될때까지 경험에 참여하는 과정이 가리키는 바가 바로 이것이다.(186)
현실을 꿰뚫는 분석 이었다. 작가가 말한 것 처럼 말이 현실을 더 잘 꿰뚫으면 꿰뚫을수록 냉소와 절망이 더 깊어 진다는 점이다. 이때의 절망은 말이 아무리 현실을 간파해내더라도 말이 말뿐이라는 것에서 온다. 말이 이행되어야 할때 힘을 갖는다고 한다. 지금은 냉소와 절망뿐이라는데 안타까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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