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생성 혹은 되기: 동물-되기에서 모든 -것이-되기에 이르는 길(2/2)
4. 분자-되기, 음악-되기
1) 분자-되기, 혹은 되기의 분자들
개 -되기에서 중요한 것을 스스로를 변용시켜 “개와 관련된 어떤 것을 구성하는 것”이며, 그로써 분자적인개를 생산하는 것이다. 개를 정의하는 요소 내지 원소를 생산하는 것, 개의 특질, 개의 감응을 만드는 어떤 분자를 생산하는 것이다. 종적인 개가 아니라 개의 감을 만들어 내는 분자적인 요소들의 구성물의 개고, ‘사물로서의 개’가 아니라 ‘되기로서의 개’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개의 분자적 성분을 통해 정의되는 개-되기이다. 동물-되기는 이런식으로 어떤 동물의 분자를 생산하고 분자적 동물을 방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저자들은 모든 되기들은 이미 분자적이라고 말한다. 모든 되기는 짝으로 선택한 항의 감응과 특질을갖는 분자를 생산를 생산하는 것이다.
가령 버지니아 울프가 글을 쓸때, 그는 여성으로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쓰면서 여성이 된다. 소수-화, 여성-되기란 여성이 되는 것이고 소수자가 되는 것이지 그들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개, 저런 개가될 수 있는 분자적 성분들을 자유롭게 생산하고 구성할 수 있을 때 그는 다양한 능력을 갖는 게가 될 것이다. 어떤 질의 항도 될 수 있는 원소-되기, 양자-되기 개념에 이르게 된다. 분자 -되기의 문턱을 넘어서 더 멀니. 나아가는 경우 질이 추상된 되기의 영역으로 진입한다. 어떠한 질, 어떠한 항이라도 될 수 있는 원소적 되기의 지대는, 지각불가능한 되기의 지대이다. 무(無) 혹은 공(空) 지대 도라고 불리는 지대가 나타난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일관성의 구도’라고 부른다.
2) 되기의 블록
성가를 부르는 것은 오랫동안 남성들만 할 수 있었다. 성가에도 음역이나 음색이 다양화 되고, 여성과 아이들이 만들어 내는 고유한 음색을 사용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다. 남성들이 알토나 소프라노의 음역을 노래할 수 없지만 여성이나 아이들의 소리를 내게하는 방법이 만들어 진다. ‘카운터 테너’라고 불리는 가성을 이용하는 방법과 ‘카스트라토’ 즉 사춘기 지나기 이전의 소년을 거세하여 소프라노 음역을 노래하게 하는 방법이 다. ‘가스트라토’가 특별한 인기를 얻었던 것은 상이한 신체조건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성량과 음색의 차이, 표현력의 차이 였다. 기계적인 조작을 통하여 여성-되기, 아이-되기를 하는 방법이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되기가 이루어지는 한 이항성은 분해되고 깨진다. 이는 데리다와 들뢰즈/가타리가 말하는 사이가 다른 함축을 갖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데리다가 두 항이 섞이는 사례를 통해 이항적 구별 자체를 비판하고,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혹은 이것인 동시에 저것인 경우의 ‘존재’를 통해 ‘사이’를 정의한다면, 들뢰즈와 가타리는이항적인 것 사이에서 발생하는 ‘되기’를 통해, 두 점 ‘사이’를 지나가는 생성의 선을 통해, 현실로 존재하는이항성의 지배를 깨고 뒤엎으려고 한다.
남성과 여성, 성인과 아이의. 거대한 이항적 구별이 사라진다. 남성, 여성, 성인, 아이라는 몰적인 집합체는탈토화의 선을 따라 붕괴된다. 되기는 이처럼 이항적인 것 사이의 되기는, 두 점 사이를 지나가는 생성의 선이고, 이항성의 지배를 깨고 뒤엎는다. 양성성의 존재가 아니라 남성도 여성도 양자-사이에 있는 여성-되기속으로 말려-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카운터 테너나 카스트라토의 여성-되기, 아이-되기는, 이중의 탈영토화운동으로 봐야 한다. 하나는 소리가 여성-화, 아이-화 되는 것이고 다른 여성 내지 아이가 소리, 순수한 음향이 되는 것이다.
3) 되기와 모방
음악에서 동물-되기를 이해하려면 제니스 조플린의 <서머 타임>을 들어 봐야 한다. 이는 사람의 목소리가표현할 수 있는 영역을 새로이 만들어 냈다. 추가적으로 음악에서 새-되기를 잘 보여준 사람은 메시앙 이다. 그는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나 <조류도감>이란 곡을 통해 음악에서 새-되기를 실행 하였다. 새소리를 모방하고 묘사한 게 아니라 새소리를 음향학적으로, 음계와 음조, 리듬 등을 음악학적으로 연구하여각각의 새들이 ‘음악’을 만들어내는 표현형식을 찾아냈다. 그것을 이용해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화가나 음악가는 동물을 모방하고 묘사한 게 아니다. 새소리를 음향학적/음악학적으로 탈영토화하여 재구성함으로써, 그것을 통해 악기소리로 새의 감응을 만들어 낸 것이다. <자연>과의 가장 깊은 화합 속에서 동물을 자신들이 원하는 어떤 것으로 되게 하고, 그들 스스로도 동물이 되는 것이다.
4) 분자-되기와 소수-화
여성-되기나 동물-되기에서 실제로 만들어진 것은 여성의 목소리도 늑대의 목소리도 아니다. 각각의 성분들이 모여서 고유하게 만들어지는 분자적인 소리고, 때와 장소에 다라 달라지는 특개성을 갖는 목소리들이다. 이런 의미에서 모든 되기는 새로운 분자적인 성분을 만들어내는 창조요 창안이고, 분자적이며 분자-되기이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지배적이고 다수적인 척도에 따라, 지배적인 몰적 구성체에 따라 분별하고 판단한다. 몰적인 구성체로 포착할 수 없는 것들은 ‘지각될 수 없는 것’이 된다. 지각 불가능한 것은 거대한 절단기계에 의해 예술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양단되어 다수적인 것이 되거나 아니면 무시되고 버려지거나 억압되는 선택만이 남는다. 지각될 수 없는 분자적 차이만으론 불가능하다. 그것이 만드는 독자적인 세계를 개념으로 포착하고 말로 표현해야 한다. 성인 남성이라는 다수자가 지배하는 몰적 구성체에서 벗어나기위해 ‘여성’이나 ‘아이’라는 소수자의 몰적 성분을 이용하는 것이고 지각 불가능한 분자적 차이를 지각 가능한 몰적 개념으로까지 밀고간다. 이처럼 되기란 무어라 명명할 수 없고 무언지 명확하게 지각할 수 없는 분자적인 것을, 특개적인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지배적인 것, 다수적인 것, 익숙하고 통념적인 것에서 벗어나는 것일 수 밖에 없다. 지각 불가능한 것은 되기의 극한이다. 이런 의미에서 되기는 소수적이며, 모든 되기는 소수-화일 수밖에 없다. 남성-되기, 백인-되기란 없다.
5. 지각-불가능하게-되기와 비밀
1) 지각-불가능하게-되기
되기는 언제나 지각-불가능하게-되기를 향해가며, 지각 불가능한 것은 되기의 극한이다. 잠행자는 지각-불가능하게-되기를 추구한다. 잠행자는 현재의 체제, 현재의 상태 안에서 살지만 그것을 그것을 벗어난 무엇을 추구한다. 유토피아라 부르든, 이데올로기라 부르든 다른 상태를 향해 나아가며 현재와 그 지향점 사이에서 살고 있다. 체제 전복을 꿈꾸는 한 숨는 것이 아니며 지각 불가능한 것을 추구한다. 가장 탁월한 잠행은사람들 속에 사는 것이며, 모든-사람이-되는-것이고, 어떠한 사람이라도 될 수 있는 것이다. 잠행자-되기의가장 완벽한 극한이다.
지각 불가능한 것을 지각하기 위해, 지각 불가능하게 되기 위해 지각을 바꾸는 인위적인 수단으로 약물을쓰기도 한다. 모든 약물은 속도와 속도의 변환과 관련 되어 있다 . 약물의 배치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그것은 지각될 수 없는 것이 지각되고, 지각이 분자적이며, 욕망이 지각작용과 지각되는 것에 직접적으로 투여하도록 만드는 지각적 인과성의 성이다.” 양물에 의한 분자적인 미시지각은 양물에 따라서 환각, 망상, 허위지각, 환상, 편집증적 발작에 의해 뒤덮이는데, 이것들이 끊임 없이 일관성의 구도의 구성을 방해하는 무수한 유령이나 분신처럼 매번 형태와 주체를 재수립한다. 이런점에서 약물의 배치는 지각-불가능하게-되기의 수단일 순 있겠지만 거기서 우리는 결코 속도와 이웃관계의 주인으로 머물 수 없으며, 반대로 약물의 속도에 끌려가고 그것의 노예가 된다는 점이다.
2) 비밀-화, 혹은 비밀의 세 유형
되기는 모두 분자-되기며 그런 만큼 지각 불가능한 것을 포함하고 있기에 비밀이라는 개념과 결부되어 있다. 들뢰즈 가타리는 비밀의 세가지 유형을 제시한다. 첫째 내용으로서의 비밀이다. 어린이가 대응한다. 통상적인 비밀의 가까운 개념으로 무언가 감추어진 내용을 의미한다. 이러한 비밀스런 지각에는 어린이, 여성, 동물이 함께 한다. 남성의 몰적인 지각으로는 비밀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 <식스센스> <양철북> 어린이와 비밀의 빌접한 관계를 잘 보여 준다. 둘째는 형식으로서의 비밀이다. 무한한 남성적 형식이라고 말한다. 정신분석학학에 해당된다. 증상들의 이면에 감추어진 비밀을 찾는 것이다. 상징이나 상상적인 것을통해 그것으로 표상되지 않은 실재계를 탐색하는 것이다. 다양하고 알 수 없는 형태를 취하는 말과 행동이결국은 아버지와 남근이라는 내용을 감추는 비밀스런 기호들이란 것을 밝히는 것이다. 형식으로서의 비밀이이런 의미이다. 세번째로 선으로서의 비밀이다. 순수한 여성적 선으로 비밀이라고 말한다. 여성은 아무것도숨기지 않은 채로도 투명함, 순수함과 속도에 힘입어 비밀스러울 수 있다. 무언가를 감출 생각 없이 나름의선을 그리며 가는데, 그것이 몰적인 개념이나 관념으로 이해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모든 것을 감추지 않고드러내지만, 다수적인 척도 지배적인 관념, 몰적인 구획선을 비껴나고 벗어나 있기에 그런 척도, 그런 관념을갖고 있는 사람들로선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인 것이다.
6. 음악-되기의 원소들은 어디로 가는가?
1) 목소리의 기악-화
베리오아 베르디가 목소리를 직접 악기로 사용하여 사람의 목소리는 노리에서 벗어나 기악적인 소리가 되었다. 이러한 기악화는 점음렬주의와 전자음악을 거치면서 주파수 변조라는 일반적 음향학적 성분으로 분해되고 그것을 통해 재조립될 뿐만 아니라, 그것을 모델로 성악적인 소리와 창법 자체를 변환시키게 된다. 목소리가 분자-화의 선 혹은 원소-화의 선을 그리며 나아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2) 분자-화, 이온-화, 원소-화
프랑스 작곡가인 에드가 바레즈의 <이온화>라는 제목의 작품은 음악적인 혹은 음향적인 화합물을 구성하는이온들의 상태로 소리들을 분해하고 결합하려는 문제의식이 표면에 강하게 드러난다. 이온화하는 방법은 악기의 소리와 악기 아닌 물체들이 내는 소리를 섞는 것, 사이렌의 글리산도를 광범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 소리의 이온-화, 음악적 소리의 원소-화는 원래의 음색에서 탈영토화되어 다른 종류의 소리를 구성하는 이온적인 원소로 되는 한에서만 가능하다. 이러한 시도들은 모든 주파수를 음악적 소리로 사용하는 방향으로나아간다. 이제 ‘주파수 변조’를 통해서 새로운 음색, 새로운 음향을 만들어내는 것이 음악가들의 중요한 작곡 방법이 된다. 이후 철도소리, 사람소리, 악기소리 등의 구체적 소리들을 녹음하여 이를 기계적으로, 전자기적으로 조작하여 변조하는 시도들로 이어진다. 이를 구체음악이라고 한다. 예상된 소리를 예상 밖의 소리로 바꾸는 시도는 우연음악으로 이어진다.
3) 음악-되기의 블록, 혹은 일관성의 구도
메시앙은 다양한 반음계적 지속들을 융하하여 드러나게 했다. 별과 산의 무한히 긴 시간과 곤충과 원자의 무한히 짧은 시간 사이의 관념을 암시하기 위해 그는 가장 거대한 지속과 가장작은 지속을 번갈아 가며 교체했다. 원소적인 힘과 우주적인 힘은 음악-되기의 블록을 구성하는 두개의 탈 영토화의 성분이다. 이러한 되기의 블록은 우주적인 힘이 음악적 소리가 되기도 하고, 음악적 소리 자체가 원소화 되는 것이다. 우주적 힘의 음향화와 음향의 원소화이다. 음향이 원소화가 고유한 음악적 표현형식을 규정한다면 그것을 통해 표현되는 우주적인 것의 다양한 힘들이 내용의 형식을, 리토르넬로를 규정한다. 음악-되기의 블록에서 원소-화란 음악적 성분이 모든 영토적 성분이나 형식적 요소에서 절대적으로 탈영토화되는 과정임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일관성의 구도에 이르는 길이다. 음악의 재료가 모든 주파수의 소리, 모든 길이의 소리를 포함하는 입자/파동의 수준으로까지 추상화되었다. 탈열토화를 통홰 동시에 모든 것을 구성할 수 있는 구성의 구도이다. 크세냐키스는 메시앙의 작품을 비판하며 음렬주의를 비판한다. 음렬이 12개의 소리로 제한되어야 하는가와 실제로 인간이 들을 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음악적인 소리를 입자 내지 분자라는 원소적 층위가지 밀고가 그 흐름을 통해 어떤 우주적인 힘을 표현하는 것. 이는 상승하거나 하강하는 선들의 상이한 기울기들 그것들의 중첩과 혼합, 교차로 표시되는 음들을 음양화함으로써 우주적 힘을 음향화하고 있는거라고 말할 수 있다. 제니스 조플린의 음향적 늑대, 메시앙의 음향적 까마귀, 베베른의 음향적 알프스,바르톡이나 베리오의 음향적 민중, 크세냐키스의 음향적 건축이나 음향적 성운, 리게티의 음향적 대기 등등은 모두 이러한 원소-화와 우주-화의 블록안에 있다.
4) 탈영토화에 관한 정리들
회화가 얼굴의 탈영토화라면 음악은 음성의 탈영토화이다. 음성이 먹는 기관으로부터 입이 탈영토화되면서나타난다면, 음악은 이제 그 음성이 사람의 말소리에서 탈영토화되어 노래가 되고, 또다시 거기서 탈영토화되어 악기의 소리로, 분자적인 음향으로 탈영토화된 것이란 말도 할 수 있다. 음성이 신체로부터 탈영토화되어 표현의 지층을 형성한다면, 음악은 그것을 다시 탈영토화하여 분자적인 되기로, 원소-화, 이온-화로 이끌며 결국은 일관성의 구도에 이른다. 회화에 비해 음악은 훨씬 더 크고, 동시에 훨씬 더 강밀하고 집합적인 탈영토화 힘을 지닌 듯하며, 마찬가지로 음성도 탈영토화될 수 있는 능력이 훨씬 더 큰 것 같다. 이것이 음악이갖는 강력한 매력의 힘이다. 4개의 탈영토화 정리에 이어 추가적인 4개의 정리이다.
정리 5 : 탈영토화는 언제나 이중적이다. 음악의 새-되기는 새의 음향-화라는 이중적 블록을 이루면서 진행된다. 음악과 새가 변환가능한 이웃지대를 형성한다.
정리 6 : 비대칭적인 이중의 탈영토화는 탈영토화하는 힘과 탈영토화되는 힘을 할당할 수 있게 해준다. 새의음향화가 탈영토화하는 힘이요 탈영토화를 이끌어 가는 성분이라면 음악의 새-되기는 탈영화되는 힘이다.
정리 7 : 탈영토화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표현의 역할을 하고, 탈영토화되는 것은 상대적으로 내용의 역할을한다. 새의 음향화는 음향적인 표현형식으로 음악의 새 되기를 표현한다.
정리 8 : 하나의 배치는 탈영토화의 힘과 속도에 있어서 다른 배치와 동일하지 않다.
7. 일관성과 특개성
1) 되기와 차이 개념
차이의 철학이란 감산(A-B)이 아니라 합산으로서,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고 생성하는 것으로서 차이란 A와 B가 접속하여 만들어지는 것이고, A와 B의 종합의 결과 만들어지는 것이다. 만남에 의해, 접속에 의해, 종합에 의해 만들어진 차이이다. 자유주의 정치학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강조하는게 아니다. 스스로를이전과 다른 것으로 변환시키는 ‘변이’와 ‘변환’의 정치학이다. 스스로 다른 것이 되는 되기의 정치학이다. A에게 있는 어떤 성질을 기준으로 B에게 있는가 없는가를 확인하는 초월적 개념이 아니라, 타자와의 만남과접속을 통해 A 스스로 만들어내는 A 자신과의 차이란 점에서 내재적 개념이며 내재적 차이라고 한다. 이런점에서 이는 초월성과 대비되는 내재성이란 개념에 긴밀하게 결부되어 있으며 그런 내재성의 구도로서 일관성의 구도라는 개념에 직결된다.
2) 기준, 혹은 일관성의 구도
비교의 내재적 기준이 있다. 인간이든 새든 그것이 되기 내지 변환을 통해 더 좋아졌는가 더 나빠졌는가를 비교한다. 강밀도가 차이를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비교나 평가란 그가 하려고 하는 것을 얼마나 잘했는가 하는 것을 아는 것이다. 그가 하고자 하는 것에 의해 실제로 행한 것을 평가하는 것 그게 바로 내재성 평가이다. 내재적 평가가 욕망이라는 하나의 속성, 하나의 평면/구도 위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의미이다. 일관성의 구도, 구성의 구도란 어떤 것도 될 수 있는 순수잠재성 자체이며, 절대적인 구성능력, 절대적인 생성능력이다.
되기란 운동과 멈춤, 빠름과 느림, 속도와 강도 등의 변환을 만드는 것이다. 하나의 양태 자신의 능력을 상승내지 하강시킬 수 있으며 나아가 다른 양태가 되기도 한다. 일관성의 구도란 절대속도, 절대강도로서, 모든되기를 향해 열린 절대적 극한이다. 이런 의미에서 되기란 일관성의 구도상에서 일반화 될 수 있다. 되기란운동과 멈춤, 빠름과 느림의 상이한 관계를 만들고, 강밀도의 상이한 분포를 만드는 변용이고 작용/행동이다. 변용되며 촉발하는 관계 속에서 특정한 감응의 형성이 바로 되기라는 것이다.
일관성의 구도를 내재적 비교와 평가,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 하고자 하는 것을 바라는만큼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강밀도의 연속체로 탈영토화할 수 있는 능력을 비교하는것이고 그 순수 강밀도의 지대를 통해서 욕망 자체의 탈영토화 능력을 욕망자체의 생성능력을 비교하는 것이다. 비교의 결과는 그걸 느끼고 감지할 수 있는 능력(내공)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평가자도 자기보다 높은것은 제대로 평가할 수 없으며, 자기가 파악할 수 있는 한에서만 평가가 가능하다. 득도한 이는 도(道)가 통하는 곳, 도를 추구하며 어디나 넘나들며 어떤 신체가 도달한 경지를 파악할 수 있다. 자유로울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그것은 주어진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고, 되고자 하는 것을 잘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며, ‘하고자 하는 것’을 관성이나 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으로 바뿔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이러한 자유의 능력은 자신의 신체를 탈영토화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3) 신체의 경도와 위도
욕망의 배치와 탈영토화의 정도는 신체를 파악하기 위한 두 가지 축이다. ‘경도’란 어떤 신체가 어떠한 욕망의 배치 속에서, 다시 말해 어떤 것들과의 관계 속에서 어떤 기계로 기능하고 있는가를 표시한다. 신체의 경도란 어떤 신체 내지 신체적 부위가 어떤 활동/작용을 하는 어떤 기계인가 하는 규정성을 의미하고, 그 신체의 외연을 의미한다. 신체의 능력이란 신체의 강밀도고, 최대강도며, 또한 그 신체의 변환 능력 내지 탈영토화 능력이다. 신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용능력들 그리고 이능력들이 갖는 감을 ‘위도’라고 한다. 신체의 경도가 그것의 외연을 규정하는 외연적인 것이라면, 신체의 위도는 그것의 능력을 규정하는 내포적인/내공적인 것이다. 하나의 신체가 어떤 규정된 활동을 훌륭하게 수행해내는 것뿐만 아니라, 얼마나 다른 규정들을 수용할 수 있는가가 그 신체의 능력이다. 경도를 달리하며 이동할 수 있는 능력, 경도상의 탈영토화 능력이다. 신체의 능력이 강밀도의 분포를 바꾸는 것인 한, 그것은 위도상의 탈영토화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경도가 신체의 질, 신체의 속성을 규정하는 욕망이요 의지이며, 위도가 신체가 갖는 힘이고 강밀도이다. 욕망이란차원에서 속성을 달리하는 기관없는 신체들의 집합이 강밀도의 연속체로서 기관 없는 신체와 하나의 동일한것을 이해한다면, 경도적인 차원에서 신체의 극한과 위도적인 차원의 신체의 극한이 하나의 동일한 것이다.
4) 특개성
신체의 위도와 경도를 통해 어떤 개별적인 신체가 그때마다 상이한 것이 되는 양상을 포착할 수 있다. 이를들뢰즈와 가타리는 둔스 스코투스의 개념인 특개성과 연결한다. 특개성이란 어떤 개체에 고유한 것이지만시간과 공간은 물론 이웃관계의 조건, 배치와 강밀도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뜻하며, 그렇기 때문에 정의될 수 없고 그때마다 직관으로 포착할 수밖에 없는 어떤 감응이다. 특정한 순간의 개체를 특별하게 만드는 감응이며, 그런 감응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강도와 속도, 그리고 그것을 특정하게 만드는 이웃관계들을 통해서구성된다. 배치 전체가 특개성이 구성되는 조건이며, 특개성은 바로 이처럼 어떤 배치 자체에 속한다. 서양의주류적인 사유방법이 주체성이나 실체성에 의한 개체화, 소유하고 있는 성질을 통한 개체화 방법에 사로잡혀 있다면, 동양은 그와 반대로 특개성에 의한 개체화 방법을 많이 갖고 있다고 말한다. 서양 의학은 사람의신체를 유기체로 간주할 뿐만 아니라 분류학적 관점에서 동일한 것으로 보며 병, 치료의 개념을 평균에 의해 얻어진 보편성에 입각한다. 반면 한의학은 장기들 간의 관계, 그것을 관통하는 기의 흐름과 모임, 장기들간의 영향/변용을 통해 파악하며, 사람의 특이성에 따라 그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신체의 특개성을 정확하게 포착할때에만 올바른 진단과 처방이 만들어 진다.
5) 두 개의 구도
하나가 일관성의 구도라면 다른 하나는 초월성의 구도이다. 초월성의 구도는 발전의 구도요, 조직화(유기체화)의 구도로서, 구조나 발생, 진화, 발전, 유비, 외화 등의 형태로 변형되어 나타난다. 신이나 이데아, 형상, 구조 등과 같이 수많은 개체들을 만들어내는 원리지만 그 자신은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자체로는 보이지 않지만 어디에나 존재하고 어던 것이든 잡아당기는 그런 원리이다. 헤겔 철학에서 발전이란 개념처럼초월적인 어떤 것(절대정신, 신, 이데아 등)이 스스로 자기 아닌것으로 외화하여 구체적인 사물들의 세계, 활동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그것을 만들어 내고 발전 시켜 그 궁극적인 끄트머리(목적, 종말)까지 밀고나가는 원리내지 구도를 의미한다. 이 발전의 구도를 위해서 이 정신 이원리의 실현을 위해 자신도 모르게 봉사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사물들의 변화 과정 안에 내재하는 ‘내재적 발전’의 구도라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헤겔이 스피노자를 포획하여 내재성의 구도를 자신의 초월적 구도아래 포섭하고 초월적인 구도로 변용시킨 방법이다.
일관성의 구도는 초월성과 반대로 내재성을 특징으로 하기에 내재성의 구도이며, 강밀도의 연속체 안에서변환들의 연속성을 획득하기에 강밀도의 구도라고도 하며, 모든 양태들을 구성하고 생성하며 창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성의 구도, 생성의 구도라 할 수 있다. 모든것을 기나 도라는 개념을 통해 하나로 묶는 일관성의 구도를 동양의 예술이나 삶 사유와 활동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어떠한 형식화도 불가능한 개념이고, 그렇기에 어떠한 조직화의 구도나 발전의 구도도 만들어내지 않는, 그저 순수한 흐름으로서 오직 상대적강함과 약함, 집중과 분산, 빠름과 느림을 가지며 그런 것들로 그때마다 다른 특개성을 만들어내는 일관성의구도를 이룬다.
일관성의 구도가 우리도 감지하지 못한 새 초월성의 구도로 변환되거나 혹은 초월성의 구도에 사로 잡히는경우가 있으며 반대로 초월성의 구도가 내부로 부터 와해되며 일관성의 구도로 이행하는 경우가 있다. 누구나 갖고 있는 잠재성으로서 ‘부처’가 수행을 통한 내재적 변환의 장에서 벗어나 문자에 사로잡혀 하나의 교조나 숭배의 대상이 될때 발생한다. 베토벤은 소나타의 형식적 구조가 와해되는 탈영토화의 지대를 만들어 냈다. 12음 기법과 음렬주의 형식적 구도를 탈영토화 하여 일관성의 구도로 향한 내재적 변환의 장에게 자리를 내주게 된다. 또 성즉리, 성이 곧리다 라는 주자학의 초월적 교의에 성이란 개념이 있던 자리에 마음을 써넣음으로써, 그 마음을 양지라는 개념으로 대체함으로써 유학 자체를 내재성의 철학으로 변환시켰다고 할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