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의 특별한 눈
고병권 (지은이) 천년의상상 2018-08-27
1 『자본』이 ‘상품’에서 시작하는 이유
『자본』은 어디서 시작하는가 마르크스는 ‘상품’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경제적 세포로서 ‘상품’을 지목한다. 그는 “노동생산물의 상품형태” 또는 “상품의 가치형태”라고 표현했다. 상품에서 출발하는 이유를 밝힌다. “자본주의 생산양식이 지배하는 사회의 부는 ‘방대’한 상품더미’로 나타나는데 개개의 상품은 부의 기본형태다. 그러므로 우리 연구는 상품에 대한 분석에서 시작한다.” 여기서 부는 ‘가치’를의미합니다. 예컨데 양말 1000켤레를 생산하던 공장에서 혁신을 통해 양말 2000켤레를 생산할 수 있게된다면 재화의 관점에서 부가 두배로 늘었다고 할 수 있지만 실제 가치의 총량은 그대로다. 양말 한 켤레에가치량만 반으로 준 것이다. 교환되고 증식되고 약탈되고 축적되고 확대되는 것을 바로 ‘가치’를 가리킨다.
2 상품에 깃든 유령
상품이란 사회적으로 그 쓸모를 인정받는 물건이며 시장에서 동등한 교환이 이뤄지는 것을 전제한다. 이러한 상품은 ‘가치’를 가진 노동 생산물이다. 스미스는 가치개념에 두가지 의미가 담겨져 있다고 하였다. 유용성을 나타내는 사용가치와 다른 물건에 대한 구매력을 나타내는 교환가치이다. 19세기 경제학에서 분석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이 ‘교환가치’이다. 정확히 말하면 교환가치는 가치가 우리에게 나타나는 형태, 즉 가치의현상 형태이다. 따라서 상품은 사용가치임과 동시에 가치인 것이다. 상이한 물건들이 일정 비율로 교환될 수있다는 것 우리가 보기에는 별일도 아닌데 마르크스는 너무도 신기해 한다. 가라타니 고진은 <자본>의 위대함을 마르크스가 흔하디흔한 상품의 ‘아주 기괴한’ 성질에 놀랐다는 데 있다. “ 사물들의 물리적 속성과 상관없이 등가관계가 맺어지는 부분이다. 이 ‘관계’에 ‘가치’의 비밀이 있다고 본 거다. 상품에서 감각으로 포착할 수 있는 속성들을 제거 했을 때 “그것들에 남겨진 것은 동일한 유령적 대상성일 뿐이다”.
3 추상노동의 인간학
스미스와 리카도는 상품가치의 근거가 노동이라고 하였다. 노동가치설은 마르크스의 발명품이 아니다. 마르스크의 천재성은 당대의 노동가치설을 변형시킨 것, 새롭게 해석한 것에 있다. 노동의 이중성이다. 상품에체현된 노동은 이중적이다. 구체적 유용성을 가진 다시 말해 사용가치를 가진 현물을 생산하는 구체적 유용노동이다. 다른 하나는 상이한 상품들의 교환가치(가치)를 생산하는 ‘추상노동’이다.
추상노동은 구체적 유용노동의 닮은 점을 추려낸 개념이 아니다. 또한 구체 노동에 대한 단순한 일반화도 아니다.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의 구분의 상품의 생산을 어느 측면에서 볼 것인가에 달려 있다. 사용가치의 생산이라는 관점에서 본것이 구체적 유용노동이라면, 교환가치(가치)의 생산이라는 관점에서 본것이 추상노동이다. 교환가치가 나타내는 ‘공통적인 것’을 다각형과 삼각형의 관계로 설명하였다. 모든 다각형은 삼각형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공통된다. 이 공통성은 결과물 사이의 유사성이 아니라 원인의 공통성이다. 모두 인간의 노동력을 사용한 것이라는 공통성이 추상노동이다. 추상노동이 전제하는 것은 여러곳에서 일하는 상품의생산자들, 노동자들을 동일한 인간으로 가정하고 그들의 노동을 동일한 인간의 능력처럼 동등한 능력의 발휘로 본다. 추상노동은 근대의 인간학을 근거로 한다. 추상 노동은 평범한 인간이 자기 육체 안에 평균적으로 지니고 있는 단순한 노동력을 지출하는 것이다. 단순한 평균적 노동이다. 통계학이 생겨나려면 인간을 평범, 평균, 단순이라는 말로 묘사할 수 있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추상노동은 역사적으로 특수한 형태의 사회,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이 갖는 독특한 성격이다. 가치표현이 비밀, 즉 모든 노동의 동등성과 등가성은….. 인간적 동등성 개념이 대중의 판단에서 확신으로 자리 잡을때 비로소 해독될 수 있다. 상품이 가치를 규정하는 노동의 양이 사회적으로 결정된다. 추상노동의 양은 ‘평범한’ 인간이 ‘평균적으로’ 지닌 능력의 지출이다. 다시말하면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 시간이란 주어진 사회의 정상적 생산조건과 그 사회에서 지배적인 노동숙련도와 노동강도에서 어떤 사용가치를 생산하는 데 드는 노동 시간이다.
4 상품교환 안에 화폐가 있다-화폐형태의 발생 기원
두 상품의 교환, 즉 상품들의 가치관계이지 화폐가 아니다. 상품이 가치를 갖는 것은 “모든 상품들은 인간노동이라는 동일한 사회적 실체’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상품속에 숨은 가치를 알려면 상품 바깥에서 맺어진관계 즉 그 상품이 다른 상품과 맺는 관계를 알아야 한다. 한 상품이 다른 상품을 통해 가치를 표현한다는것, 바꾸어 말해 ‘한 상품은 다른 사람의 가치를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상품의 가치를 나타내는 화폐가존재한다는 것을 예감할 수 있다.
x량의 ‘상품 A’와 y량이 ‘상품 B’의 교환 xA=yB는 상이한 두 상품의 교환을 나타난다. 상품 A를 상대적 ‘가치형태’라 부르고 상품 B를 상품 A의 ‘등가형태’라고 부른다. 상품 A는 자신의 가치를 자기 바깥에 서 있는것으로서 ‘마주’본다는 거다. 상품 B의 형태로 말이다. 이게 마르크스가 말하는 ‘대상성’이다. 가치의 거울이다. 화폐란 ‘일반화된 등가형태’에 불과하다. 무게를 달기 위해 저울추가 무게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듯 화폐가 가치를 부여하는 게 아니다.
흥미롭게도 일반적 가치형태는 근대적 주권형태와 닮았다. 상품과 시민(국민), 가치와 주권, 가치의 표상으로서 일반적 등가물과 주권의 표상으로서 군주(정부)가 모두 동형적이다. ‘상품-가치-일반적 등가물’의 삼각형과 ‘시민-주권-군주(정부)’의 삼각형이 동형적이라는 말이다. 토머스 홉스는 ‘리바이던’ 에서 자연상태의인간들이 영구적 전쟁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자연권을 ‘욥기’에 나오는 짐승 ‘리바이던’에 양도한다. 이짐승에 대한 복종의 맹세속에 개인들은 동등한 계약을 맺고 ‘자연상태’에서 ‘국가상태’로 이행한다. 홉스가 ‘공포’를 통해서라도 도달하려 했던 것은 평화라기보다 질서이고 통일이다. 그는 ‘다중’이 하나로 표상될 수 있을때 국가가 설립된다. 모두를 하나로, 단 한사람으로 묶어 낼 수 있을때, 그 신체를 국가라고 부른다. 이것이 리바이던의 탄생이다.
한 상품이 일반적 등가물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표현했다는 말과 일반적 등가물로 가치가 표현되는 걸 보니상품이라는 말. 이진경은 여기서 ‘표현적’관계가 ‘재현적’관계로 대체된다고 지적했다. 이관계가 성립하면 상품의 유일한 관심은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편에 있는 등가물의 양으로 가치를 재현할수 있음을 인정받느냐 하는 문제가 된다. 반대로 척도 행세를 하는 일반적 등가물은 자신이 상품의 가치를정확히 재현한다는 믿음을 유포한다. 이는 일반적 등가물로 표시될 수 있어야 해당 상품이 다른 상품과도교환될 수 있는 상품임을 인정받는다. 인정을 받아 상품이 된다는 것은 순응을 강요받는 것, 복종해야 하는것, 즉 폭력을 경험하는 것이다. 상품의 가치의 등가성을 논하기 이전에, 상품화에는 권력이 개입한다. 상품이 된다는 것은 복종의 세계, 예속의 세계로 들어 가는 것이다. 노동자는 순응자, 예속자가 됨으로써만 노동력을 상품화할 수 있다. 노동자는 자본의 주권을 승인함으로써 상품의 자유로운 판매자가 되는 것이다.
상품의 가치를 금으로 나타낸다고 가정했을때 ‘금’의 생산성에 변동이 생겨 금을 생산하는 데 ‘사회적으로필요한 노동시간’이 달라진다면 상품들의 가치는 불변인데도 금과의 교환비율은 달라 질 수 있다. 가치의 변동이 없는데고 가격이 변하는 것이다. 반대로 실제 상품의 가치는 변했지만 그 변화가 화폐, 즉 금으로 표현되지 않을 수 있다. 즉 가치가 변했는데 가격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가격이 가치를 표현하는 것임에도 가격변동은 가치 변동을 그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일이 일어난다. 이런 괴리 현상은 상품의 가치형태에 내재된 성질이다. 이것은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작동 방식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특징이다.
5 물신주의-춤추는 책상
가치를 표현하는 사물이 되는 순간 책상은 스스로 춤을 춘다. 가치라는 것이 하나의 사회적 관계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우리는 책상의 현란한 춤에 빠져든다. 중금주의자들은 ‘금’에 대해 그렇게 생각했다. 금은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닌 것이어서 금을 쌓는 것이 부를 쌓는 것이라고 믿었다. 다른 물건들은 금을 확보하는 한에서만 가치가 있어 보였다. 근대 경제학자들은 이런 중금주의자들의 미신적 태도를 비웃었다. 원시적 물신주의라는 거다. 마르크스는 그런 경제 학자들이 ‘자본’을 마치 ‘황금알을 낳는 암탉’처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즉 물신적 태도라고 한다. ‘자본’은 실상은 ‘자본관계’이다. 그런데 자본을 그 자체로 신비한 마력을 지닌 사물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상품의 신비한 성격이 “명백히 형태 자체에서 온다”라고 한다. ‘형태’에 주목하는 것이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고전적 정치경제학의 ‘근본결함’ 중 하나는 상품분석, 특히 상품가치 분석에서 ‘가치형태’를 문제를 끄집어내는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책상의 가치는 다른 상품의 모습을 하고 책상과 마주한다. 이른바 ‘가치대상성’이다. 감각할 수 없는 가치가 감각적 대상의 형태로 마주 서 있다. 가치가 어떤 사물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해당 상품을 생산한 인간들의 사회적 필요노동의 관계인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가 ‘사물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로 나타나게 된다. 어떤 물건이 빨갛다면 그것은 해당 사물에서 나온빛과 우리 시신경이 맺는 관계의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빨간색을 그 사물 자체의특성으로 간주해버린다. 관계의 성격을 사물의 성격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이것이 관계를 사물로 착각하는것, 인간들의 사회적 관계를 사물들의 관계로 착각하는 물신주의 이다. 일반적으로 물신주의란 특정한 사물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숭배를 가리킨다. 하지만 마르크스가 말하는 상품 물신주의는 이러한 통념적 물신주의와는 많이 다르다. 이점에서 상품 물신주의를 상품의 소유나 사용에서 나타난 애착 같은 것으로 봐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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