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읽기/국내
눈내리는 정선을 다녀와서
행복메모
2018. 12. 14. 07:17
눈내리는 정선을 다녀와서
청량리 역에서 원주행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승용차로 가려 했는데 대설 주의보가 있어서 기차로 변경하였다. 청량리역은 많은 추억이 있는 곳이다. 학생 시절 경춘선을 타고 엠티를 많이 갔었다. 마석, 대성리, 강촌이 떠오른다. 특히 강촌에서 보낸 시간이 기억에 남는다. 강촌 민박촌과 북한강 강변길이 짧은 순간 떠올랐다. 춘천행이면 더 좋았겠지만 눈오는날 원주행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원주행 새마을호가 도착 한다. 빠른 ktx도 좋지만 무궁화호, 비둘기호는 창밖을 바라 보며 여유롭게 갈 수 있어 더 좋다. 주중이라 그런지 빈자리가 많다. 자리를 찾고 가방을 내려 놓고 앉으니 기차가 미끄러지듯이 천천히 출발한다. 창밖은 눈이 날리고 있다. 책을 꺼내서 읽을 까 ? 헤드폰을 착용하고 동영상을 볼까 ?하다. 창밖에 시선을 고정한다 잠시 남한강이 보인다. 저기 쯤에는 미사리가 있지. 미사리의 기억들도 잠깐 떠오른다. 밤에 분위기 좋은 찻집을 찾곤 했었다. 많은 간이역들을 지나치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니 어느새 원주에 도착한다.
기차에서 내렸다. 원주에서 일을 마무리하고 승용차로 정선을 향해 간다. 눈이 많이 날리고 제설 차량이 고속 도로에서 보인다. 다행히 눈이 쌓이 지는 않는다. 정선 군청 부근에 도착한다. 정선 재래 시장이 눈에 들어 온다. 가족 여행을 왔을때 수수부꾸미 생각이 난다. 막내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 거리다. 강원도에 간다고 하면 꼭 사오라고 한다. 오늘은 일정이 있어서 시장에 가지 못하고 운치리로 향한다. 강변 도로로 산 깊숙이 들어 가는 기분이다. 적막하고 한적하다. 눈이 쌓인 산과 흐르는 강물 운치가 있다. 동강이다. 여름에 래프팅 기억도 떠오른다. 도로 오른쪽은 강이고 왼쪽에는 가파른 바위산이다. 산은 병풍처럼 둘러져 있다. 강 맞은편에 집이 듬성 듬성 보인다.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피고 장작불이 사그라질 무렵 고구마를 구워 먹고 싶다. 뜨거운 온돌방에 앉아 있고 싶다. 그러면 시간이 멈춰버린 느낌을 받을 것 같다.
운치리에 도착한다. 눈이 녹지 않아 차가 쉽게 올라 가지 못한다. 스노우 타이어를 장착한 차로 갈아 타고 산 깊숙히 더 들어 간다. 이제 더 이상 차로 들어 갈 수 없어서 내린다. 할아버지가 좁은 길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그 뒤에 강아지는 우리를 보고 꼬리를 흔든다. 사람을 많이 볼수 없는 동네라 우리가 반가운가 보다. 눈이 멈추었다. 높이 올라 왔나 보다. 멀리 아래 지역 강이 보이고 강을 둘러싼 산이 보인다. 구름사이에 파란 하늘도 보인다. 한적하고 여유로운 풍경이다. 일을 마무리 하고 복귀 한다. 돌아 가는 시간은 휠씬 더 빨리 흐른다. 산에서의 밤은 빨리 찾아온다. 5시가 조금 지나자 어두워 지기 시작한다. 차로 원주에 도착 해서 무궁화호에 몸들 싣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다.