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말에 오래된 영화를 본다. 주말 오전 테니스를 하고 오후에는 천변 산책, 저녁에는 영화를 본다. 오전은 나만의 시간이고, 오후와 저녁시간은 아내와 같이 보내는 시간이다. 중간 중간 짬을 내서 책을 읽지만 자분량은 한계가 있다. 아내는 내가 혼자 책읽고 글쓰는 것보다 같이 시간 보내는 것을 좋아 한다. 영화 선정은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다르다. 어제와 오늘 <메맨토>, <토탈리콜 2012>, <토탈리콜>을 보았다. 기억에관한 영화다.
<메맨토>는 아내의 살인사건으로 인해 10분밖에 기억을 못하는 극중 레너드 이야기이다. 정상적으로 말하고 추론하는데 별문제가 없지만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곧바로 잊어 버린다. 신경심리학의 임상 사례를 다룬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서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린 지미라는 남자와 같은 증상이다. 지미의 기억은 1분도 지속되지 않는다. 알코올로 일어난 유두체 변성 즉 코르사코프 증후군이다. 지미는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곧바로 잊어 버리기 때문에 시간의 관념이 없다. 그의 기억은 19세에서 멈추어 있고 45세가 넘은 현재까지 일어난 일들은 의식에서 살아져 버렸다. 따라서 그의 정체성도 19세에 머물러 있다. 즉그는 자신을 19세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는 순간 속의 존재이다. 말하자면 망각이나 공백이라는 우물에 갇혀서 완전히 고립되어 있는 것이다. 그에게 과거가 없다면 미래 또한 없다. 끊임없이 변동할 뿐 아무 의미도 없는 순간순간에 매달려 있을 뿐이다." (66p,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영화에서 레너드도 지미처럼 아내의 살인 사건에 멈춰 있다. 그의 미래는 기억이 사라지기전 찍어 놓았던 즉석 사진과 메모에 의존한다. 문식에 세겨진 기억을 참조 한다. 아내의 복수가 그의 미래이자 정체성이다. 사진과 메모로 복수를 계획하지만 한계가 있다.
사실상 기억이 없다면 우리 각자가 ‘나' 라고 부를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토대는 와해되고 만다. 나는 시간속에서 끝없이 변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치 않는 무언가가 있어서 나를 나라고 말할 수 있게 하는 것일까 ? 아니면 애초에 그와 같은 불변의 자아는 환상인 것일까 ? 이와 같은 물음을 정체성 또는 자기 동일성의 물음이라고 한다. 자기 동일성의 문제는 시간적 사건들을 하나의 실로 연결하는 기억의 작용을 고려하지않으면 답할 수 없다. (91p, 물질과 기억, 시간의 지층을 탐험하는 이미지와 기억의 미학)
기억을 조금이라도 잃어버려봐야만 우리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 기억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억이없는 인생은 인생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의 통일성과 이성과 감정 심지어는 우리의 행동가지도 기억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을. 기억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 루이스 부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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