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리좀과 나무: 내재성, 혹은 외부의 사유(요약)
책에 대하여
1)책이란 무엇인가
책 이란 무엇인가 ? 책에서 저자가 혼자 말하는 경우에도 인용된 글로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있다. 사람들이 하나의 배치안에서 집합적인 언사를 발하고 있는 것 책이다. 책은 주체를 갖지 않는다. 책은 이용 가능한 폭 만큼이나 많은 대상을 갖는다. 책을 어떤 하나의 대상에 귀착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의미에서 책은 대상을 갖지 않는다. 한권의 책에는 분절선, 선분성의 선들, 지층 및 영토성의 선들이 또한 탈주선과 탈영토화된 선들, 탈지층화의 선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책은 하나의 배치이다. 상이한 상대 속도를 갖는 흐름들의 복합체라는 의미에서 “책은 하나의 다양체”이다.
소쉬르의 책 <일반 언어학 강의 >은 책이 배치이자 다양체라는 것을 보여 준다. “기호는 지시대상과 무관한다”라는 기호의 자의성에 관한 명제로 기호를 지시체로 부터 탈 영토화 시킨다. 기표적 분절의 선과 기의적 분절의 선이 각각 음운론과 의미론이라는 지층을 형성한다. 기표들의 가치는 어떤 지시체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표들과의 관계에 의해 다른 기표와의 차이에 의해 결정 된다. 동일한 기표가 상이한 의미를 갖게 되는 지점을 보여 주는데 이는 기표와 기의가 대응 한다고 하는 소쉬르의 다른 명제를 탈영토하는 명제이기도 하다. 이책으로 부터 구조 언어학처럼 새로운 음운론적 언어학을 끌어내거나, 라캉처럼 무의식의 언어적 구조와 ‘기표의 물질성’을 끌어낼 수도 있다. 반대로 그흐름을 거슬러 바흐친 처럼 음성학과 파롤이 강조된 새로운 종류의 언어학적 사유를 이끌어 낼 수도 있는 것이다.
맑스의 <자본>은 자본주의 생산 양식에 대한 책이지만 정치 경제학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잉여 가치라는 개념은 정치 경제학이라는 거대한 담론적 지층을 깨며 파열구를 만들어 낸다. 이를 통해 새로 발전된 ‘맑스주의 정치경제학”으로 재영토화 한다. 이 책은 정치경제학의 최고봉이라고 하겠지만(구 소련이나 동구의 정통파), ‘사물화된 논리’에 따라 자본의 논리만을 일반적으로 서술한 책(네그리), 자본주의에서의 사물화와 소외의 메커니즘에 대한 책(루카치), 자본주의 비판이 이데올로기에서 과학으로 비약한 책(알튀세르)으로 볼수 있다. <자본>이라는 하나의 책에서 연원하는 것이지만 어느 것도 동일하지 않은 상이한 책이 된다.
2) 책과 외부
책은 외부의 산물이지만 책의 외부는 그 책과 만나게 되는 다른 책들을 의미한다. 그것이 대결하고 있는 어떤 사유들 , 그 책을 통해서 읽는 사유들 아니면 그 이미 씌어진 상태에서 어떤 책이 새로이 만나게 되는 역사적 사건들 등이 모두 외부이다. 이 처럼 어떤 책도, 이미 완성된 작품의 경우조차 그것이 어떤 외부와 만나는 가에 따라 다른 내용의 책이 되고 다른 효과를 발휘하며 다른 의미를 갖는다.
책이 외부성을 갖는다는 말은 책이 어떤 외부와 만나고 접속하는 가에 따라 책-기계로 작동한다는 것을 함축한다. 책이란 기호의 연쇄나 흔적의 집합인 텍스트가 아니라 실제로 유효하게 작동하며 특정한 효과를 생산하는 기계이다. 책을 통해 읽게 되는 모든 텍스트는 책이 그 외부와 만나면서 만들어지는 주름이다. ‘모든 텍스트는 그 외부에 의해 접힌 주름 위에 씌어진다.” 외부에 의해 책이 변형되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과 만나는 외부에 대해서 어떤 효과를 생산하는 기계라는 것을 내포한다. 새로이 다가올 외부와의 어떤 만남에 의해 다른 것이 된다고 보는 경우에 책은 다가올 장래와 연결된 것이 된다.
3) 책의 유형들
책이란 단지 물질적 힘을 갖는 기호의 연쇄나 흔적의 집합인 텍스트가 아니라, 실제로 유효하게 작동하며 특정한 효과를 생산하는 기계이다. 이 책을 책-기계로 중심화된 사유를 깨부수고 동일화하는 논리를 파괴하며, 새로운 다양체를 생산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드는데 ‘이용’해달라고 한다. 책을 실천과 이용의 문제로 보는 입니다. 책에는 세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번재 수목형의 책, 혹은 뿌리 유형의 책이다. 책의 내용은 결론으로 귀착되면 그것을 통해 하나의 전체성을 획득하는 유기적 체계로 구성된다. 나무나 뿌리처럼 하나의 중심으로 귀결되고 그것을 통해 하나의 전체가 되는 유기적인 통일체라고 보는 관점이다. 각각의 장들이 결론을 위해 점점 상승하는 혹은 결론을 향해 모여가는 그런부분들로 구성하는 것이다.
두번째 유형은 곁뿌리 내지 총생뿌리의 유형이다. 여러편의 책들에 해당되는데 전집에 실린 여러편의 책이나 글들은 하나의 결론으로 귀착되는 중심이 없다고해도 그것을 지은 저자로 귀착되는 통일성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사상가의 전집을 읽으면서 그 통일성을 깨지 않는 범위에서 이해하려고 한다. 변화의 바탕에 깔려 있는 문제의식 내지 일관성을 보려고 한다. 저자가 보여주는 일관성이란 한 사람이 평생을 바치게 만든 화두를 통해 각이한 그의 책을 하나로 묶이는 것을 뜻한다. 그가 쓴 책들, 그가 말 한 대답들은 다양한 외부에 의해 각이한 주름으로 펼쳐진다. 사회 역사적 조건이 달라지거나 연구하고 참조하는 책이나 사람이 달라지며 혹은 저자 자신의 체험이 달라지면 동일한 화두를 들고서도 다른 대답들을 하게 된다. 질문과 화두의 단일성이 이질적인 것들의 접속과 변이를 낳는 방식으로 다야한 것들을 낳으면서 증식할 수있다.
세번째 유형은 리좀적인 유형이 책이다 곁뿌리들을 끌어들이며 통일 시키는 중심, 일자로서의 중심을 제거한 뿌리들의 망이 리좀이다. 리좀과 같은 양상으로 구성된 책이다. 각각의 장은 중심 정점도 없는 고원이고 그 고원 같은 장들을 독립적으로 읽을 수 있다. 동시에 다른 모든 장들에 연결되어 있다. 결론이 있지만 그것은 각각의 장들을 통합하는 중심이 아니라 각각의 고원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개념들의 집합이다.
리좀의 몇 가지 특징들
1)접속의 원리
접속은 A와 B가 등위적으로 결합하여 A도 아니고 B도 아닌 제 3의 것인 C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접은 A냐 B냐를 선책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둘중 하나를 배타적으로 선택하는 배타적 이접과 상이한 경우를 허용하는 포함적 이접이 있다. 이분법은 둘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도록 요구하거나 호오의 가치 판단을 포함한다. 통접은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하여 어떤 하나의 통일체를 이루는 것이다. A와 B는 물론 C, D등 그 이상의 것들이 모여 모두가 어떤 하나로 귀결되는 것이다. 소화기관, 호흡기관, 순환기관, 배설기관 등이 모여 하나의 유기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를 유기적 통접이라고 한다. 임금 이윤 소득 이자 등등이 모여 통화량이라고 부르는 하나의 화폐 흐름이 된다. 각각이 탈형식화되어 통화량이라고 부르는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된다. 흐름으로서의 통접입니다. 이접과 통접은 관련된 항들을 어떤 하나의 방향으로 몰고 간다. 반면 접속은 두항이 등가적으로 만나서 제 3의것 새로운 무언가를 생성한다. 여기에는 어떤 귀결점도 없고, 호오의 선택도 없다. 접속이 리좀의 원리라는 것은 바로 이런 의미에서 이다.
2)이질성의 원리
리좀은 이질적인 모든 것에 대해 새로운 접속 가능성을 허용한다. 맑스의 사유와 다양한 외부가 서로 뒤섞이면서 새로운 사유의 선들이 여러가지 방향으로 증식된다. 이를 맑스적 사유의 리좀적 증식이라고 할 수 있다.
3)다양성의 원리
진정한 의미에서 다양성이 존재하는 것을 뜻한다. 진정한 다양성이란 차이가 어떤 하나의 중심, ‘일자’로 포섭되지 않는 다양성이다. 차이가 차이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갖고, 동일자의 운동에 포섭되지 않는 것이다. 종류가 늘거나 무언가가 추가되어 ‘다양성’이 증가하기는 하지만 전체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이런 종류의 다양성은 수목형 다양성이며 사이비 다양성이다. 리좀적 다양성은 어떤 하나의 척도, 하나의 원리로 환원되지 않는 이질적인 집합이고, 따라서 하나가 추가되는 것이 전체의 의미를 크게 다르게 만드는 그런 다양성이다. 배치라는 개념이 그런 리좀적 다양체를 함축한다.
4)비의미적 단절의 원리
리좀적 다양체는 비의미적인 단절의 윈리로 특징지을 수 있다. 비의미적인 단절은 무나 두부를 자르는 것처럼 어던 대상이나 흐름을 일정한 규칙에 따라 자르는 절단과 대비된다. 단절은 어떤 주어진 선과 연을 끊는 것이고 그 선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선안에서 만들어지는 의미화의 계열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소리의 절단(분절)이 의미적인/기표적인 기호를 만드는 것과 반대로, 단절은 기존의 기표적인 계열에서 벗어나 다른 계열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이런 단절을 탈영토화내지 탈주와 상관적인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단절의 예로 말벌(수컷)과 오르키데를 든다. 난초의 일종인 오르키데는 말벌 암컷 ‘흉내’를 내어 말벌 수컷을 끌어들임으로써 꽃가루를 퍼뜨립니다(오르키데의 말벌되기와 말벌의 오르키데 되기) 오르키데와 말벌은 이질적이지만 리좀을 만든다. 고양이의 C형바이러스는 수백만 년 전 지중해 연안에 살던 선조 개코원숭이(비비) 바이러스가 선조 고양이에게 옮아 내재화 된다. 리좀은 이런 식으로 그 선들을 넘나들고 횡단하며 접속하는 것이다. 이처럼 종을 넘나들며 진화하는 것을 ‘비평행적 진화’라고 하며, 덜 분화된 것에서 더 분화된 것으로 나아가는 진화 모델에서 벗어난다는 점에서 리좀적입니다. 두 개의 지층이 나란히 가며 소통한다는 의미에서는 ‘두 지층 간의 평행론’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비기표적인 단절을 두 지층간의 평행론이라고 한다. 두개의 지층이 나란히 가면서 소통한다는 점에서 무한원점에서는 만나는 평행선과 같다고 한다. 스피노자는 실체가 갖는 다양한 속성들이 각각의 지층을 이루면서 평행성을 갖는다는 뜻에서 평행론을 주장하였다.
5)지도 그리기와 전사술
지도 그리기와 전사술은 모상, 모방, 재현과 재생산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지도는 길의 분기점들과 간단한 지형지물만을 표시한 약도에서부터 정교한 지도에이르기 까지 다양 하다. 길을 찾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행동의 경로를 찾으려고 할때 사용된다. 즉 지도란 우리가 행동의 경로와 진행 분기를 표시하여 행동의 지침으로 삼는 일종의 다이어 그램이다. 지도에서 중요한 것은 행동과 삶의 길/방법이 접속되고 분기하는 양상이고 그 경로들의 위상학적 관계며, 그 경로를 가는데서 만나게 될 장애물이나 위험물의 적절한 표시이다. 여기서 선들의 접속으로 구성되는 다양체로서 리좀이란 개념을 떠올릴 수 있다. .정확한 모상을 지도 안으로 옮겨 놓을때 조차 그것은 모상을 지도의 리좀적인 선안에서 변용시키는 것이라고 해야 한다. 현실에 따라 지도를 그리지만 그려지는 지도에 따라 변형되는 현실이다. 이 책에서 하려고 하는 것은 일종의 지도 제작법을 알려주고 그것으로써 사람들이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삶의 지도를, 행동과 실천의 지도를 만들도록 촉발하고자 한다. 자본주의 세계에서 삶을 둘러싸고 그것을 포섭하는 거대한 몰적 선분상의 선들, 거기서 갈라져 나가는 유연한 분자적 선분성의 선들의 배치에 대해서 일종의 잠재적 지도를 그려주고 거기서 벗어나는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탈주선들을 그리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수목적 사유와 리좀적 사유
1)수목적 체계와 위계적 체계
다양하게 분기하는 선들이 하나의 중심으로 귀착되는 것은 수목적 체계이다. 중심에 가까운 것과 먼 것 간에 위계가 발생하며, 주변의 잔가지나 곁뿌리들을 줌심에 동일화하고 그것과 포개는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그 잔가지나 곁뿌리들은 중심과의 관계에서 의미화 되고 그 중심을 통해서 주체화 된다. n명의 사람 가운데 독재자를 제거하는 것 즉 수목형 체계에서 오직 하나의 중심인 일자를 제거하는 것을 n-1이라고 표시한다. 중심의 제거, 바로 이것이 수목적 체계와 대비되는 리좀적 체계를 정의하는 명제이다. 리좀이란 비체계가 아니라 비중심화된 체계이며 각각의 부분들이 중심으로 귀속되는 상위의 이웃을 통하지 않고 직접 이웃과 만나고 접속하는 체계다. 그 자체로 유의미한 다양한 집결지를 가질 수 있으며 그런 만큼 여러 방향으로 열린 체계고 접속되는 항들이 늘거나 줄어 듦에 따라 성질이 달라지는 가변적 체계 라고 할 수 있다.
2)초월성과 내재성
초월성은 유럽에 고유한 질병이다. 모든 것을 근거나 원인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는 사유, 그리하여 그것을 첫번째 원인이나 원리로 삼아 모든 것을 설명하는 사유가 그것이다 . 이런 사유는 자신이 찾아낸 그 첫번째 원리를 모든 것을 설명하는 ‘보편적인 것’으로 만든다. 이 원리 자리에 어떤 존재자가 들어설때 그걸 제1원인이라고 부르든, 그것은 초월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일종의 신이다. 서양 형이 상학을 신학적으로 보아 ‘존재-신-론’이라고 명명하는 이유이다. 반면 연기적인 관계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는 생각이다. 어떤 것이 무엇과 관계하는 가에 따라 본질이 달라지고 관계의 질(가령 상생과 상극)이 달라진다는 생각이다. 내재적인 사유는 오직 상호간의 내재적인 관계에 의해 모든 것을 포착한다.
3)리좀 속의 수목, 수목 속의 리좀
리좀 구조이지만 수목적인 가지들이 뻗어 나갈 마디들을 갖고 있으며 그것을 통해 수목적인 체계로 변형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수목적인 체계 또한 뻗어 나간 가지들 사이에 몇 개의 선을 새로 긋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중심으로 결집되는 양상을 전혀 다른 것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나무-뿌리와 리좀-운하라는 두 모델의 대립이 아니라 “끊임없이 세워지고 부숴지는 모델에 관한 것이며 끊임 없이 연장되고 파괴되며 다시 세워지는 과정’이다. 모든 것이 연기적인 조건에 따라 다른 것으로 바뀔 수 있다. 그런점에서 리좀도 나무도 어떤 자성을 갖지 않는다.
리좀 그것은 일자적 중심을 제거함으로써 내재성으로 나아가는 방법이다. 초월성이란 질병을 치유하는 방법이다. 내재성이란 관계에 따라 어던 것의 본질이 달라진다고 보는 사유방식을 의미한다. 이는 모든것을 한아의 근거, 하나의 초월적 원리로 환원하는 초월성과 대립되며 그러한 초월자를 제거하거나(n-1) 그것을 무나 공으로 전복시킴으로써 이루어진다. 따라서 내재성에서 본다는 것은 어떤 것의 고정된 본질, 내적인 본질이 없으며, 다만 다른 것(외부)과의 관계에 따라 그 본질이 달라진다고 보는 것을 뜻한다. 이런 이유에서 내재성은 외부라는 개념과 대립하는 게 아니라 정확하게 외부의 사유고 외부에 의한 사유라고 말할 수 있다. 리좀은 초월자를 제거함으로써 나무나 뿌리의 초월성을 내재성으로 바꾸는 것이며, 외부와의 접속이란 원리를 통해 ‘외부’를 통해 사유한다는 점에서 내재성의 구도를 형상한다. 내재성의 원리에 따라 접속 가능한 양태들 전체의 장을 ‘내재성의 장’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